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진단, 몰매 맞는 연예오락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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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질·과다 편성 비판 … 방송구조부터 뜯어고쳐야

|contsmark0|지상파 방송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소재와 내용에 대한 문제지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문화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들이‘연예프로그램 개혁을 위한 시청자 운동’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전면전’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contsmark1|방송관계자들은 연예오락프로에 대한 잇따른 문제지적이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방송 전반의 구조에 대한 문제 접근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예오락프로그램의 현주소와 문제점, 이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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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 시작과 양상은
|contsmark4|sbs 출범으로 연예오락프로 본격적인 시청률 전쟁 돌입
|contsmark5|방송사간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시청률 과열경쟁은 91년 12월 상업방송인 sbs가 출범하면서 부터다. 일부 방송전문가들은 sbs가 개국하면서 종래의 편성 개념을 깨고 몇몇 주요 프로그램의 고정시간대를 허무는 편성으로 kbs, mbc에 자극을 주는 등 방송계 전반에 활력을 가져온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sbs는 드라마와 쇼, 오락프로에서 시청률 우선전략을 강조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선도했다는 비난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contsmark6|sbs 개국 두 달째인 92년 1월 24일, 방송위는 sbs 프로그램을 한 달 동안 분석한 결과를 sbs에 통보하고 “흥미 위주의 소재 선택 등 지나치게 오락지향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어 전체 방송의 상업주의적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었다.
|contsmark7|방송위가 펴낸 ‘sbs 텔레비전 방송성향 분석’에 따르면 쇼오락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에 비해 연예인 진행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대폭 늘어난 퀴즈 프로그램이 문제를 맞추는 즐거움보다 상품 물량 공세를 통한 시청률 확보에 나서고 있어 지나친 경쟁과 사행심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contsmark8|방송사 사이의 연예오락프로그램 집중편성에 따른 시청률 경쟁은 예상대로 92년 3월 봄 개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봄개편에서 kbs는 2tv의 오락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개편을 단행했다.
|contsmark9|kbs는 sbs의 <자니윤 이야기쇼>의 경쟁프로로 <밤으로 가는 쇼>를 신설했다. 새롭게 선보인 <지구촌 영상음악>은 외국의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여과 없이 소개해 시청자단체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contsmark10|mbc는 상대적으로 시청률면에서 우위에 서있다는 판단아래 연예정보프로 <특종 tv연예>등 일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기존의 편성 뼈대를 유지하는 소폭 조정에 그쳤다.
|contsmark11|sbs가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재미를 본 퀴즈프로와 토크쇼를 kbs와 mbc도 대폭 신설해 92년 봄개편 이후 방송 3사 퀴즈프로는 13개, 토크쇼는 8개로 늘어났다. 이밖에 교양과 연예프로그램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sbs 출범직후인 92년 봄개편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contsmark12|당시 방송전문가들은 “sbs가 개국한 지 1년 만에, 채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상호보완적인 운영이 가능하리라는 공민영방송체제에 대한 기대는 허물어지고 모든 채널이 오로지 시청률 끌어올리기 경쟁에 매달려 상업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contsmark13|서막이 오른 시청률 경쟁은 92년 봄개편과 비슷한 시기에 있은 3월24일 방송 3사의 총선 종일방송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방송 3사는 영화, 스포츠, 오락성 프로그램을 일제히 편성했다. 특히 mbc는 오후 5시 15분부터 투표마감 시간인 6시까지 평소 점유율 60%를 기록하는 <퀴즈 여행 달려라 지구촌>을 두 시간 앞당겨 5시15분에 편성해 mbc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다.
|contsmark14|지금은 굳건히 자리를 잡은 주말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의 2시간 편성 전쟁도 이 무렵부터 시작됐다. 92년 여름 sbs가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저녁 1시간 길이의 코미디 프로 <꾸러기 대행진>을 2시간으로 늘여 <초특급! 꾸러기 대행진>으로 확대개편하자 kbs, mbc도 몇 달 뒤 가을개편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몇몇 쇼 오락프로그램을 2시간 짜리 와이드프로로 확대 개편해 ‘맞불 작전’에 들어갔다.
|contsmark15|연예오락프로그램 출연 연예인들의 사담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92년 가을 개편에서 공동진행방식이 유행하면서다. kbs <밤으로 가는 쇼>, <오늘 같은 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특종 tv 연예>, <코미디 전망대, 빙글빙글 퀴즈> 등 토크쇼와 토크 코미디에 3~5명의 진행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진행방식은 점차 확산추세를 보여 개편 때마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스타 섭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contsmark16|방송 3사의 시청률 경쟁은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대폭 신설하면서 92년 1년 동안 전초전적 성격을 보이다 93년 3월 홍두표, 강성구 신임사장이 kbs, mbc에 각각 부임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 노골화됐다.
