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PD 기획좌담 - 늘어나는 드라마 외주, 붕괴되는 드라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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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가 외주, 상업화와 공영화의 갈림길에 선 드라마

|contsmark0|드라마 외주비율이 이미 50%가 넘어선 방송사가 있는 등 방송사 드라마 외주비율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외주 드라마의 상업성이 드라마 제작기반을 위협하고, 방송 전체를 부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현업 pd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각 사 드라마pd들이 모여 외주비율 확대의 심각성을 진단, 개선점을 찾는 좌담을 열고, 공동대응을 위해 3사 드라마pd들의 모임을 정례화 하는 등의 방안모색을 나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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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일시 : 2002년 10월30일 오전 12시토론자 : 정해룡 kbs 드라마국임화민 mbc tv제작1국구본근 sbs 드라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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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이강현(사회) : 외주 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합니다. 방송사 내부의 입장에서는 드라마를 자유롭게 만들고,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토양을 확대시키기 위해 기대를 건 측면도 있었지만, 현재는 주객이 바뀌어 전체 드라마의 제작기반 내지는 방송의 기반 전체에 큰 변화를 초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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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임화민 : 외주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고용의 창출과 영상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정책시행 후 과연 과거보다 드라마가 질적으로 나아졌느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시청률 위주로만 몰아가고 있어요. 질적으로 나아진 것도 아니면서 과연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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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구본근 : sbs는 내부와 외주 제작 드라마 비율이 반반 정도까지 왔고 시청률로만 봤을 때 최근 외부가 내부보다 낫다는 일부의 평도 있습니다. 수치로 나오니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죠. 내부 pd들에게는 점점 자기가 연출해야 할 영역이 줄어들어 상당한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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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정해룡 : kbs도 외주 비율이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작 꿈을 펼쳐보고자 하는 후배들은 아예 꿈을 져버린 상태고 내후년 상황도 나아질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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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철학 실종·상업성만 남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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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임 : 제가 올해 마흔이 넘어 미니시리즈를 처음 맡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11년 차 된 다른 pd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미니시리즈를 해보지 못한 pd들이 많습니다. 검증이 안 됐다는 이유죠. mbc의 경우 외주로 나간 pd들은 이미 내부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들이라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내부제작 드라마가 외주에 비해 시청률 면에서 뒤지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오히려 더 좋았죠. 지금 외주제작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드라마 철학은 없어지고 상업성만 두드러진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tv가 상업적인 문화를 더 강조하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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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정 : 외주제작사가 각 방송사 이미지에 적합한 프로를 하고 있느냐,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모양새가 비슷한, 이를테면 스타들을 데리고 시청률만을 노린 프로밖에 없어 각 방송사 사이의 차별성도 사라지고 pd들 개인의 역량과 모든 환경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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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구 : 외주제작사가 많이 늘다보니 드라마의 핵심 제작 요소인 연출, 작가, 배우에 대해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스타급 연기자들만 여기저기 수요가 높아져 더 이상 어느 한 곳과 전속 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작가들도 이미 몇 년간 계약이 돼 있어서 내부 새내기 연출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하는 작가들을 잡기가 힘듭니다.
|contsmark19|경쟁력 있는 스타와 작가들이 아예 독점돼 있어 지금 방송사 내부에서 연출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또, 외주제작사들은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결국 시청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거죠. 방송사가 정당하게 지원해 줄 건 해야하는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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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임 : 무엇보다 드라마를 왜 하는지, 드라마 연출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상적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왜 합니까? 나름대로 연출자의 인생관이나 철학을 극에서 풀어 전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경쟁 때문에 상업적인 기술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어요. 드라마에서의 경쟁이라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판치는 신자유주의에서나 볼 수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아시아적 가치관, 한국식이 있어요.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누구의 영화 제목대로 ‘오 드라마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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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이 :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겠다는 곳은 늘어나고, 스타급 연기자들은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습니다. 연출과 인력은 방송사에서 지원하고 외주 프로덕션을 통해 작품을 납품 받는 등 기형적인 외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쟁력이나 효율적 측면만 강조하다보니 각 방송사 차별성도 없어지고 장인 정신이 있는 pd들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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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6|방송미래 위해 외주정책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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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구 :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내부 pd들의 사기문제입니다. 사기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요. 어차피 기획서를 제출해봤자 못 맡을 것 같다는 거죠. 또, 사고의 지평이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걸 하려면 몇 십억원 필요하고 동남아시아도 가야되고 북한도 가야되고’ 하는 등의 대담한 기획이 점점 현실에 치여 사장되고 있습니다.
