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외압’ 검찰 갈등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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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비평] 지상파 보도, 본질 피하고 공방만 전달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을 맡아온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전 서울 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사실을 폭로하면서 또다시 국정원 댓글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진상 규명보다 오히려 검찰 내부 갈등으로 초점을 맞춰 ‘물타기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수사팀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는데도 지상파 방송 3사는 “내홍”, “항명” 등 검찰 내부 갈등에 방점을 찍었다.

KBS <뉴스 9>는 지난 22일 ‘또다시 항명 파동…최악의 내분 검찰 ‘뒤숭숭’ 리포트에서 “상급자 결재 없이 처리할 경우 수사상 더 큰 편향성을 낳을 수 있다며 윤 전 팀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줬던 것으로 봐선 지휘부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윤 전 팀장이 국감장에서 발언한 지난 21일 ‘사상 초유의 국감장 검찰 항명 사태’ 리포트에서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고만 전했다.(KBS <뉴스9>)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검찰 수뇌부와 윤석열의 갈등…“외압이다” vs “항명이다”’ 리포트와 SBS <8 뉴스>의 ‘사전 보고, 절차에 흠결…수사팀·지휘부 정면충돌’ 리포트에서도 ‘외압’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공방전’ 일색이었다.

▲ 지난 21일 KBS <뉴스 9>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 화면. ⓒKBS, MBC

특히 이들 방송사는 윤 전 팀장이 댓글 의혹으로 기소된 국정원 전 직원들의 체포영장 신청 과정에서 보고 누락 등 수사 지휘체계를 무시했다는 조영곤 지검장의 주장에 대한 진실 공방에 주력했다.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진행한 윤 전 팀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전격 교체된 배경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윤 전 팀장의 경질 배경을 파악하는 게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을 푸는 실마리인데도 이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특별수사팀이 원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사건 재판에 추가 증거로 제출한 국정원의 트위터 여론 개입 정황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수사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트위터 게시글 5만 5689건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나왔는데도 지상파 3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일으키자”는 선언을 일제히 톱기사로 배치했다.

이 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MBC 중견 기자는 “보도 내용이 실체적인 진실을 파고들기보다 검찰 항명이나 주장들만 나열하는 경마식 보도였다”며 “기자들이 윤석열 팀장의 발언에 대한 진위와 경위를 확인하려는 노력만 했다면 여야의 엇갈린 주장 가운데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었을 테고, 그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도 가능했을 텐데 그러한 부분들이 많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트위터를 통해 “항명이냐, 소신이냐, 검찰 내부 논란으로 상황을 몰아가는 방송을 보니 진짜 황당하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건의 핵심은 오직 하나, 민주주의의 기본을 뿌리째 흔든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 “그간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온 채동욱 검찰 총장의 낙마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경질은 개입 정황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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