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심의’ 남발에 제동… 줄소송 이어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BS 승소 판결 의미] 법원 “정부 비판에 알권리 폭넓게 인정”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내린 ‘주의’ 처분을 재판부가 1,2심에서 모두 취소 결정을 내려 그동안 자의적인 잣대라고 비판을 받아왔던 방송심의 기준에 제동이 걸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방송심의 규정 공정성· 객관성 조항을 근거로 ‘정치 심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입증한 판결로 받아들여지면서 공정성 심의와 관련한 줄소송이  이를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은 CBS가 방통위 등을 상대로 낸 재심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정부 정책을 시사프로그램에서 일방 비판을 했다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CBS의 손을 들어줬다. 방송심의 규정 ‘공정성’ 조항과 관련해 처분의 적법성을 다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 2심 판결은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판단을 알 권리 보장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는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 시청자와 청취자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더욱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정부 정책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정부에 상당한 정도의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 균형을 유지하면 충분하다”고 봤다. 방송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룰때 정부의 반론이 시청자(청취자)에게 전달됐으면  해당 프로그램에서 정부의 반론 횟수나 시간 등을 동등하게 할애하는 식의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 1, 2심 판결은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판단을 알 권리 보장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은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법원의 판단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만 인터뷰하거나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많은 시간을 내준 프로그램에 공정성 객관성 조항을 적용해 온 방심위의 기준과는 상반된다. 2012년 1월 방송된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주의 처분을 내린 건 출연자들이 정부의 부동산·물가 정책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정부 정책이나 정치 사회 현안에 일방의 입장만 전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방송 심의 대상에 오른 건 <김미화의 여러분>뿐 만이 아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건 보도와 관련해 JTBC <뉴스 9>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양병삼 CBS 시사교양제작부장은 “<김미화의 여러분> 소송에서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을 중요한 가치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현재 방심위에서 공정성 객관성 심의 위반으로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도 이번 판결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정성 규정으로 인한 제재가 빈번해지면서 이에 불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미화의 여러분>이외에도 지난해 11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을 방송한 RTV는 공정성,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경고 및 관계자 징계를 받고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심위가 재판 중인 사건을 일방의 의견만 실었다며 KBS 2TV <추적 5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에 경고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선 KBS가 이의 제기를 신청해 놨다.

원고측(CBS) 이재정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지금까지 방심위의 처분에 방송사들이 다투지 않았던 것은 부당함을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심위의 관계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진들이 이번 판결을 보고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 심의 규정에 대한 판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법리와 상식을 따지면 당연한 판결”이라며 “확정 판결이 아니더라도 방심위가 앞으로 유사한 사안을 심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게 마땅한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와 방심위가 항소심 판결 결과에 불북해 상고를  할지는 불투명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제소 기간이 도과됐다고 지적한 부분과 <김미화의 여러분>의 공정성 위반 여부는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다퉈볼 만하다”며 “판결문을 받아보고 상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방통위에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