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를 위한 영화읽기 ‘YMCA 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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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캐릭터가 주는 은근한 웃음

|contsmark0|영화에 대한 반응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시사회일 것이다. ‘ymca야구단’을 시사회에서 본 뒤 몇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용이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20대 초반의 매체 기자들은 영화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소재도 참신하다는 얘기였다. 누구나 동감할만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조금 연배가 높은 분의 코멘트였다.
|contsmark1|필자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들, 매체에서 일하거나 한때 일하셨던 분들은 “예상보다 재미가 덜한데”라는 평을 던졌다. 대사가 씹히는 맛이 없어, 캐릭터가 두드러지질 않아, 스포츠영화의 묘미가 약해 등. 저널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분들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분들은 영화에 대해 나름의 코멘트를 던졌다.
|contsmark2|그 이야기들은 영화를 호의적으로 봤던 필자도 ‘흐음, 그런가, 그렇군’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였다. ‘ymca야구단’은 재치 있는 대중영화다. 소재도 참신하고 극의 밀도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면에선 생각할만한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contsmark3|글공부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선비 호창은 축구공을 갖고 노는 게 유일한 낙. ymca회관에서 야구를 하는 신여성과 선교사들을 만난다. 정림이라는 여성에 대한 호감, 야구에 대한 호기심을 느낀 호창은 야구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든다. ‘황성 ymca 야구단’이 생긴다는 벽보가 나붙자 양반과 상인, 그리고 아이들이 몰린다. 호창 등은 팀을 결성한 뒤 시합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야구단의 이름을 드높이고 일본의 야구팀과 경기를 벌이게 된다.
|contsmark4|아버지와의 갈등, 정림에 대한 애정, 시대적인 우울함을 뒤로 한 채 호창은 다시 한번 경기장에 발을 딛는다.
|contsmark5|‘ymca야구단’은 은근한 웃음을 준다. 호창 역의 송강호는 특유의 어눌하고 썰렁한 연기로 ‘반칙왕’ 이후 그의 팬이 된 관객에게 다가선다. 최근 어느 cf 에서 노인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호창 아버지 역의 배우 신구도 눈에 띈다. 그는 송강호와 ‘커플’로 코믹한 연기를 과시한다. 이외에도 ‘후아유’의 청춘스타 조승우가 단역으로 출연해 극의 후반에서 분위기를 역전시키는 역할로 나온다.
|contsmark6|영화의 재미는 다양한 연기자들이 빚어내는 캐릭터, 그들이 구체적인 시대 맥락을 바탕으로 하는 코미디를 연기하는 점에서 나온다. “…그렇소?” “…아니올시다” 라는 투의 구식 말투가 주는 재미, 그리고 신문물이 도입되면서 민족적 갈등이 서서히 부각되는 시점을 영화적 배경으로 하는 것도 흥미롭다. ‘ymca 야구단’은 조폭 코미디가 한국 대중영화의 유일한 대안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contsmark7|아쉬움이 없진 않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미덕이 영화에서 잘 배어나지 않는 것, 장르영화의 룰이라고 하기엔 이야기의 흐름이 안이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등이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ymca 야구단’이 더 단순한 코미디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남는다.
|contsmark8|민족적 갈등을 부각하고, 팀원들의 충돌 등의 세부적인 장치를 강조하는 대신 더 단순명쾌한 코미디가 되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영화는 웃기엔 심각한 대목이 많고, 심각하기엔 송강호 등의 연기자의 존재가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중영화라는 것은, 인정할만하다.
|contsmark9|김의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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