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나눔의 기쁨, 다시 희망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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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C 창사 25주년 기획특집 <카트만두의 희망봉 25인의 천사들>

지난 11월 25일 오전 9시 55분. 25명의 천사를 실은 비행기는 7시간 5분 만에 카트만두 트리부만 공항에 도착했다. 해발 1300미터의 분지답게 미세 먼지가 뿌옇게 깔려 있었지만 우리를 마중 나온 네팔 협력단체인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회원들을 보니 반가웠다.

목에 실크 머플러를 걸어주는 간단한 화영식을 마치고 우리 일생은 공항에서 10분쯤 떨어진 쁘러거티 빈민촌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국이주민건강협회가 아시아인권문화연대라는 단체와 컨소시엄 사업으로 2006년부터 교육 사업을 시작해 학교를 설립한 곳으로 20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학교 정문을 들어가자마자, 미리 마중 나온 학생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 이번 캠프에 참가한 25명의 천사는 대부분 직장에서 연차를 내고 이곳에 봉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봉사가 ‘나눔’이란 표현을 쓰기 보다는 아마도 네팔이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에 빠져 이곳에 왔고 남을 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쉬움을 나누려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캠프 장소인 바누마을로 향하는데 카트만두 시내가 너무 막혀 예정시간 5시간 2시간 반이나 더 걸린 새벽 12시 30분에야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각에 바라본 하늘은 온통 별천지 그 자체였다. 열두 번째 네팔 방문이라는 의료캠프 이왕준 단장이 들려주는 네팔에 관한 정보와 역사를 귀담아 들은 다음, 버스를 타는 동안 서먹함을 달래기 위해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캠프에는 미얀마 출신의 이주민방송국 대표였던 아웅틴툰이 같이 참가해 큰 위로가 되었다. 아웅틴툰의 역할은 이번 캠프의 전체적인 영상스케치였다. 그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이주노동자로 20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해온 터라, 이번 동행은 고국이 그리웠을 그를 위한 주최 측의 배려라 여겨졌다.

진료가 시작된 첫날, 오전 11시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300~4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목에 꽃을 걸어주며 악기를 연주하고 크게 환영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함께 참가한 25명의 천사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전진 또 전진이었다. 환영식에는 마을 유지들을 비롯해 군인, 경찰관 간부 등 많은 주민이 참가 했는데 젊은 남자들은 대부분 일하러 해외에 나가고 없고 대부분 여인들이거나 나이 드신 촌로였다. 별도로 제작한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후 오후1시부터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되었다.

2007년부터 이미 여섯 차례의 경험을 가진 의료캠프팀의 진료는 시작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학교 정문 밖으로 환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진료를 받기 위해 2~3시간을 걸어온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어린 아이를 망토에 싸서 데리고 온 아빠, 몇 년째 팔을 못 쓰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온 아들, 진료비가 없어 오랜 시간 병원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한 환자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왔다. 그들의 사정은 기구하고 딱했다. 대부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25명의 천사는 대부분 직장에서 연차를 내고 이곳에 봉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봉사가 ‘나눔’이란 표현을 쓰기 보다는 아마도 네팔이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에 빠져 이곳에 왔고 남을 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네팔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의 쉬디 회장을 비롯한 멤버들 역시 대부분 직장을 뒤로하고 1주일간 바누마을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했고 늘 기쁘게 웃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이곳에서 이들의 경제적 능력이나 집안 내력을 듣고 한국에서 느꼈던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 바꿀 수 있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이주노동 중 산재를 입거나 임금 체불 등 부정적인 상태에서 네팔로 돌아간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 진료가 시작되자 학교 정문 밖으로 환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대부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뜻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단체를 만들어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는 젊은이들과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을 가르쳐주며 한국과 네팔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어떻게 보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네팔의 한 단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26일 진료보건소 개소식이 열렸다. 캠프가 열린 학교에는 3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지료소는 새 주인을 맞을 단장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한국이주민건강협회가 지난해부터 직접 장소 물색부터 진료보건소로서 시설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었다.

캠프 이튿날 밤에 25명의 천사들과 네팔 통역 봉사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멤버인 참타파 씨가 포카라에서 양돈을 하고 있는데 이 자리를 위해서 돼지 한 마리를 잡아준 덕분이었다. 포카라에서 날아온 돼지고기가 그 어떤 곳에서 먹어본 고기보다 맛났던 건, 단순히 조흔 고기여서만은 아니었으리라! 음식이 들어가니 각국 전통 음악이 나오고 춤과 율동이 어우려졌다. 다 같이 신명나게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네팔 전통음악인 레썸빼리리를 비롯한 미얀마 음악, 한국의 오래된 가요부터 최근 음악까지 지칠 줄 모르는 뜨거운 밤이 깊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21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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