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응답하라 1994’ 한국형 시트콤의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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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4>의 성공은 복고 때문이 아니다. 물론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전작의 후광에다 농구라는 시대적 상징을 내세우며 1990년대 중반 풍요로웠던 한때의 기억을 소환한 것은 맞다.

가수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이 울려 퍼지고 서태지와 아이들, 연세대 농구선수 이상민, 배일호의 팬들이 등장하며 신촌 락카페 스페이스와 X세대의 상징인 삐삐와 PC통신은 각지 사투리와 어우러져 향수를 자극한다. 당시 20대 청춘을 보냈던 40대와 그 시절 사춘기를 관통한 지금의 30대를 중심으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고증이 등장할 때마다 열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덧 6회, 중반을 넘어 달리는 이 드라마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그리고 재밌는 것은 단지 ‘추억’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응답하라 1994>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추억을 어떻게 소환했는지보다 시작과 설렘의 감정이 녹아든 ‘청춘’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게 그려내고 있는지에 있다. 이 드라마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빠져드는 건 모든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청춘의 정서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 tvN <응답하라 1994> ⓒtvN

여기서 청춘의 감성을 누구나 새삼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당의정이 바로 시트콤이란 장르다. 첫사랑의 풋풋함을 담은 감성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시트콤 코미디라는 톤과 매너 덕분인데, <응답하라 1994>가 전작에 비해 진일보한 지점이 바로 이 장르적 완성도에 있다.

예컨대 ‘신촌 하숙집’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 공간이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는 시트콤 설정의 출발이다. 여기에 성나정(고아라)을 축으로 각기 다른 매력의 다섯 남자가 둘러싸는 순정만화의 설정이 덧입혀진다. 그 속에서 어설픈 첫사랑과 우정이 싹튼다. 90년대의 향수어린 디테일은 청춘이란 기둥을 채우는 벽돌과 같다.

락카페에서 매번 ‘뺀찌’(거부)를 당하고 KFC에서 비스켓 40개를 주문하는 삼천포(김성균)와 해태(손호준) 콤비의 활약상, ‘맞나?’를 반복하는 경상도 사투리 관련 코미디, 삐삐 인사말 녹음 에피소드, ‘서울에 와서 신동엽을 처음 본다’ ‘채널이 3개라서 뭘 볼지 고민된다’는 대사들, 삼천포 역의 김성균에게(<범죄와의 전쟁>등에서 살벌한 역할만 맡았던)보고 살인범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것 등 당시 시대상을 드러내는 디테일과 현실과의 유희가 청춘의 감성을 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응답하라 1994>에 빠져드는 건 1994년으로 여행을 보내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신촌 하숙집에 우리의 청춘이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복고의 감성만으로 흥행열풍을 해석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간과하는 평가다. 이 시트콤 드라마를 즐기기에 그 시절을 향유했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응답하라 1994>가 반가운 것은 90년대의 추억을 넘어 맥이 끊긴 청춘물의 감성과 분위기, 그 풋풋한 공기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음은 서툴고 투박해야 하며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내 스무 살 청춘이 설레고 가슴 뛰는 이유’라는 대사처럼 이 드라마는 낄낄거리며 웃다가 문득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성과 정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한 까닭이며 웰메이드 청춘 시트콤이라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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