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했던 ‘장밋빛’ 전망, 현실은 ‘잿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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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년, 숫자로 본 종편 현실]

숱한 장밋빛 전망과 함께 출범했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오는 1일 탄생 2년을 맞는다. 그러나 신문·방송 겸영과 콘텐츠 제작 활성화로 세계에서 알아주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고 2만 6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등장한 종편이 현재 출범 당시의 거대한 목표를 떠올릴 여력은 없어 보인다. 내년 3월 재승인 심사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이후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등 기존 미디어들이 점하고 있던 시장에서 무엇을 더 가져올 수 있을지 등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모양인 것이다.

적자 2754억원…글로벌 미디어 꿈나무, 생존에 허덕

타임워너와 월트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처럼 세계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자라날 것이라던 출범 당시의 목표는 이미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똑같이 종합편성을 하는 지상파 방송엔 허용되지 않은 중간광고와 의무재송신, 미디어렙 적용 유예 등의 특혜를 챙기고도 종편은 출범 2년을 맞는 지금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최대 목표인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통계에서부터 드러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201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종편은 출범 첫해였던 지난 2011년과 비교할 때 방송사업 매출이 846억 원에서 2264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고, 광고매출도 715억원에서 1709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 손실 규모도 2011년 869억 원에서 2012년 3097억 원으로 커졌고, 결국 2012년 적자 폭도 2011년 460억 원에서 2754억 원으로 여섯 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실상의 부실기업”(강동원 무소속 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편 출범을 밀어붙인 정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근거로 내세운 2만 6000여개 일자리 창출 전망 또한 무너졌는데, 지난해 11월 방통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의 직원은 13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 통계는 보도전문채널 시절 MBN 인력 388명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종편 탄생으로 늘어난 인력은 931명에 그친 상황이다.

재방비율 58.99%…적자 현실에 콘텐츠 다양화 약속 헌신짝

적자 현실에 대한 해법으로 종편이 선택한 것은 이름에서부터 규정하고 있는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었다. 다양한 장르를 종합 편성해 콘텐츠를 다양화하겠다던 출범 당시의 약속을 내팽개친 것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종편들은 출범 첫 해 동안 방송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고, 편성의 30~50%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메웠다. 과거 보도채널이었던 MBN은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에선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22.7%로 적어냈으나, 실제로는 편성의 51.1%를 보도에 할애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각각 24.8%, 23.6%로 적어냈지만 현실에선 편성의 35.9%, 34.1%를 보도로 채웠다.

JTBC는 오락 프로그램의 과다 편성이 문제인데, 사업계획서(31.5%)에 적어낸 것보다 많은 41.6%의 오락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보였다. 언론·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종편 승인심사 검증 TF(태스크포스)에 따르면 JTBC는 지난해 무려 일곱 차례 전체 방송시간의 50%를 초과해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50조는 오락 프로그램을 전체 방송시간의 50% 이하로 편성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재방송 실태도 심각하다. 종편은 사업계획서에 적어낸 재방비율보다 많게는 10배 이상의 재방비율을 보였다. 사업계획서에서 편성의 5.6%만 재방송으로 채우겠다던 JTBC의 지난해 실제 재방비율은 58.99%였으며, TV조선과 채널A도 각각 56.2%(사업계획서 26.8%), 56.1%(사업계획서 23.6%)의 재방비율을 보였다.

종편 승인심사 검증을 주도한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검증 결과 발표 당시 “종편의 재방비율은 민영 지상파 방송인 SBS의 10.8%보다 4~6배 높은 상황”이라며 “이는 종편의 가장 큰 문제가 콘텐츠 부족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종편들은 사업계획 변경보다 평균 80%대 재방비율을 기록하는 심야방송부터 중단하는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 제재 174건…편파·왜곡·저질방송 ‘오명’

부족한 콘텐츠로는 시청률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1~10월 종편의 월평균 시청률은 0.7~0.8%에 그치고 있는데, 사업 승인 당시의 목표치인 “5년 이내 시청률 3.8% 달성”(JTBC)에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종편이 특정 장르에 대한 편성과 함께 자극적 언사와 특정 성향에 치우친 패널들을 자꾸만 등장시키는 이유다. 지난 7월 여성 정치인의 각선미를 품평한 <박종진의 쾌도난마>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불려온 채널A 보도본부의 서영아 부본부장은 막말로 제재를 받은 출연자를 계속 출연시키는 이유에 대해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종편 4사 시사프로그램 패널 출연현황’(지난 7~10월 기준)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親)정부·보수 성향 패널 출연 비율이 6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D저널>이 방심위의 심의제재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2011년 12월 출범 이후 현재(11월 21일 기준)까지 종편 4사는 174건에 대해 처분을 받았다. 최다 제재는 TV조선으로 55건(법정제재 23건, 행정지도 22건)을 기록했고, JTBC(법정제재 28건, 행정지도 13건)와 채널A(법정제재 23건, 행정지도 18건)가 각각 41건, MBN이 37건(법정제재 18건, 행정지도 19건) 등이었다.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종편들은 시장에 대한 고려 없이 4개의 종편 사업자가 선정된 ‘환경’ 탓을 하고 있다. 채널A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모습이 추구하는 방향도 아니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당장의 생존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편향을 지적하지만 (종편) 탄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야권 성향 출연자를 섭외하기 어려운 현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권오형 TV조선 심의실장도 최근 방심위 주최 토론회에서 “사업계획서대로 편성을 했다면 지금쯤 자본금이 바닥났을 것”이라며 “살기 위해 저가의 비용으로 시장을 찾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종편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경향신문>이 지난 21일 공개한 언론·방송학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편 2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방송학회에 소속된 보수·중도·진보성향 학자 48인은 평균 45.23점의 박한 평가를 내렸고, 종편의 최대 문제로 이념·정치 편향(50%)을 꼽았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2일 민주당 미디어홍보지원특별위원회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1%는 종편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편파 방송 등 불공정 보도’를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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