공영방송, 국정원 보도 ‘셀프 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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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본질 외면 비판에도 침묵·축소 일관…“언론 기능 스스로 포기”

KBS와 MBC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닫은 채 침묵과 은폐로 일관하고 있다. 방송사 밖에선 언론의 직무유기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고 내부 구성원들은 자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입증하는 추가 의혹은 뉴스 후반에 배치하거나 아예 누락하고, 정부와 여당의 ‘물타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이같은 언론계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KBS와 MBC의 보도 태도는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26일자 MBC <뉴스데스크> 에서도 이런 행태는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지상파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공판 보도를 누락했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이 특정 정당과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였다”고 몰아세우며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발언과 지시를 추가로 공개했다. 원 전 원장의 첫 공판을 누락한 <뉴스데스크>는 ‘중국, 또 안전띠 미착용 참사’, ‘서울 한복판 미니 싱크홀’ 등의 사건 사고 소식으로 주요 뉴스를 채웠다.

KBS에선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가 12개에 달했다”는 단독 보도와 관련해 사장 비서실 직원의 인터넷 삭제 지시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KBS는 “비서실 직원의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23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뉴스 콘텐츠에 대해 개입하는 일이 과연 비서 개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나'라는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며 “사장의 지시를 출납하는 비서실의 성격상 사장의 뉴스에 대한 개입 여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을 KBS의 국정원 특종 은폐 의혹으로 규정한 뒤 “이번 사태는 KBS 내부의 보도통제, 진실은폐, 정권 눈치보기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의 국정원 사건 외면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부터 누적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언론장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22일 민주당 미디어홍보지원특별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공영방송사가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이 검찰의 국정원의 대선 개입 수사가 진행된 지난 4월 26일부터 6월 14일까지 지상파 3사의 국정원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SBS(20건)보다 KBS(16.5건), MBC(13건)의 보도량이 적었다. KBS, MBC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해 후속 보도나 추가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도 기사들을 후순위에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팎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KBS와 MBC의 보도에 대해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MBC 한 중견 기자는 “언론으로서의 직무유기”라며 “국정원 청문회와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은 당연히 보도해야 할 사안인데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기자는 “이는 권력에 대해 비판하고 제언하는 기능을 언론사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문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의 중요성에 비해 KBS는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날씨뉴스는 마치 중계방송 하듯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덥다는 식의 보도를 하면서 중요한 사회 이슈를 덮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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