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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 칼럼

파업도 못해본 언론은... l승인1997.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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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 노동법 날치기개정의 원인무효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총파업과 이에 동조하는 사상 최초의 언론 노조 연대팡업이 한차례 폭풀처럼 지나갔다. 언론사 가운데서도 방송4사 노조가 사무노동자들의 전위에 서서 총파업을 이끌어간것도 역사에 기록될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권력의 언론탄압이라든가 데스크의 편향된 시가으로 언로가 막혔을 경우가 아니라면, 언론노동자들은 파업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로 여론을 이끌어냄으로써 사태해결에 나서는 것이 훨씬 더 효울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했듯이 한겨레신문이나 기독교방송 정도를 제외하고는 노동계의 발언니나 국민의 여론을 확실히 모아서 보여주는 언론이 없기에, 언론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몸으로 때우는 것 빼고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업을 확실하게 겪은 방송사의 경영진이나 간부들 가우네는 "방송 한다는 놈들이 파업이 뭐냐?"고 책상을 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경영진은 정부 눈치 보느랴, 관리자들은 프로그램을 때우느랴 매우 지쳐 있을 것이다. 외람되나마 그분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언론인들은 정신 노동자다. 따라서 언론사를 끄려가는 데에는 종사자들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력의 강약이란 곧 사기의 높고 낮음이다. 당장은 매체의 경쟁력이 낮다고 해도 종사자들의 사기가 충분히 올라간다면 이는 분명 조만간에 강햔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한 언론사 종사자들의 사기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앞서 말한 파업이란 상황이 바로 종사자들의 사기를 측정하는 마당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파업 잘하는 언론사에 미래가 있다는 말이다." 가수 이은해의 옛날 히트곡 중 "사랑도 못해본 사람은"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 가사가 아마 이랬던 것 같다. "온전하게 한 번 사랑도 못해본 사람은...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해..."물론, 남여간의 사랑 이야기를 한 것이었겠지만 이를 언론인들의 파업에 적용한다면 온전하게 한 번 파업도 못해본 사람은 언론노동운동의 의미는 물론이요, 찬바람속에서 역사의 뒷걸음질을 온몸으로 막하내는 늙은 노동자의 그 형형한 눈동자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알 도리가 없을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어떻게 깊이있는 기사를 쓸 수 있으며 어떻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랴! 따라서, 언론사의 경영자나 관리자가 진정으로 언론과 화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파업을 당차게 해낸 후배들을 대견하게 여기는 한편, 파업도 제대로 못하는 후배들을 둔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 할 일이다. 언론사의 노조운동은 그 목표가 집단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민주화, 나아가 사회민주화라는 대의에 있으므로 이에 동참하겠냐 못하느냐가 곧 집단 또는 개인이 언론인으로서 양식과 용기를 갖추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식과 용기를 모두 갖춘 사람만이 적어도 이 땅에서는 언론인이 될 수 있다. 언론사의 파업이란 그 자체로는 전혀 중대한 사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방송사의 파업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기에 늘 문제가 될 뿐이다. 그보다는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함으로써 언론인들이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중대한 사안이며, 분명 파업할 일이 있을 때 파업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언론인으로 모시고 잇는 우리의 현실이 보다 더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contsmark1|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본지 발행인|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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