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에 “편집 않겠다” 서약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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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답변 조건 내걸어 인터뷰 거부 … ‘편집권·언론자유 침해’ 비난 거세

어제 DTV 전송방식 문제 다뤄정보통신부가 MBC 에 서약서를 요구해 언론자유 침해라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고, 아울러 정통부의 그릇된 언론관이 문제되고 있다. 은 19일 ‘디지털 TV, 소비자가 봉인가’(연출 조능희·박건식)를 통해 현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을 고수할 경우 유럽식에 비해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50조원이 발생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전송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그러나 전송방식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통부의 해명이나 반론을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제작진은 그 이유를 방송에서 “정통부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보낸 8개의 질문에 대해 정통부가 일괄답변하겠다는 점과 답변내용을 편집 없이 그대로 싣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인터뷰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내왔다”며 “이는 언론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제약이라는 차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인터뷰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이에 앞서 정통부는 지난 13일 의 인터뷰 요청 공문에 대한 회신에서 ‘이성욱 전파방송관리국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정확한 정부의 의사전달을 위해 일괄답변하겠다는 점’과 ‘첨삭 없이 그대로 방영해 달라’고 답했다. 회신과 함께 정통부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민사소송 등 일체의 법적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작 책임자에게 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첨부했다. 정통부 이재홍 방송위성과장은 “디지털 전송방식을 다룬 올해 2월 MBC 특집방송과 <시사매거진 2580> 등 두편의 프로그램이 정부 입장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는 형식으로 방송돼, 입장이 왜곡되게 전해졌다”며 “이를 막기 위해 편집 없이 일괄답변하는 조건에서만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고유의 권한인 편집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는 입장이다. 8개 질문에 일괄답변하는 시간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5분이라고 보고, 이를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달라는 것은 평균 30초 안팎인 개별 인터뷰 시간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제작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는 것. 더욱이 이같은 내용을 사전에 서약서로 요구한 것은 언론 취재 활동에 대한 근원적인 부정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언론관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다.제작진은 “MBC 프로여서 정통부가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 조치는 제작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처사인데다, 당사자가 국가기관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정통부는 앞으로 모든 언론에 서약서와 일괄답변을 요구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누구나 취재를 거부할 권리는 있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이, 그것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과 연관된 취재에 진지하게 임하고 문제가 있으면 방송이 나간 후 문제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통부의 부적절한 행위를 꼬집었다. 또 정교수는 자신을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면 취재를 거부하는 추세가 확산돼 시사고발프로가 위축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법무법인 정세의 김택수 변호사도 “편집권을 부당하게 간섭한 측면에서 언론자유 침해로 볼 수 있고,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서약서를 요구한 것은 제작진에 대한 부당한 압력행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통부는 디지털 전송방식을 다룬 올해 두편의 MBC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모두 사전 인터뷰를 거부하고, 사후에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식으로 대응해와 교묘하게 법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김변호사는 “정통부가 사전에 제시한 인터뷰 조건이 방송프로그램의 특성상 허용될 수 없는 조건이어서, 이 경우 반론권의 사전 포기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사후 반론청구도 인정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홍 과장은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알리고자하는 의도에서 이해해달라”며 두편의 MBC 프로에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학적이지 못한 비교시험 결과를 방송하는 것이어서 무의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해명했다. 정통부는 방송을 본 후 반론보도 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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