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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방송 PD다!

|contsmark0|jtv(전주방송)이 전라북도에 전파를 발사한지 이제 5년이 지났다.개국과 동시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나, 시간은 빨리 흘러 어느새 5년차 pd가 되었다.5년.
|contsmark1|참 많은 선배, 동료들이 내 곁을 떠났다. 누구는 공부를 더하겠다고 유학을 떠났고, 누구는 따분한 지방이 싫다는 이유로, 누구는 제작여건이 더 좋은 서울로 그렇게들 떠났다.
|contsmark2|‘제발~ 서울에서 제작하는 거 자르지 마세요. 재미없어요!’ ‘시청자 주권을 무시하지 마라’ ‘방송국 폭파시킬 거예요’라는 글들을 우리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종종 볼 수가 있다.(다른 지방방송사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비슷할 것이다)
|contsmark3|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많던 선배, 동료들이 떠난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실 신입pd로 들어 온 동기들이 모두 떠나 나 혼자 남았다.(동기들이 떠나서 후배가 5명이나 생겼지만) 다른 부서 사람들이 “너는 언제 떠나냐?”며 웃으면서 묻기도 한다. 나도 곧 떠날 것이라는 듯이.
|contsmark4|하지만 난 떠나고 싶지 않다. 왜? 제작여건이 좋아져서? 지방 방송국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다시피 제작여건이 안 좋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짭짤한 부수입이 있어서? 사실 지방 사람들은 돈이 별로 없다. 그리고 pd들은 촌지를 받지 않는다. 지방유지로서 대접을 받기 때문에? 다 옛날 말이다.
|contsmark5|개인적으로 대도시의 분주함과 번잡함을 싫어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떠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곳 전라북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contsmark6|현재 나는 영호남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하고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떴다 우리동네> 라는 프로를 제작하고 있다. 1년 내내 농사일로 제대로 웃을 기회와 시간조차 없던 어르신들이 녹화가 있는 그날만큼은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얼굴은 햇볕에 타 검고 주름은 많이 졌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그 환한 미소.
|contsmark7|녹화가 끝나면 다들 “내가 언제 텔레비전에 한번 나와 보겠느냐”며 고맙다고 나를 포함한 제작진들의 손을 꼭 잡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된 농사일로 손마디는 굵고 거칠지만 인정이 넘치는 따뜻한 손.
|contsmark8|바로 이런 환한 미소와 인정이 넘치는 손길은 내가 이곳 전라북도에서 지방방송 pd로서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jtv(전주방송)이 2차 민영방송으로 개국해서 5년이라는 기간동안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겠지만, ‘서울방송 자르지 마’ 라고 외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여전히 있을 것이고, 그 글을 읽은 나는 또 지방방송 pd로서 정체성이 약간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contsmark9|아주 아주 약간.그리고 항상 늘 그랬던 것처럼 즐겁게 촬영을 갈 것이다. 나를,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속으로. 파이팅!
|contsmark10|서수권전주방송 편성제작팀
|contsmark11||contsmark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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