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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속 ‘퍼즐 맞추기’, 그래서 비밀은 특별하다

[인터뷰] KBS 2TV ‘비밀’의 이응복·백상훈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3.11.20 11: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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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비밀>(극본 유보라·최호철)이 탄탄한 이야기와 세련된 연출력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줄곧 수목극 1위를 지켜온 <비밀>은 지난 14일 마지막회 시청률 18.9%(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집계)로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밀>은 <메디컬 탑팀>(MBC), <상속자들>(SBS) 등 쟁쟁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비토커’(<비밀> 스토커의 줄임말)라 불리는 마니아층이 생겼을 정도로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PD저널>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이응복·백상훈 KBS PD를 만나 <비밀>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밀>은 단막극 출신의 역량 있는 PD와 유보라·최호철 작가의 시너지 효과가 톡톡히 발휘된 작품이다. 이응복 PD와 백상훈 PD는 <드라마스페셜>에서 연출의 기본기를 다지며 두각을 나타냈다. <드림하이>, <학교 2013> 등을 연출한 경력 12년 차인 이응복 PD나 백상훈PD 모두 ‘미스터리 멜로’라는 정통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처음 장편에 데뷔하는 신인 작가들과 손을 잡고 통속적인 스토리를 신선하게 엮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 KBS 2TV <비밀>을 연출한 이응복 PD(좌)와 백상훈 PD(우)  
▲ KBS 2TV <비밀>을 연출한 이응복 PD(좌)와 백상훈 PD(우)

<비밀>로 뭉친 이들은 조민혁(지성), 강유정(황정음), 안도훈(배수빈), 신세연(이다희) 등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복수와 증오, 사랑과 연민을 그렸다. 복수와 증오는 드라마의 단골소재지만 이들은 숨은 복선과 장치를 통해 ‘미스터리 멜로’의 느낌을 한껏 살려냈다. 무엇보다 신인인 유보라·최호철 작가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부터 기획했는데 유보라 작가는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터치를, 최호철 작가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적 터치를 맡아 역할 분담이 잘 됐어요. 또 (연출자로선) 남들의 기대보다는 우리들의 기대와 욕심을 버리지 말고, 과연 증오가 사랑으로 갈 수 있는지에 내실을 기하자는 생각이 컸죠.”(이응복)

“기성 작가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정해진 틀이 있지만 신인작가(유보라·최호철)는 거칠어도 새로운 게 많아요. 해보고 싶은 이야긴 해보자는 식이죠. 이들은 잃을 게 없으니까요. 뻔한 드라마라도 다른 지점이 있었다는 건 새로운 무언가를 잘 잡아냈다는 거겠죠.”(백상훈)

이처럼 연출과 작가의 합이 잘 맞았지만 <비밀>의 핵심인 ‘미스터리’와 ‘멜로’를 엮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민혁이 자신의 옛 연인을 죽게 한 유정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파격적인 만큼 초반에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었지만, 갈등을 비집고 피어난 이들의 사랑이 과연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난관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증오’는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사랑은 다르죠. 대사나 영상으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미세함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설명하려 들면 말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이응복), “‘증오’와 ‘사랑’은 모두 시간이 필요해요. 오랜 시간 증오하는 동안 사랑이 쌓인 거죠.”(백상훈)

이처럼 <비밀>은 인물의 서사와 감정이 굴곡진 드라마였다. 유 작가도 종방연에서 “감정 표현이 힘든 장면이 많아 연기하는데 힘드셨을 텐데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인사를 전할 정도였다.

그래서 인물의 시선 처리와 대사의 톤으로 감정선을 그들이 처음 만난 첫 회부터 세밀하게 잡아갔다. 또 네 남녀의 갈등의 핵심인 ‘비밀’을 표현할 땐 복선과 장치를 적극 이용해 인간의 죄와 무죄의 이면을 드러냈다. 예컨대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얼룩지는 <비밀>의 타이틀 로고부터 시작해 ‘물’과 ‘유리’, ‘거울’의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해 불행을 암시했다.

  ▲ KBS 2TV <비밀> 포스터. ⓒKBS  
▲ KBS 2TV <비밀> 포스터. ⓒKBS

이 PD는 “세트장도 유리를 많이 썼는데, 물, 유리,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뜻한다”며 “인물 중 누구 하나도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나치게 이타적이거나, 파괴적이거나, 책임감이거나 이러한 비틀어진 인물들을 보여주고자 반사된 이미지를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백 PD도 “인물의 감정선과 맞는 영상을 연출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이 PD가) ‘거울 반사’를 쓰니까 서로 그러한 부분을 응용하면서 하나의 결이 완성된 것 같다”며 “(자동차 후미등, 와인잔, 신호등 등) 색감이나 반사의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곳곳에 숨은 복선과 장치를 찾아내는 등 '퍼즐 맞추기'에 재미를 붙였다. 또 인물의 대사와 소품이 지닌 의미들을 곱씹는 등 '비토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했다. “영화, 소설, 시 등의 장르에서는 독자들이 해석을 즐기는데 드라마는 왜 그러한 부분이 부족할까 싶었어요. 시청자들이 시각적인 즐거움과 다양하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놀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이응복)

백 PD도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낸 장면도 많았다”며 “예를 들어 날씨 때문에 야외 대신 굴 안에서 찍은 신의 경우, 조명감독이 그림자 대비를 더욱 살리니 시청자들이 해당 장면에 의미를 부여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이 꼽는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이 PD는 첫 회의 교통사고 장면을 택했다. 그는 “사고를 저지른 도훈이가 뒷모습을 보이며 도망가다 어둠에 잠기는 장면”이라며 “한순간의 실수로 유정에게 평생 뒷모습만 보일 수밖에 없는 도훈이가 슬프게 기억된다”고 말했다. 백 PD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 큰 벤치에 앉아 있는 민혁과 유정의 모습이 현실에 발이 닿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명장면으로 꼽았다.

아울러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휘청거리던 ‘도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PD는 “도훈을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다. <추적자>·<황금의 제국>(SBS)처럼 멜로가 없다면 도훈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잘 버무릴 수 있었을 텐데 악의 구도로만 풀어낸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밀>은 종영했지만, KBS 단막극 출신의 PD들과 유보라·최호철 작가가 뛰어난 호흡을 보여줘, 단막극 존재의 중요성을 입증한 결실이 됐다. “<비밀>을 할 수 있었던 건 그간 단막극에서 여러 장르를 경험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신인 작가도 입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정도로 그만큼 단막극이 주는 힘이 컸던 것 같습니다.”(이응복) 이 PD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백 PD는 단막극 <드라마스페셜> 연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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