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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택시와 승용차 번호판에서 일어나는 일들

|contsmark0|이번호부터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파원 및 해외연수중인 pd들의 생생한 해외통신을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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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물정 모르는 초보 베이징인 정길화의 교통수단은 당연히 택시다. 물론 처음엔 싸다고 생각하고 타던 택시의 비용이 장난 아닌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노선을 알아내 공공치츠(버스)를 타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contsmark4|하지만 지리를 모르니 자주 추주치츠(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풍경이 그 안에 있다. 운전석을 둘러싸고 조수석과 뒷좌석을 기역자로 나누는 칸막이가 그것이다. 이는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만들었는데 먼지와 때가 끼어 매우 지저분한 인상을 주고 승객의 좌석을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좁고 답답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택시를 타면 엄습하는 것은 ‘대체 얼마나 택시강도가 많길래’하는 생각이다.
|contsmark5|그런데 최근 들어 눈길을 끄는 광경이 나타났다. 칸막이가 없이 운행되는 택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사진 참조> 아니 기사양반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셔푸(기사를 부르는 말, 한자로는 師傅) 션머 션머, 어쩌고…” 왕성한 호기심은 짧은 중국어를 무릅쓰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답변은 예상대로 올림픽을 앞둔 도시환경 미화다.
|contsmark6|외국인들에게 불쾌감을 주는지는 알았나보다. 일찍부터도 시작한다. 하긴 요즘 베이징 전역에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근데 택시기사가 하는 말이 재미있다. “(칸막이를 철거하니) 손님은 좋을지 모르지만 기사 입장에서는 왠지 불안해요.” 글쎄 뒷좌석에서 누가 달려들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리고 덧붙이는 얘기, “어쩐지 겁이 나서 요즘은 저녁 8시면 집에 들어가요” 그 때문일까. 칸막이를 철거한 택시는 아직 많지 않다.
|contsmark7|요즘 베이징 도로에 출몰하는 재미있는 풍경이 또 있다. abc, bbc, cnn… 여기에다가 wto, cia, fbi, kgb, ibm, tnt, jvc 점입가경이라더니 마침내 ‘usa-911’, ‘sex-001’, ‘fbi-007’, ‘kid-168’
|contsmark8|무엇이 떠오르는가. 필경 무슨 가게의 간판이나 미리 선점한 인터넷 주소 등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새로 나온 승용차 번호판이다.
|contsmark9|중국공안교통관리부는 지난 8월 12일부터 베이징, 톈진, 항조우, 선전 등 4개 도시에서 자동차 소유주의 희망에 따라 ‘2002년형 새 번호판’ 교체 시범사업을 했었다. 이후 등장한 번호판들이 바로 이것들이다. 이 때 당국에서는 번호판을 바꾸려는 희망자들에게 소정의 등록비를 받는 등 말하자면 미국식을 도입한 모양이니 놀랍다.
|contsmark10|여기서 늦게 배운 뭐가 어쩐다는 속담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좌우간 문제는 진기한 번호로 눈길을 끄는 것을 지나쳐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번호판까지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베이징런(北京人)들이 구가하는 예상치 못한 자유의 ‘발호’에 놀랐음인지 교통관리부는 급기야 시행한지 10일 만에 이를 전격 중단시켰다고 한다.
|contsmark11|기실 이번 희망번호 발급제는 최근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 기존 번호판으로는 수용한계에 달해 도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번호 - 중국인이 재운과 관련되는 8자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 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과열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일부에서 ‘엽기적인’ 번호를 선호해 급기야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contsmark12|이미 발급된 번호판들은 어떤 운명을 겪을 것인가. 사회주의 방식으로 졸지에 완전히 없던 일로 돌리고 원인무효가 될까, 아니면 천민자본주의식으로 여기에 천정부지의 프리미엄이 붙을까. 두고 볼 일이다.
|contsmark13|베이징 거리에 나타난 두 가지 변화는 작금의 중국이 겪는 심대하고도 현저한 변화들에 비추면 아주 작은 소품일 뿐이다. 외국인이 보기에 이것은 이른바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현대 중국이 안고 있는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contsmark14|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병립시키면서 어떻게든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중국. 그러나 인민들이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없어 하거나 때로는 변화의 속도가 당국의 예측을 벗어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시장의 논리가 과연 중국 땅에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바야흐로 정길화의 코끼리 더듬기는 시작되었다.
|contsmark15|추신, 그 와중에도 번호판 중에 한국의 hot, jtl, god가 없나 혹은 kbs, mbc, sbs 나 ktf, skc가 없나를 찾으려 눈을 부릅떴으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contsmark16|정길화 mbc 시사제작국( 중국 인문대 연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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