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2014년 PD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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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 PD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이 질문에 안녕하다고 답할 수 있는 PD들이 얼마나 될까요?
지난 한 해, 새 정권의 국민대통합과 대탕평의 약속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우리는 공약 파기와 비판 의견에 대한 몰상식적인 탄압을 겪으며 앞으로 더욱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PD들이 소속된 일터는 어떻습니까?

제작자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인 양심과 제작자율성을 솜털보다 가볍게 여기는 처사들이 하루가 멀다고 반복되고 점점 더 노골적으로 PD들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습니다.
권력을 견제, 감시, 비판하고, 올바른 여론의 공론장을 만드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인 기능이고,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 축에 우리 PD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정원의 간첩사건에 대한 비판도, MC 선정의 최소한의 의견 개진도, 시사프로그램의 아이템 선정도, 예능프로그램의 풀연자 선정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예능프로그램이 출연자의 성향이 핑계가 되어 통편집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언론의 기능이 모두 가로막히고 제재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제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공적인 기관을 통해서까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언론이 살아있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대명제는 역사가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오늘날 더욱 더 중요해졌습니다. 언론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장 편하겠지만, 역사의 교훈을 살펴보면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권력자는 없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수십조의 세금을 투입해 무리하게 진행했던 4대강 사업.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을 불방시키고, 탄압했던 결과가 어떠합니까? 해외 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포장하고, 부풀려왔던 사업들은 또 어떠합니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외면했던 결과는 어떻습니까?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는 당장 입에 쓸 수밖에 없지만,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권의 말로는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빨리 읽고, 비판적인 뉴스와 프로그램을 알아서 막는 것이 당장 정권을 위하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결국 권력의 눈과 귀를 막아 그들과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4대강 사업 등의 진실이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바른 방향을 잡았더라면 재정이 고갈돼 복지공약을 파기해야 하는, 그래서 국가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의 삶이 어려워지는 불행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유신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5년 ,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긴급조치 9호를 발령했습니다. 그중 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회‧시위 또는 신문‧방송‧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도서‧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청원, 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홍진표 한국PD연합회장
그리고 이 조치에 대한 비방행위조차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긴급조치 9호가 1979년 12월 해제될 때까지 800여 명이 구속되고 불멸불사일 것 같았던 집권자는 불행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오늘도 현실에 뿌리박고 안녕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해에는 우리만 안녕한 한 해가 아닌, 모두가 안녕한 한 해가 되길,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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