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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언론인들 1심 판결에 환영…최승호 “불공정 방송 중단해야”

2012년 170일간의 파업을 벌이다 해고 등 징계를 받은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등 44명이 징계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들이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한 지 509일 만이다.

재판부는 당시 공정방송을 요구한 파업이 정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혀 언론사의 근로조건에 공정방송도 포함됨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부장 판사 박인식)는 17일 2012년 MBC본부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정영하 전 MBC노조 본부장 등 44명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파업은 공정성 훼손할 가능성 있는 경영진에 대해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 인정이 가능하다”며 “징계 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1심 선고를 내렸다.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해직언론인은 정영하 전 MBC 본부장(17일 기준, 해고기간 655일), 노조 집행부인 이용마 전 홍보국장(684일)과 강지웅 전 사무처장(655일)을 비롯해 박성호 전 MBC기자회장(598일), 최승호 PD(577일), 박성제 기자(577일) 등이다.

재판부는 “언론매체의 경우 민주적 기본 질서 유지와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서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뒤 “이는 헌법과 방송법 등 관련 규정에 의해 인정되는 원칙으로, 방송사의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측에 요구되며 공정성 보장 요구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 MBC 해직 언론인들이 17일 남부지법에서 해고무효확인 소송 1심 선고 직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인수 변호사, 강지웅 전 사무처장, 정영하 전 본부장, 최승호 PD.(사진 좌측부터)ⓒPD저널

이어 재판부는 “일부 파업 참가자들이 파업 과정에서 경영진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고 구성원의 명예훼손 등 일부 징계 사유는 인정된다”면서도 “사측이 징계 절차상 하자가 인정되고 MBC 정상화에 염원을 감안하면 원고의 징계 재량권 일탈로 위법으로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법원의 징계 처분을 모두 무효로 하고 해직 언론인 6인에게 각 2000만원을, 나머지 38인에게 각 1000만원 손해배상금을 지원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선고 직후 정영하 전 MBC본부장은 “170일 파업을 왜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법원이 명확하게 판단을 내려준 데 경외를 표한다”며 “회사의 잘못된 인사 행위나 지난해 언론장악을 자행한 회사의 잘못을 바로잡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뜻”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파업 당시 일반 조합원 신분으로 처음 해고된 최승호 PD는 “법원이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여론을 오도하려 한 경영진과 김재철 사장에 대한 파업이 정당성을 판단했다”며 “현 경영진은 겸허하게 판결을 수용해 해고자와 징계자 문제를 해소하고, 현재에도 저지르는 불공정 방송의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 국민에게 MBC를 돌려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작 거부를 주도한 혐의로 두 차례 해고 처분을 받은 박성호 전 기자회장은 “2년 전 MBC 사태 때 누가 무슨 잘못을 했고 무엇을 반성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사법부가 규정해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희보다 4년 앞서 해고된 YTN 해직 기자들이 어서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MBC 해직 언론인들이 17일 남부지법에서 해고무효확인 소송 1심 선고 직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전 MBC기자회장, 정영하 전 본부장, 최승호 PD.(사진 좌측부터)ⓒPD저널

MBC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지웅 전 사무처장은 “파업 당시 집행부를 믿고 파업하는 동안 불이익을 당한 조합원들에게 굉장히 감사드린다. MBC 현실이 아직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호를 맡은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도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MBC 사측은 2012년 1월 30일부터 170일간 파업을 벌인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 등 6명을 해고하고 38명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했다. 당시 사측은 파업을 지지하며 보직을 내려놓은 간부들까지도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무더기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MBC는 즉각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MBC는 17일 보도자료를 내 “‘방송사의 공정성 여부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파업의 목적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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