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보도 무더기 오보로 비난여론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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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상승’에서 ‘하락’으로 180도 바꿔 … 성급한 예측보도가 문제일부 언론사, 사과보도하기도

성급한 예측보도로 수능보도가 사상최대의 오보사건으로 이어져 언론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수능이 치러진 6일 KBS와 SBS는 ‘수능점수 10~20점 상승 추정’이라며 지난해 보다 쉬웠다고 보도했다. MBC는 저녁뉴스에서 ‘쉽게 출제됐다’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같은날 9시 <뉴스데스크>에서는 ‘수능 어려웠다’며 내용을 완전히 바꿨다. 신문들도 문화와 국민일보를 제외하고 7일 일제히 수능점수가 5~10점 가까이 오를 것 같다고 예측 보도했다. 그러나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가채점 결과 지난해 보다 평균 2~3점 정도 하락할 것 같다는 예측이 나오자 KBS와 SBS는 ‘수능, 지난해보다 2∼3점 하락’등을 내보내는 등 전날 보도내용을 완전히 뒤집었다. 언론이 하루 밤사이에 보도내용을 180도 바꾸자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언론사 게시판에 비난글을 쏟아 붓는 등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울산의 한 재수생이 수능성적 비관으로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언론사의 잘못된 예측보도가 죽음을 불렀다는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일 인터넷 게시판에는 “죽은 학생을 위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이 사건을 계기로 부정확한 언론의 보도 방식을 바꾸자”는 의견이 오를 정도였다. 문제가 커지자 S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사들은 빗나간 보도에 대한 원인분석과 사과보도를 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입시전문가들도 학생의 학력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의 난이도만으로 점수를 예측한 경솔함을 인정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사과보도는커녕 재수생들에게 유리했다는 일부 입시전문학원의 발표만을 연일 보도해 문제를 회피하는 모습마저 보였다는 비난이다. 수능 당일 현장을 취재한 EBS 의 김한중 PD는 “결국 사설 입시학원들은 철저히 상업화되어 있다”며 “그들의 보도를 100%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수능 오보사태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입시전문기관의 어긋난 예측이 문제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취재관행과 언론의 성급한 보도를 문제로 꼬집고 있다. 김한중 PD는 “수능 당일 교육부로부터 문제지와 답안지를 받은 출입 기자들은 사설입시학원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에 100% 의존해 기사를 작성한다”며 “이후 미치게 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전에 그들이 말하는 분석에 대해서 의문조차 품지 않고 앞다퉈 그대로 받아 적기 바쁘다”며 취재관행을 꼬집었다. 민언련 김유경 매체홍보부장도 “일단 입시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당사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심리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수능 결과가 발표되려면 한달이 남았기 때문에 결국 예측 기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루정도 늦더라도 충분한 취재와 검증을 거쳐 기사를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을 출제한 교육평가원도 시험 다음날 표본채점을 한 결과 발표 이후 보도를 권고하며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호소하고 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양문석 실장은 “서해교전, 대북비밀지원설, 북핵보도 그리고 수능보도에까지 누가 말했다는 사실만 있을 뿐 그것에 대한 확인검증은 하지 않고 언론은 추측보도만 일관해오고 있다”며 “취재원의 말을 여과없이 중계 보도할게 아니라 확인작업 노력을 앞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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