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역사 프로 파행에 “유신시대 회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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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노조, 기자회견·실국총회 개최

“길환영 사장, 정권의 역사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방송 못하게 해”

KBS가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비판한 학자 출연을 이유로  <역사저널 그날>의 방송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이번 사태는 제작 자율성 침해인 동시에 정권의 역사 흔들기에 힘을 보태는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본부)는 23일 오후 KBS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정문 앞에서 <역사저널 그날> 방송 파행과 <TV쇼 진품명품> 낙하산 MC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비판했다.

KBS본부는 “사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뀐 지 이제 1년이 다 돼 가지만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제작 자율성 침해, 불공정·편파 방송 사례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신설 프로그램으로 오는 26일 첫 방송되는  <역사저널 그날> ‘고종 VS 흥선대원군’ 편에 대한 방송을 연기했다. 현재 제작진은 방송 연기 이유로 최근 친일ㆍ우편향 비판을 받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가 패널로 출연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가 <역사저널 그날> 방송 파행과 낙하산 MC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사측은 “아이템 순서를 바꾼 것 뿐”이라며 이번 논란을 출연자 문제와 연결하는 것을 경계했지만, 내부에서는 외압에 의한 제작 자율성 침해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측의 주장에 대해 김현석 KBS본부 위원장은 “<다큐극장>이라는 대통령의 아버지를 치하하는 비참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끝내자마자 또다시 역사 프로그램으로 분란을 일으켰다”며 “패널의 성향이 정권의 역사관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송을 못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저널 그날>의 강성훈 PD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에 대한 일종의 “찍어내기”라고 다. 강 PD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윤석열 검사를 찍어냈듯이 주진오 교수도 마음에 들지 않아 찍어낸 걸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며 “양심 있고 상식 있는 학자가 친일·뉴라이트 교과서에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는 이유로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는 말은 한 마디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PD는 “방송은 원래 예정대로 나가야 한다”며 “모든 힘을 다해 방송을 원상 복귀시키고 제작 자율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역사 왜곡 소용돌이에 빠졌다”며 “요즘 언론은 언론이가 하기에 부끄럽고 누가 볼까 창피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길환영 사장 취임 이후 관제·편파 드라이브는 더욱 더 노골화되고 있다”며 “<역사저널 그날> 불방사태에 대해서 외압의 진실을 밝히고, 기획제작국장 등 불방사태 책임자들의 문책을 요구한다. 그리고 즉각적인 방송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사측 지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연출권 지켜내야 해”

앞서 KBS본부는 교양·기획제작 실국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총회에 모인 PD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지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이번 방송 파행 사태가 결국 PD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킨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측에 △방송 정상화 △주진오 교수의 패널 참여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 △문제를 일으킨 국장, 본부장 등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제작진은 “개편 첫 방송부터 불방이라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말문이 막힐 정도”라며 “제작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호해줘야 할 국장과 본부장이 오히려 제작진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작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TV쇼 진품명품>의 진행자를 돌연 교체하라고 통보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TV쇼 진품명품> 제작진 역시 밀실에서 사측의 마음대로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PD는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간부들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데, PD들의 연출권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PD는 “나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청탁이나 외부 압력이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큰 문제다. 모든 건 프로그램을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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