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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라”

|contsmark0|7월 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의 금융인을 대상으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엔론사태 때만 해도 나 몰라라 했던 부시대통령도 월드컴, 비방디, 제록스 등 내로라 하는 미국기업들의 회계부정이 속속 밝혀지자 더 이상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실천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다.
|contsmark1|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7월 10일에는 ‘미국의 대표적 기업’으로 칭송받던 제약회사 머크의 128억 달러 짜리 회계부정이 보도됐다. 매주 부정의 신기록이 경신되고 있고 이 달갑지 않은 신기록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contsmark2|부시가 “기업 부정에 대한 징역 형기 2배 연장, 문서파기법의 강화, 증권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 및 예산 확충” 등을 약속하자 영국의 bbc는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우리 속담으로 말하자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것이다.
|contsmark3|부시대통령이든, 딕 체니 부통령이든 이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은 하켄의 이사였을 때의 분식회계와 불법 내부자 거래 혐의를, 그리고 체니 부통령은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였을 때의 회계부정 혐의를 받고 있다. 두사람 뿐 아니라 폴 오닐 재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미치 다니엘스 백악관 예산처장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같으면 당장 총체적 위기이다.
|contsmark4|그러나 경제적 효과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엔론, 월드컴, 비방디 등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지난 90년대의 기술혁명기에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는 점, 그리고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몸집을 불리는 데 비상한 수완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90년대 인수합병된 모든 대기업이 의심의 대상이 된다는 걸 의미하며 모든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떠안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contsmark5|더구나 지금 미국은 거시경제적으로 대단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 금년 말이면 무역수지 적자가 gdp의 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경제학자들이 위기상태라고 판정하는 수준이다.
|contsmark6|또 클린튼 시대에 애써서 균형을 이뤄 놨던 재정적자는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군사비 지출을 두자릿수로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바로 80년대 초 레이건시대의 쌍둥이 적자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7|이런 상황에서 증시에 ‘신뢰의 위기’가 왔다. 당연히 외국돈은 빠져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 외국 돈이 있어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보전되고 미국민들의 지칠줄 모르는 소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contsmark8|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손해를 본다. 너도 나도 앞다퉈 시장에 달러를 내 놓고 또 다시 달러 가치는 떨어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기충족적 예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contsmark9|외자가 빠져 나가면 주가가 폭락하고 다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다. 외국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미국의 수입은 유지될 수 없고 미국민이 아무리 욕망의 덩어리라도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뚝 떨어질 것이다.
|contsmark10|이런 위기 상황에서 부시의 해답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쟁이다. 엔론 사태가 터졌을 때 부시는 ‘악의 축’ 발언을 했다. 월드컴과 비방디의 파산이 눈에 보이는 이 시점에서 그는 이라크 폭격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마침 서해교전에서 ‘방자한 행동’을 한 북한을 손 보려고 할지도 모른다.
|contsmark11|과연 경제 문제가 전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이 이런데도 부시대통령의 인기는 아직도 70%에 이른다. 어떤 대통령을 가지는가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 결정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contsmark12|또 우리는 명문대 출신의 머리 나쁜 대통령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또 한번 목도하게 될 것이다.
|contsmark13|정태인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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