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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적론, 다시 생각하자

|contsmark0|남북관계는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북한 주적론’이 국방백서 발간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5월달에 발간될 예정인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 정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색깔론과 특사 회담 때 북한의 주적 표현 삭제 요구는 5월 논란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contsmark1|보통의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을 적어도 군사적인 ‘적’으로 보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시대로 진입하고 있다지만,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대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휴전선을 사이에 둔 양측의 막강한 군사력과 긴장 상태를 고려할 때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고 물리력과 정신력을 무장하는 것은 군의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contsmark2|그러나 북한을 적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는 것과, ‘주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정치적, 군사적 논란을 키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북한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라고 해서 이를 국가의 공식 문서에서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보편성은 물론 남북관계의 특수성 마저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contsmark3|중국과 군사적 대결 상태에 있는 대만은, 내부적으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문서상으로는 이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주변 국가들과 첨예한 대립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들을 주적이라고 명시하기는커녕 평화협상의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contsmark4|특정 국가를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이다. ‘주적’이라는 말이 보편성에 어긋난다는 것은 국어사전에도 이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적’ 표현을 합리화하기 위해 분단 및 군사적 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더욱 어색하다.
|contsmark5|남한보다 군사주의적 속성이 강한 북한조차도 공식적인 문건 어디에서도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다. ‘미제와 그 추종세력’에 대해 ‘과녁’ 등의 표현을 쓰면서 사실상의 적으로 보고 있지만, ‘적’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6|주적 표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북관계의 전략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주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contsmark7|특히 북한이 이를 문제삼으면서 주적론 철회를 군사문제 진전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주적 표현의 고수는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예상되는 한반도 위기 상황 예방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contsmark8|일부에서는 남한이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함 시기에 북한이 주적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볼 때, 남한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지만 북한은 안보상으로 민감한 시기이다.
|contsmark9|이는 남한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로 북한의 요구를 부당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남북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느끼는 안보불안은 상대방에게도 안보불안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이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지난 역사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승적인 결단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contsmark10|이 뿐만이 아니다. 특정 국가를 주적이라고 명시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구태는 북한의 요구가 없더라도 이성과 합리성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안보전략의 수립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이다. 국가보안법 문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끌어들여서 우리 내부의 비합리성을 은폐시키고 합리적 안보 운용을 어렵게 하는 나쁜 관성을 이제는 극복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contsmark11|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contsmark12||contsmar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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