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란·인사파문에 총체적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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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클리핑] TV조선 신정아 MC 기용 비판 봇물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성 사퇴와 검찰 총장 ‘찍어내기’ 논란 등에서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 연금 후퇴에서 촉발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파문이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법무부 진상조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28일 기다렸다는 듯 채동욱 검찰 총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면서 채 총장 사퇴의 ‘배후’라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1면 기사다.

진 장관은 29일 ‘개인적 양심’을 거론하면서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사퇴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 반려를 정면 거부한 것이다. 정 총리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연락이 두절된 진 장관에게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마땅히 복귀해 직무를 수행해주기 바란다”고 업무 복귀명령을 내렸다.

▲ <경향신문> 9월 30일자 1면 기사.
<경향신문>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주무 장관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복지공약 수정 논란은 수습하기 힘든 국면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며 ‘한계와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함에 따라 주무 장관에게도 책임과 권한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대통령 1인 주도의 국정운영’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대해서도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선(先) 진상 규명, 후(後) 사표수리’를 공언했지만 ‘혼외 아들’의 진위를 가리지도 않은 채 법무부의 부실한 정황 근거를 내세워 검찰총장을 내쫓았다는 점에서 채동욱 사퇴 파문의 ‘배후’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한 조직의 수장은 발가벗겨져 강제로 쫓겨나고, 또 다른 조직의 수장은 가출한 채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며 “청와대발, 희대의 막장 드라마가 공직사회를 강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대통령이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을 공약했는데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실세 장관이 무력감을 토로할 정도니 다른 곳은 오죽하겠느냐”며 “대통령과 한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광범위한 무력감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맥상의 근원은 이 복잡하고 큰 나라에서 대통령 혼자서 모든 국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모두가) 대통령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다”고 했다.

‘김기춘 사단’ 입성 후 힘 세진 청와대

<한국일보>는 “8월 초 '김기춘 사단'의 청와대 입성 후 당정청이 단시간에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수직관계로 재편된 게 일련의 인사파동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높아졌지만, 정부 부처들은 청와대 눈치부터 살피게 됐고 새누리당은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파문은 청와대로의 힘 쏠림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라고 <한국일보>는 지적했다. 진 장관은 기초연금의 주무부처 장관이지만 정작 자신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안(案)을 내놓아야 하는 수모를 당한 뒤 무력감을 토로했다. <한국일보>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여부를 두고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2기 청와대 참모진에 합류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밀린 것”이라며 “복지부 차관 출신인 최 수석은 진 장관을 제치고 복지부 실무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공약 이행 방안을 직접 챙겼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채 전 총장 사퇴 과정에선 김 실장을 염두에 둔 청와대 기획설이 파다하다. 특히 김 실장과 함께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이 민정수석으로 기용되자 사정라인 전면 재조정 가능성이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실제로 이들 두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선 뒤 18일만에 사정기관의 한 축인 감사원의 수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그로부터 20일만에 검찰총장은 사상 초유의 감찰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사퇴를 강요당했다. 앞서 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은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채 총장은 우리 사람이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임명할 때 친정체제 구축이란 평가와 함께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보다 선배인 민정수석도 처음이었고, 미래전략수석과 고용복지수석은 전임자들과 달리 부처 장악에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수도권 출신 한 재선의원은 "청와대의 힘이 비대해지면 여론을 반영해야 할 당은 힘이 빠지고 정부 부처들은 수동적으로 될 수 있다"며 "당정청이 긴장 속 협조관계로 가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9월 30일자 6면 기사.
<조선일보> 채동욱 보도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이 채동욱(54) 검찰총장한테 혼외 아들이 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보도에 담긴 정보를 만들어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54)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고발 사건을 형사 3부(부장 장영수)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한겨레> 6면 기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난 26일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유출한 혐의 등으로 <조선일보> 기자 2명과 곽 전 수석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채 총장의 혼외 아들로 보도된 11살 아이와 어머니의 개인정보 자료를 이들에게 건넨 신원불상의 전달자 등도 함께 고발됐다. 이들 단체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초중등교육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고 이후 근거자료로 채아무개군의 출국일, 가족관계등록부, 거주지, 아파트 입주카드를 제시했다. 이런 정보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면 절대 입수할 수 없는 자료로, 조선일보 기자들이 현행법을 위반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았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 등의 혈액형 자료를 수집한 것과 관련해선 “민정수석과 업무처리자들이 주도해 피해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선일보 기자 또는 제3자에 유출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검찰이 규명해야 할 의혹의 초점은 <조선일보>가 보도의 근거로 제시한 채군의 초등학교 기록(학적부) 및 출국일, 가족관계등록부 등 당사자가 아니면 확인할 수 없을 법한 개인정보를 어떤 경위로 수집했는지, 곽 전 수석이 <조선일보> 보도 전에 채 총장의 신상을 사찰하고 불법 취득한 정보를 <조선일보>에 넘겨줬는지 등이다.

