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편집’ 당한 이외수 “사살당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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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 주장 수용한 MBC <진짜사나이> 강연분 편집

“사살당한 기분입니다.”

소설가 이외수 작가가 22일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MBC가 자신이 <진짜사나이>의 초청을 받아,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한 내용을 해당 방송에서 ‘통편집’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소감이다.

MBC는 2010년 당시 천안함 사건 관련 정부 발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던 이 작가의 해군 강연을 두고 방영 중지 및 사과를 요구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요구를 수용했다. 하 의원과 이 작가는 이를 두고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여왔다.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하 의원에 힘을 실으면서 국방부 관계자의 문책까지 요구한 바 있다.

MBC 측은 “유가족이나 전사자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당초 MBC 측은 해당 강연방송분에 대한 편집 여부를 놓고 고심하다가 국방부의 최종 입장 발표 후 ‘통편집’을 결정했다.

▲ 소설가 이외수 작가가 22일 MBC의 '통편집' 결정 후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국민이 정부의 발표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국회의원이 외압을 가해서 강연이나 티브이 출연을 금지시키는 민주(헐)공화국입니다"고 글을 올렸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앞서 “국방부 실무자들은 이외수씨의 과거 천안함 폭침 관련 트윗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야기된 논란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던 국방부는 하 의원 등 새누리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아예 책임을 MBC로 돌렸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는 해군 2함대 토크콘서트 10여일 전에 MBC가 강사로 이외수씨를 섭외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외수씨의 최근 개인사 논란 등을 이유로 MBC 측에 강사 교체를 요구했다”며 “이에 MBC 측에서는 특별히 문제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인물을 섭외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답변을 해 왔다”고 밝혔다. MBC의 통편집 결정은 이 입장 이후 나온 것이다.

이 문제를 최초 제기했던 하 의원은 “상황종료군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사건은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우리에게 잘 알려준 사건입니다”고 자평했다.

노회찬 “대화록도 편집했는데, 편집증세 심한 정권”

그러나 이 작가는 이 같은 MBC의 결정이 알려진 뒤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국민이 정부의 발표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국회의원이 외압을 가해서 강연이나 티브이 출연을 금지시키는 민주(헐)공화국입니다"고 글을 올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발표에 대한 의혹 제기도 허용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그는 이어, “이외수는 종북좌빨인가”라는 트윗에 자신과 하창수 작가의 대담집 <마음에서 마음으로> 내용을 링크해 일부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 작가는 “종북좌파라는 얘기에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는 하 작가의 질문에 “‘오른손으로 써야만 올바른 글을 쓸 수 있고 나라를 위한 글이 된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어야 나라를 위한 일꾼이 되고, 왼손으로 먹으면 김일성 추종자가 된다’는 논리를 편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또 “나는 북한의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예술은 체제 찬양의 도구 이상이 아니다”, “인권이 없다”, “굶주린 사람이 너무 많다” 등 자신이 종북이 아닌 이유를 대고 “그런 정권을 내가 따른다고 주장한다면 이유는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자기가 그러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거나, 눈이 멀었거나, 미쳤거나”라고 답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2년 9월 25일 강원도 화천 이외수 문학관을 방문해 이외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박근혜 캠프 제공
한편, MBC의 통편집 결정에 따라 이번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외수 형님이 군대에서 강연해서는 안 될 반국가분자라면, 박근혜 후보는 왜 대선 때 그 분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는지... 친노종북 아냐?”라고 하 의원 등 새누리당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그 어떤 사건이든지, 그 의혹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형식을 취했다면, 그 의혹의 제기는 허용돼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의 강연이라고 방송을 들어내겠다는 극단성에서 유신시절의 광기를 본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기사를 링크하고 “대화록 편집하고 녹취록 편집했는데 MBC쯤이야 통편집 못할 것도 없죠, 편집증세가 심한 정권입니다”라고 비판했다.

MBC출신의 <뉴스타파> 최승호 PD 역시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좀비가 된 MBC”라며 MBC의 통편집 결정을 비판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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