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7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남문 광장에 희소식을 들은 MBC 해직 언론인과 조합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가 이날 오전 해고 무효 승소 판결을 축하하는 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MBC 해직언론인 6명과 정직 징계 처분을 받은 38명에 대한 해고 및 정직 등 징계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해고 무효 판결의 주요한 변수였던 MBC 본부의 170일 파업의 정당성을 합법이라고 처음 인정했다. 그간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에 국한해 합법적인 쟁의행위로 인정해왔다.
100여명의 조합원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환영 행사에 참석한 MBC 해직 언론인들은 오늘을 잊지 못할 거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영하 전 MBC본부장은 “법원이 과연 어떻게 판단할 지 선고 전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판시한 내용을 듣는 순간 너무 떨렸다”며 “이번 판결은 법원이 파업의 정당성을 어떻게 보느냐였는데, ‘도망가지 않은 판결’이었다”고 평했다.
정 전 본부장은 또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조합원이 할 수 있는 건 마이크를 내려놓고 파업을 벌이는 것 뿐이었다”며 “법원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누군가 ‘불법 파업’ 아니냐는 뉘앙스로 말하면 ‘네가 불법’이라고 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파업 도중 일반 조합원으로서 해고된 최승호 PD도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해고되고, 다시 무효 판결을 받아 덩달아 기쁘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최 PD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 유지와 방송의 객관성·독립성 유지를 위해 벌인 파업이 정당하다는 건 향후 언론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최 PD는 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가 좀 더 힘을 써서 (언론사 파업의 정당성이) 한국 언론의 질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또 대한민국의 의미있는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해직 언론인들은 170일 파업을 이끌면서 남몰래 속을 끓였던 이야기도 쏟아냈다. 이용마 전 MBC본부 홍보국장은 “법원 판결을 기대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어차피 우리가 이겨도 회사는 항소하고, 복직시켜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 법정을 가지 않았다”며 “막상 정직 처분을 받은 이들까지 44대 0이라는 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얘길 듣고 감격스러웠다”고 소회를 전한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성호 전 MBC기자회장도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파업을 벌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색깔 입히기’로 특정 정파에 기댄 ‘공정성’이 아니냐는 지적에 젖어 들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보여주는 것보다 감추는 뉴스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에 대한 해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승소 판결 소식에 해직 언론인과 조합원은 환영 행사를 벌였지만 MBC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힘에 따라 법정 싸움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직 언론인들은 MBC 동료들에게 “내부에서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강지웅 전 MBC 본부 사무처장은 “많은 시민이 MBC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갈망하고 있다”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도록 MBC 내부에서도 많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