앞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언론 보도 이후 청와대 특별감찰을 통해 혈액형을 적법한 방법으로 알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사적 영역이라면, 권력기관과 언론이 개인정보를 불법 생산·유출해 마음에 안 드는 검찰총장을 내친 의혹은 공적 영역으로 훨씬 중대한 문제다. 배당이 어디에 될지에 따라 검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채 총장 의혹에 ‘적반하장’

채동욱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했던 <조선일보>는 채 총장 ‘찍어내기’에 대한 언급없이 이를 비판하는 야당과 언론을 힐난하고 나섰다.

<조선>은 ‘박 대통령, 채동욱 파문 22일 만에 사표 수리’ 기사에서 “법무부는 진상조사 결과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진술과정황 자료를 확보했다며 청와대에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며 ”민주당은 법무부가 새롭게 밝혀낸 각종 정황․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철저한 진상 규명도 촉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은 ‘여론 왜곡하는 여론조사들’ 제목으로 쓴 칼럼 ‘데스크에서’를 통해 채 총장에 대한 <조선일보> 혼외 자식 의혹 보도와 관련한 <한겨레> 여론조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한겨레> 조사에선 ‘고위 공직자의 공적 업무와 상관없는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없이 함부로 보도해서는 안된다’는 답변이 69%, ‘고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25%로 나왔다.

홍팀장은 “하지만 어떠한 사안이라도 ‘사실관계 확인 없이 함부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선 당연히 다수가 ‘안된다’고 대답할 것”이라며 “이 질문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함부로’ 등 격한 감정의 단어를 아무런 근거 없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채 총장의 주장과 같은 ‘혼외자 보도는 거짓’이란 인식의 틀을 응답자에게 제공해서 응답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프레이밍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질문지에 오류의 지뢰를 매설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9월 30일자 11면 기사.
네티즌 ‘신정아 MC 취소’ 청원운동

2007년 학력 위조와 횡령, 고위 공직자와의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41)씨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진행자로 낙점된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다. 강용석 전 의원을 비롯한 문제 인물들을 기용해 눈길을 끌려는 종편의 상술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신씨의 MC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졌다. <한국일보> 11면 기사다.

반발은 지난 25일 TV조선의 새 시사 토크쇼 <강적들>에 신씨가 공동 진행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본격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씨와 공동 진행자 5명이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이슈를 정해 토론하는 것으로, 10월 중 첫 방송이 나갈 예정이다.

비난의 화살은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신씨를 기용한 TV조선과 제작진에 집중되고 있다. 불과 수년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을 방송 진행자로 기용했다는 것 자체가 방송의 공정성을 무시한 행태라는 것이다. 직장인 손지연(26)씨는 “신씨는 온갖 거짓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라며 “방송에 나오는 것조차 부적합한 인물이 진행을 한다니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한 네티즌의 발의로 신씨의 진행자 기용을 반대하는 청원운동이 진행됐다. ‘신정아 MC 발탁 취소를 희망합니다’라는 청원 글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정도가 심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신정아가 진행자로 나오면 TV조선 시청을 거부하겠다’ 등의 비난 글이 달렸다. 청원에는 29일 현재 당초 목표였던 1,000명을 훌쩍 넘겨 1,166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논란이 되는 사람이라도 마구잡이로 출연시키는 종편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송 공공성을 외면하고 선정성에 치중하는 종편의 장삿속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문제적 인물의 사회적, 대중적 관심에만 의지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깃털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씨와 공동 진행자로 출연할 예정이었던 강용석 변호사는 최근 제작진에 출연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이 가중되자 심적 부담을 느낀 듯하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드라마 한류 인기 시들”

<동아일보>는 원로배우 이순재(78), 최불암 씨(73)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7)과 함께 한국 드라마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현재 수출되는 방송 콘텐츠의 80% 이상이 드라마이지만 ‘막장 드라마’와 고질적인 드라마 제작 관행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순재 씨는 “<꽃보다 할배> 촬영차 스위스에 갔는데 그곳에 온 중국 대만 관광객이 우리를 알아봤다”며 전에는 없던 변화지만 다만 우리 드라마가 질적으로도 발전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막장’이 난무하고, 일본 만화와 드라마를 베낀 게 많다“고 지적했다.

유진룡 장관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자극적인 드라마는 곤란하다는 얘기를 했다”며 “한류가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계속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세계인과 함께 나눌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불암씨는 막장드라마가 쏟아지는 원인으로 “근본적으로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과거엔 각 방송사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달랐는데 이제는 공영방송조차 돈이 되는 드라마 시청률에 매달린다”고 짚었다.

이순재 씨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부실한 외주제작사 관행 때문인데, 결국 돈을 못 받는 건 단역과 방송 스태프”라면서 “방송국에서는 외주제작사 탓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방송사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방송사의 책임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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