|contsmark29|기존의 제작비 가지고 뚝딱뚝딱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감흥을 못 줘요. 이런 면에서 외주제작이 상업화를 부추기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sbs경우 <야인시대>나 <대망>은 외주제작사들이 야외세트를 세우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내부pd들도 이런 식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방송3사가 제작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pd들이 대담한 연출을 할 수 있도록 회사가 뒷받침 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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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임 :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내부 인력 양성에는 방송사들이 손놓고 있는 거예요. 신자유주의에 기반해 무조건 경쟁으로만 내모는 거죠. 이런 시각이 오늘의 문제를 양산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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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정 : 한국의 방송인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있고 나름대로 자기 역할에 대한 자존심이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집단입니다. 일시적으로 이익을 주는 외주제작사가 과연 한국 방송의 미래를 생각하고 한국 영상산업의 발전을 생각하느냐. 누구도 그렇게 생각 안 할 것이고, 미래는 결국 방송사의 몫입니다. 지나치게 늘어나는 외주제작을 이제는 재검토해야 하고 내면적으로는 방송사의 권위적이고 진부한 의사결정 과정도 개선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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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구 : 스타섭외나 출연료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드라마 기획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외주제작사가 스타들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하는 게 이해가 가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니까요. 외주제작사들은 주연배우를 잡기 위한 몸부림이 상상을 뛰어넘어요. 부가적인 수익을 제시하고 연기자 집 앞에 찾아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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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이 : 방송사 내부에서 주연급 연기자를 잡기 어려워진 것은 시청률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불공정한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외주제작사에 비해 방송사는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돼 있어 도저히 먹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내부pd들은 트레이닝 기회도 박탈당하고 내부제작 드라마 편수는 줄었어요. 후배 pd들도 안 하겠다고 떠나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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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한국은 할리우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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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이 : 외주 드라마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불공정한 입장의 내부 pd들과 앞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후배들이 좌절감에 빠지고 있습니다. 또 스타시스템에만 의존한 채 별 내용 없이 비슷하고 시청률만을 노린 상업적 드라마가 범람하면서 드라마 전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토양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타결해야 좋을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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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4|정 : 회사측의 적은 투자, 경쟁력 있는 작가 확보의 어려움 등 한계가 있긴 하지만, 첫째로 장기간의 시간을 가지고 좋은 드라마를 만들려는 pd들의 자기 노력이 우선 필요합니다.
|contsmark45|두번째는 자기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시청률에만 얽매이는 경영진의 의식변화가 요구됩니다. 경영진은 드라마의 전반적 기반확충을 위한 인프라 양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 pd들에게 연출 기회를 많이 줘야 합니다.
