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면초가’ 언론, 불공정한 게임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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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의 미디어 구도는 ‘친여반야 (親與反野)’ 모습을 갖췄다. 정부와 집권당을 위한 미디어의 정파적 보도행태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중심을 잃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이런 행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미디어로 정권을 잡게 되면 선거의 전유물처럼 장악을 시도하는 KBS, MBC 등 공영방송사들은 주요 시사문제에 대해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형식을 취한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지 않고 내부의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정권의 눈치보기, 알아서 보도하기가 도를 넘었다는 내부 평가에 파업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다.

오죽하면 시청자들이 저녁 9시 뉴스시간에 공영방송사를 외면하고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인 JTBC를 찾겠는가.

종이신문의 위력은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시장지배적사업자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일방적인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경향, 한겨레의 노력이 애처로워 보일 정도로 신문시장은 신문재벌이 지배하고 있다. 이들 신문의 공통점은 ‘대통령을 만들었고, 대통령을 만들고 싶은’ 미디어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정권이 바뀐다는 것은 곧 ‘신문사의 비극’으로 받아들일 정도가 됐다. 이들 신문사가 하나같이 방송진출의 꿈을 이루도록 미디어법을 통과시킨 여당과 박근혜 정부를 위해 앞으로도 충성 경쟁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적자행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높여가고 있는 종편은 일방적 정치뉴스, 정치토론으로 여가시간 많은 50~60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야당 죽이기’ ‘여당을 위협하는 안철수 죽이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선거가 임박하면 종편의 불공정하고 일방적 보도, ‘여당 띄우고 야당 죽이는’ 토론 프로가 온종일 반복, 세뇌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신문과 방송에 뉴스를 판매하는 소위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의 불공정 보도도 주목된다. 정부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지원을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역할을 맡게 된 연합뉴스는 공익적 차원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명박 정부시절 불공정 보도로 기자들이 최장기 파업에 돌입할 정도로 왜곡과 축소 보도가 횡행했다.

방송, 신문, 종편, 연합뉴스까지 모두 여당 목소리가 포위하고 있으니 ‘사면여가’(四面與歌)의 형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철에는 인터넷 등 사이버상에서의 여론형성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명박 정부는 세계 최초의 기막힌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국정원의 심리전담팀, 국방부의 사이버 사령부 등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여론조작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여당 후보에게는 ‘선플’을, 야당후보에게는 ‘악플’을 달고 트윗, 리트윗까지 하는 등 마치 작전을 전개하듯 조작과 불법을 저질러왔다는 내용은 기가 찰 지경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방송법에 따라 공정성 등 심의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다. 이곳도 여권에 완전히 장악당해 불공정 심의논란으로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CBS (기독교방송) 등이 정부와 여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유사보도 목록’을 발표했다.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등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모두 ‘유사보도’로 적시하며 단속대상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소수라 하더라도 비판적 목소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언론정책이 현실화 될 지 염려가 앞선다.

박 대통령은 ‘언론은 장악해서도 안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측근 참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고 있는지 미디어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때다.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미디어 소비자들이 보다 현명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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