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제작기 <100인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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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토론한마당

|contsmark0|상황1. “그러니까, 패널은 들러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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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그날도 어김없이 패널로 출연한 중견변호사 한사람이 이렇게 되물었다. 그날의 주제는 길거리 흡연. 찬반 양측의 전문가와 시민들간의 토론이 벌어질 참이었다. 패널들이 오면, 우선 섭외를 담당한 작가들이 각각 다른 방으로 안내해서 토론 진행에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꼭 한번쯤은 이 질문이 튀어 나오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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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들러리구만”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몇번이나 이 점에 대해 주지를 시키지만, 막상 방송사에 오기까지는 자신들이 ‘토론의 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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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2. 소나기같이 쏟아지는 100인토론자들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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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토론이 시작되면, 패널들은 곧 알게 된다. <100인토론>은 전문가들이 이런 저런 사례를 들며 반대의견을 가진 또 다른 전문집단과 논쟁을 벌이는 토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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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토론자석에는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출연한다. ‘길거리 흡연규제’를 토론할 때는 길거리흡연으로 상처를 입었거나, 옷이 탓거나, 그 연기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만삭의 임산부들이 직접 출연한다. 반대편에는 종로거리에서 노점상을 하는 흡연자가 나와 자기는 그럼 어디 가서 담배를 피워야 하느냐고 항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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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담배소비자보호회에서 나와 이것은 기본권의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혐연권은 남의 기본권을 보호할 때 그 사람의 기본권도 보장받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모두가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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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객석에서 패널의 발언에 대해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패널은 토론에서 100인의 토론자들에게 근거와 이유, 사회적 상황을 알려주는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역할을 할 뿐, 중요한 사안들은 모두 100인의 토론자들이 쏟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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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아빠의 선택’이 주제였을 때는 대입위주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아들을 조기유학시킨 기러기아빠에게 돈이 없어 중고생인 세 자녀를 모두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빈민층아버지가 강력하게 항의를 하기도 하고, 특히 최근에 방송한 ‘여중생 추모촛불시위’때에는 범대위측과 앙마가 직접 출연, 100인 토론자석에 앉아, 서로의 입장차이와, 촛불시위의 향방을 가늠 짓는 중요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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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진행되다보니, 발언의 비율을 따져 보면 패널석이 30∼40%, 토론자들이 60∼70%를 차지한다. 그러니 패널이 들러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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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3, 남의 얘기 듣기, 끊임없이 손들기, 그리고 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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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성격이 이렇다보니 진행자가 하는 말은 “이 주제에 대해 의견 있으신 분?” 혹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가 전부다. 철저하게 토론의 징검다리 역할이다. 출연자의 얘기에 단 한마디도 보태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쟁점을 알려주고 나면 시시콜콜한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토론자와 패널들끼리 알아서 묻고 알아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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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에서 변화가 생겼다. 출연자들이 토론의 흐름을 따라잡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중하게 “잘 들었습니다”라는 말로 자기 얘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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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지만, 정중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자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손을 들기 시작하고, 최근에는 mc가 다가가면, 토론자의 대부분이 손을 높이 치켜드는 자못 ‘감동적인’ 광경들을 자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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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한된 시간, 그들의 의견을 다 들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때 발언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일반 출연자들을 위해 마련한 장치가 바로 ‘표결’이다. 표결은 토론의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말할 수 있는 기회다. 제작진끼리는 이들을 배심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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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표결의 의미,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진지한 표결이 이루어지도록 당부한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제작과정을 보면, 참여자들이 표결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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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00인토론>은 다양한 장치와 포맷 속에서 전문가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토론한마당’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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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들의 변, ‘변화무쌍한 80분간의 유쾌한 토론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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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토론>은 찬반 양측의 토론을 원칙으로 한다. 주제는 관련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립이 심각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토론문화에 익숙치 않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진행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 지 모르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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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자신이 공개적으로 몰매를 맞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출연자가 방송 하루전, 심지어 몇시간전에 출연을 거부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때문에 제작진은 일주일 내내 좌불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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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로그램이 거듭되면서, 출연자와 시청자들, 그리고 방송사내 선후배들로부터 ‘딱딱한 토론이 아닌, 유쾌한 토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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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토론이란 열린사회로 가는 매우 중요한 사회장치이자 문화다. 하지만, 토론문화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인식적인 면이나 경험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많다. 과연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자기 주장만 해대는 기존의 토론문화속에서는 시간낭비나 바람직한 의사결정에 방해요인으로 역작용할 우려도 크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토론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출발 3개월째인 <100인토론> 제작진 모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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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순kbs 교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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