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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심의실, 시사 프로그램 ‘가위질’ 파문

‘추적60분’ 제작진, 심의실장 불방 엄포에 방송 당일까지 편집 …“검열기구로 변질” 최영주 기자l승인2013.09.11 17: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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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불방 논란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방송된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이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편에 대한 심의실의 과도한 개입에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편은 지난 8월 31일 방송이 나갈 예정이었으나 심의실의 사전심의를 거쳐 한 차례 불방 판정을 받았으나 KBS 안팎의 여론과 강도 높은 비판을 의식한 듯 KBS는 지난 7일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방송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준비한 방송 일부가 심의실의 요구로 편집되며 내부에서는 심의실이 ‘검열’ 기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열인가 심의인가…심의실, 무소불위 횡포”

<추적 60분> 제작진은 11일 오후 성명을 내고 “황우섭 심의실장은 사퇴하고 최재호 심의위원을 교체하라”며 “검열인가 심의인가, 청부심의 중단하고 제작자율성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1차 불방사태 때 심의실을 찾아가 방송시기 부적절 의견을 낸 데 근거를 묻자 황우섭 실장은 ‘관리자일 뿐’이라며 뒤로 물러나 있고, 최재호 심의위원은 ‘심의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며 반문하기까지 했다”며 “심의실장은 주어진 범위를 넘어 권한을 행사하려 하고, 심의위원은 부여된 역할마저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이 지금의 일그러진 KBS 심의실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방송 당일(7일) 오후 류현순 부사장과 백운기 시사제작국장 그리고 황우섭 심의실장까지 모인 그 자리를 통해 황우섭 실장이 언급한 모든 ‘문제점’이 완벽히 고쳐졌다”며 “너무나 기본적이라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이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제작 자율성 훼손이자 방송 독립성 침해”라고 지적했다.

  ▲ 지난 7일 불방 논란 끝에 방송된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의 한 장면. ⓒ화면캡처  
▲ 지난 7일 불방 논란 끝에 방송된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의 한 장면. ⓒ화면캡처
제작진은 “권한 없는 자의 무소불위 횡포, 문제는 심의실”이라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황우섭 심의실장의 전횡과 권력화 된 심의기능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황 심의실장은 담당 심의위원이 심의 중임에도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사실상 ‘불방 통보’로 엄포를 놓았다.

당시 황우섭 심의실장은 방송 당일인 지난 7일 △피의자 친척 등의 인터뷰가 많이 나와 편향적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정치적 편향성을 띔 △황필규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이라는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송 하루 전인 지난 6일에는 최재호 심의위원이 <추적 60분>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영상 모자이크 처리가 약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언급한 스튜디오 클로징 멘트가 부적절 △디지털 사진 증거 조작을 주장한 김인성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과) 인터뷰 부적절 등 3가지 부분을 “의견일 뿐”이라며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는 방송법에 근거를 두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편성규약을 위반하는 등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향후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의실, 비판적 기능 거세하는 검열기구로 변질”

이처럼 심의실이 검열 기구로 전락해 방송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추적 60분> 제작진에 따르면 황우섭 심의실장은 지난 7월 13일 방송된 <추적 60분> ‘기자 없는 신문, 한국일보의 오래된 상처’ 편이 방송 이후 ‘재판 중인 사안을 일방에게 불리하게 다뤘다’, ‘노조측 입장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고 지적한 사전심의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며 데스킹 책임을 묻는 ‘계통감사’를 감사실에 의뢰했다.

또 KBS본부에 따르면 황 심의실장은 지난 1월 20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심리치유센터를 다룬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 찾기’ 편 방송 전날 이례적으로 ‘다중 심의’를 벌이려 했고, 방송 이후에도 ‘심의지적평정위원회’를 소집해 제작 PD를 징계하려 했다.

심의실의 심의가 악용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10월 19일 방송된 <추적 60분> ‘용산은 반복된다-벼랑 끝 세입자’ 편 방송 후 열린 심의지적평정위원회에서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담당 부장과 팀장, 연출자 등 세 명이 인사위원회에 회부가 결정됐으나 내부 반발로 인해 회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인 김미화 씨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지난 2010년, 당시 KBS본부는 김인규 전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김미화 씨의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이 부적절하다는 심의결과를근거로 들어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심의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KBS본부는 “심의실은 최근 5년 동안 공영방송의 품위를 유지하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비판적 기능을 거세하고 제재와 징계를 남발하는 검열기구로 변질돼버렸다”며 “심의실은 이제 스스로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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