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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비 파문을 보는 또 다른 시각

|contsmark0|또 다시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참담함에 말을 잇지 못한다. 크든 작든 비리의 존재가 사실일진대 pd집단이 가지고 있는 도덕성의 현주소가 항간의 정상배 수준보다 어찌 낫다고 할 수 있으랴! 방송·연예 마피아, 곪을 데로 곪은 검은 유착의 당사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스스로 자정을 서두르지 못한 자들에게 명예란 애당초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 것이다. 뼈저린 자성과 제작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을 겸허히 따를 수밖에 없는 소치다.
|contsmark1|그러나 사태가 엄정할수록 진단과 처방 또한 냉철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대중음악개혁연대를 위시한 문화예술·시청자단체들의 지적에 십분 공감한다. 방송사 예능국의 개혁을 통해 투명한 제작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부급 pd의 캐스팅 권한 독점, 위계화된 직제 등의 원인분석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본다.
|contsmark2|하지만 그러한 지적이 오늘날 한국 대중음악계의 왜곡과 소위 ‘저질’ tv 프로그램의 범람을 초래한 핵심원인인가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비록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요즘 방송사의 내부는 소수의 문제성 간부 pd들에 의해 완벽히 장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장악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방송 민주화운동의 성과 덕택이다)
|contsmark3|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tv가 몇몇 거대 기획사가 관리하는 ‘스타 시스템’의 틀 속에서 헤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착형 간부 pd들에 의해 장악돼있지 않은 대다수의 pd들 역시 거대 연예기획사 출신 ‘스타’들에게 무더기·겹치기 출연, 노골적 홍보무대를 선사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contsmark4|도대체 왜 그런가? 무엇보다도 연예자본의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문화적 전문성보다는 조직과 자금력을 앞세워 대중의 코드를 읽고, 철저한 상업적 기획하에서 멤버를 구성하고, 춤과 패션을 개발 또는 표절해 ‘스타’를 제조해내는 거대 기획사. 그 ‘스타’를 중심으로 판을 짜서 안정적으로 이윤을 확보하려는 연예자본.
|contsmark5|그들이 방송의 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해 콘텐츠 공급을 과점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그 위에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세함으로써 pd는 연예자본의 반문화적 속성과 탐욕적 본성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결국엔 두 손을 들게 된다.
|contsmark6|시청률 경쟁을 단 한순간도 뇌리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방송환경 속에서 pd는 제 아무리 전문성이 있다 하더라도, 창의적인 기획을 하고 싶어도 맥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contsmark7|그에 따라 프로그램들이 상업주의적으로 표준화되고,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과잉공급되며, 거대 기획사가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들과 금전과 인맥으로 밀착된 간부 pd가 유능함의 전범이 되며, 대다수의 예능 pd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예자본의 영향권 안으로 편입되게 된다.
|contsmark8|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자본이 주도하는 상업주의적 방송환경 그 자체다. 이미 방송권력보다 위에 서있는 연예자본의 우월적 지위와 그로부터 강요되는 비자발적 종속이다.
|contsmark9|지금 우리에겐 환부를 도려냄에 있어 조금의 주저함도 아쉬움도 없다. 다만 문화예술, 시민단체들에게 마음으로부터 호소하고 싶을 뿐이다. 냉철하게 그리고 보다 종합적으로 문제를 진단해달라고. 우리 pd들로 하여금 상업주의의 압박으로부터, 시청률 지상주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제작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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