|contsmark46|셋째로,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면 연출자의 능력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내부 분위기나 가치의 공유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은 방송사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pd연합회라든지 각 사의 pd들이 꾸준한 의견 제시와 함께, 시청자 단체와 연계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흐르는 방송 전반에 대해 공동 대응해야 합니다. 시청률이 낮아도 새로운 기획이나 새로운 연기자의 발굴, 연출가의 창의력에 우선 높은 가치를 부여해 드라마의 획일화를 방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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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8|임 : 외주를 주는 데 있어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고 과정을 공개해 한국 드라마를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시청자를 위한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할리우드와 우리는 틀리다는 겁니다. 할리우드는 전세계 시장을 상대하기 때문에 마케팅 우선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한국시장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달라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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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충분한 기획시간, 연구개발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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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3|구 : 방송사가 스스로 뽑은 인력들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가져야 됩니다. 재정적·시간적인 투자를 해 내부 인력 양성도 해야 하고요. 한 드라마를 맡기려면 적어도 2년 정도의 시간이 투자돼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충분히 기획하고 구상하고, 대본이 훌륭하면 스타에 의존할 필요도 없어요. 방송사가 좀 더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pd들이 시간적으로 여유 있고 고민을 많이 하면 드라마는 절대 상업적으로 흐르지 않고 무언가 메시지를 남기거든요. 시간이 없으니까 상업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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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5|임 : 공감합니다. 기획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간부들이 어떤 pd가 언제 어떤 작품을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고 기획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런 배려가 없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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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정 : 과감한 투자는 기본이고 사전 기획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원이 굉장히 약해요. 내부pd들을 무한경쟁에 맡겨버리고 내버려두는 상황입니다. 시간과 인간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소모성 기획경비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pd의 게으름으로 몰지 말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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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9|구 : 방송사에서 버리는 돈도 인정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를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돈, 이렇게 생각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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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1|정 : 방송사가 연구 개발비를 너무 생각 안 해요. kbs는 2tv 개선안에 광고비의 1%를 프로그램 연구개발비로 쓴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개선안이 아직 추진은 안됐지만 그런 게 필요합니다. 국가에서도 광고를 규제할 망정, 광고비를 더 줘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프로를 보게 할 의지는 거의 없죠. pd들이 제작환경이 어렵다고 말하는 근본적인 것에는 문화산업에 국가가 투자를 별로 안 하기 때문입니다. 외주정책도 외주 업체를 질적으로 성장시키는데 투자를 하면서 해야되는데 제도적으로만 보장해줬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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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3|이 : 외주 제작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방송 전반의 문화적 인프라나 케이블 tv, 외부 영상산업 발전 등 후방 문화산업의 확대 계기가 돼야하는데, 지금은 외주프로 편성비율만 강제해 눈앞의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꼴이어서 장기적인 의미의 경쟁력이나 문화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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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6|배우에게 꽃다발 대신 좋은 기획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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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8|구 : 이제는 갈림길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pd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드라마를 통한 수익구조가 있는데, 방송광고, 해외 판권, 음악 등이 그것이죠.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적절히 만족시켜주고, 방송사 입장에서는 공익적인 측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내부 프로듀서의 양성이 필요합니다.
|contsmark69|두번째는, 드라마가 뚝딱하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방송사가 인식해야 합니다. 충분한 기획시간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측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거죠. 외부와 내부 pd들이 모여서 시장의 공정경쟁 내지는 윤리성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각종 편법이 있어요. 서로 간에 모여 그들의 괴로운 점, 우리 괴로운 점을 털어놓으며 공동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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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1|임 : 흔히 연출가들이 배우를 잡으려고 ‘꽃다발’을 가져간다고 하는데, 이 용어도 사라져야 합니다. 싸구려 문화 같아요. 좋은 작품을 가지고 연기자를 찾아갔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거죠. ‘꽃다발’이라는 말은 연출자와 연기자, 우리 문화 자체를 싸구려로 보는 거예요. 꽃다발 대신 좋은 기획안과 완성된 대본을 갖고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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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3|이 : 외주 문제는 1박 2일 세미나를 가져도 될 만큼 심각한 사안입니다. 과거에 방송 3사 드라마pd들의 모임인 드라마 연구회가 있었습니다만, 각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많은 pd들이 외주로 나가면서 인원도 줄어 지금은 와해상태입니다.
|contsmark74|이런 모임이 활성화돼 외주를 포함해 드라마 관련문제에 대해 각사 pd들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야 한다고 봅니다. 한 두 명의 문제제기 차원에 그치지 말고 공동대응의 차원에서 힘을 실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현업 드라마pd들이 모였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예전에는 침묵이었다면 이제는 생존경쟁의 차원에서 협의체를 만들고 pd연합회도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ntsmark75|정리·요약 = 김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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