|contsmark17|두 사장은 취임이후 조직개편, 프로그램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으며 “보지 않는 프로그램은 공익성도 없다”, “앞으로 시청률이 오른다고 말하지 말라. 지금 당장 시청률이 올라야 한다” 등 장기적인 투자나 연구 개발 과정을 생략한 채 단기적인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급급하는 현상을 낳았다.
|contsmark18|시청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연예오락프로에 대한 지적은 급기야 행동으로 옮겨져, 93년 7월 ymca를 비롯한 40여 개 시청자단체들은 ‘tv를 끕시다’캠페인을 펼치며 7월7일을 tv 보지 않는 날로 정하고 ‘tv’를 피고인으로 세운 ‘tv 모의재판’을 열어 유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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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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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질저하와 과다편성 두드러져연예기획사의 영향력 확대
|contsmark23|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해 비판 수준을 넘어 방송사 앞 시위, 토론회 개최 등 행동으로까지 옮겨지고 있는데는 방송사간 차별성 없는 프로그램 편성과 양적으로도 연예오락프로그램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contsmark24|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최근 펴낸 다매체 다채널 시대 편성정책 연구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방송사 연예오락프로그램의 평균 편성비율이 kbs 2tv와 sbs는 50~60%, mbc는 45%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 연예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이 30~40%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오락화된 아침 프로그램과 교양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오락화가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contsmark25|시청자연대회의 한 관계자는 “kbs 2tv가 오락지향적인 채널성격을 가지고 있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낼 수는 있지만 공영방송이라는 방송사 정체성을 고려해 봤을 때 내용면에서 타채널과의 차별성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contsmark26|여기에 개편 때마다 불거지는 표절시비와 포맷 베끼기, 선정성 논란, 스타시스템 의존 등은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질을 하락시키며 대중문화발전에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contsmark27|문화연대 이동연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버라이어티 프로와 토크쇼가 일부 연예인들의 말잔치로만 내용이 채워지고 있다”며 “지금 방송은 연예인 중독증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contsmark28|mbc 한 pd는 이에 대해 “좋은 프로그램의 아이디어 부재가 그 원인”이라며 “방송3사의 경쟁 구도 속에서 단기적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contsmark29|더욱이 최근 연예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일부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프로그램 내용이나 연예인 출연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도 예능프로 내용 전반에 영향을 미쳐 질저하를 초래, tv가 연예인 홍보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방송전문가들은 꼬집고 있다.
|contsmark30|연예오락프로의 질저하와 과다편성은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청성향을 오락지향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방송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contsmark31|따라서 편향적인 시청자들의 시청양상 때문에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과다편성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는 이중적인 딜레마에 빠진 게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contsmark32|제작진들은 시민단체와 학계의 이러한 지적이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방송 전반의 구조에 대한 문제 접근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의 단편적인 프로그램 비평과 최근 예능국 해체 등을 요구하는 식의 비현실적인 요소는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단체들의 프로그램 모니터 비평 관행은 제작진사이에도 외면당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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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 해결책은 무엇인가
|contsmark36|경영진 자정선언 효과 없어광고 의존 재원구조 해결돼야
|contsmark37|방송사 경영진 차원에서 자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지 않는 한 예능프로그램을 둘러싼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ontsmark38|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일 방송사들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과도한 편성과 내용의 질적 저하 등 그 부작용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방송사 사장들의 모임인 방송협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contsmark39|또한 이제까지 일회성 선언에 불과했던 방송3사 사장들의 ‘시청률 중단선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ontsmark40|93년, 시민단체들이 ‘tv 끄는 날’을 선포 등 쇄도하는 비난여론에 kbs 홍두표 사장은 시청률 경쟁 중단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시청률과 관계없이 건전한 방향으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95년에는 방송 3사가 일제히 시청률 경쟁 포기선언을 하고 kbs는 공영성 지수를 개발해 프로그램 평가기준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선언적 의미에 그쳤었다.
|contsmark41|전문가들은 방송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매체경제학적 측면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방송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방송사의 재원구조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contsmark42|kbs와 mbc도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상업방송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sbs와 함께 벌이는 시청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에 따른 상업화 추세는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각 방송사마다의 채널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된다.
|contsmark43|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 2tv의 재원을 확보하고 각 방송사별 채널 정체성을 마련해 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contsmark44|오락프로그램에 대한 포맷개발과 제작지원도 필요하다.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는“일선 제작진들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며“방송사가 다양한 포맷개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등 제작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ntsmark45|방송위도 방송발전기금 중 일부를 지상파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방안 등도 모색해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의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contsmark46|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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