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연 프로그램의 현황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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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재연…, ‘PD정신’이 그립다

|contsmark0|요즈음 텔레비전을 보면 조금씩 그 주제와 소재가 다를 뿐,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지난 가을개편 이후 새롭게 편성된 오락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그 주된 형식이 재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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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의 경우 <기적체험 구사일생>을 비롯하여 <러브스토리>, <결혼스토리>, <김용만·박수홍의 특별한 선물>과 <발견천하 유레카>등 5편의 신설 프로그램이 모두 재연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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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이미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와 <타임머신>등으로 재연왕국의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꿈꾸는 tv 33.3>을 신설하였고, sbs 역시 <깜짝 스토리랜드>에 이어 <휴먼 tv 유쾌한 세상>과 <우리들의 영웅>등을 새로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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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bs 2tv의 <테마토크 부부본색>과 <쇼 파워비디오> 그리고 sbs의 <솔로몬의 선택>과 <뷰티풀 선데이>등 기존의 대표적인 오락 프로그램들에서도 재연코너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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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최근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그 절반 이상이 재연기법을 중심구조로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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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독창성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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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 재연 프로그램, 재연기법이 늘어가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사실 재연프로그램이 그 자체로서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것은 시청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넉넉히 호흡하는 중요한 제작기법이기도 하다. 그동안 재연기법을 활용한 프로그램들 중에 호평을 받은 경우도 상당히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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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이 그려내는 삶의 이면에는 언제나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배여 있었고, 는 또한 어떠한가? 최근 ebs가 선보이는 <역사극장>은 기존의 역사극이 낳은 문제를 새롭게 보완해나가는 좋은 재연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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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부터 재연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오로지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무분별한 재연장면이 늘어나면서 재연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질적 저하가 우려되고 있는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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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증하는 재연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커다랗게 느끼는 문제는 각 프로그램의 독창성이 사라지고 있고, 다양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위협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형식에 대한 모방이요 표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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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특정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한가를 유지하다보면, 그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서술구조는 모방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반론 역시 있을 수 있다. 형식의 동일함이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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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맛깔스런 음식이라면 담아낸 그릇이 좀 비슷하거나 똑같은들 무슨 상관이냐고. 그러나 오락 프로그램의 생명이라면, 시청자의 다양한 취향을 근거로 하는 것 아닐까? 그 안에는 시청자의 다양성 존중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실려 있어야 함을 그들은 간과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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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소재 여과없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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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우려는 방송용으로 부적절한 소재가 단순히 흥미롭다는 이유로, 시청자의 사연이라는 명분 아래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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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20년 전 신문의 한 귀퉁이를 장식했던 흥미로운 사건이나 시청자들의 사연은 매 회 소재 찾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제작진들의 고충을 쉽게 덜어주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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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에는 함정 또한 도사리고 있다. 제작진의 아이디어 빈곤을 해결해주는 편의가 장점인 한편 어느 누구도 그것이 결과하는 메시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 이로 인해 여러 종류의 파행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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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지난 12월 8일에 방송된 sbs <깜짝 스토리랜드>의 한 코너에서는 “사건파일! 범인을 사랑한 피해자들!”이라는 주제 아래 자신을 강간한 범인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물론 존재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이 가지는 보편적 속성이나 최소한의 도덕적 가이드라인마저 제작진들이 완전히 망각한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드는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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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청자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긴장하고 헤픈 웃음만 흘리고 있다.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충전해야 하는 일상에의 복귀에너지를 충전시키기는커녕 자극적인 화면과 이야기의 끝부분에서 불필요한 상상으로 생활에너지까지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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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연은 필요 이상으로 넘치면서 프로그램을 자극으로 치닫게 하는 기제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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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pd의식이 낳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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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재연프로그램의 의의는 몇몇 특정인에게 국한된 경험이나 사연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며, 그것이 주는 가치와 교훈을 공유하려는데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재연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실종된’ pd의식이 낳은 모방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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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흥미와 자극으로 일관하고, 무궁무진한 소재에 그들이 취해 있을 때 시청자들은 질곡에 빠져드는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흥미로운 사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경험이고 웃지 못 할 일인데, 그것을 하나의 가벼운 웃음거리로 희화화하고 헤프닝화하는 것은 제보자와 시청자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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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분명히 이러한 문제는 재연프로그램이라는 그 포맷 자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pd 의식의 실종과 상업성을 우선시하는 허약한 일부 제작진들로부터 파생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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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기획의도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요즘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 무엇인가에 대한 눈치 보기만 존재한다. 그것이 형식이든 내용이든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좇아 흉내 내기에 급급해한다. 그러나 분명히 그들에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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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넘나들었는데, 그곳엔 으레 넘나든 자들이 많아 또다시 경쟁이 일고 그 안에서 추락하는 시청률을 보상받는 방법으로 기괴한 발상이나 자극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슬픔만이 그들을 기다린다. 방송은 사회적 존재이다. 그리고 그 품격은 진실 된 메시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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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많은 가치가 개인화하고 파편화 될 지라도 시대를 초월하여 시청자들의 삶의 질을 충만케 하려는 pd 정신이 참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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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실장|contsmark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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