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가 된 ‘더 지니어스’, 시청자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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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의 투영된 갈등에 반감… ‘착한 예능’ 선호 이중적 심리

‘착한 예능’이 대세인 요즘 반전과 배신이 난무하는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12명이 매회 게임을 통해 탈락하는 프로그램으로 방송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봐야 하는 <더 지니어스>는 여타 예능과는 출발부터 길이 달랐다. 예상치 못한 반전 드라마가 주는 쾌감에 마니아층도 생겨나 지난해 말에 시즌 2를 시작했다.  

그렇게 순항을 하는 듯했던 <더 지니어스 2>는 최근 ‘막장’ ‘조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 ‘폐지 서명 운동’이 진행되는가 하면 시청자게시판에는 항의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시즌2의 탄생을 기다렸던 마니아층이 <더 지니어스2>에 등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시즌 1보다 한층 독해진 출연자와 연출에 있다. 우승을 위해 연예인 출연자끼리 연맹을 꾸려 비연예인을 배척하거나 도움을 준 동료 출연자를 배신하는 모습 등은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과열 양상을 보였던 논란은 지난 11일 방송된 6회 ‘신분증 절도 사건’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이날 다른 출연자들의 거짓말과 신분증 은폐로 해커 출신 이두희 씨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선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한데 은지원 씨와 조유영 아나운서가 이두희의 신분증을 숨겨 자동 탈락되자 시청자 항의 글이 빗발쳤다. 여기다 두터운 팬덤을 구축한 프로게이머 출신의 홍진호 씨까지 지난 19일 방송에서 연이어 탈락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예능 프로그램치곤 이례적으로 격렬한 반응이다. 이는 현실사회에서 접했을 법한 부조리한 모습이 프로그램에 투영됐기 때문이다. 능력보다 인맥에 좌우되는 사회, 원칙보다 반칙이 통용되는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반감을 표출한 것이다.

제작진은 지난 6회에서 이두희씨의 탈락이 논란이 되자 입장을 내고 “'더 지니어스'라는 일종의 실험실을 통해 경쟁 사회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리얼하고 솔직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다 보니 간혹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됐다”고 해명했다.

시즌 1에선 뛰어난 기량을 보인 출연자의 활약이 부각됐다면 시즌2에서는 좀 더 내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그렇지만 <더 지니어스 2>가 반환점을 돈 지금 제작진의 의도는 시청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듯 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제작진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독한 예능’을 둘러싼 논란은 <더 지니어스>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KBS가 선보인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는 공개모집을 통해 뽑힌 일반인 남녀 도전자 18명이 우승상금과 취업 기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을 담았다.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 성격처럼 출연자끼리의 마찰과 일부 출연자의 이기적인 모습이 논란이 되기도 됐다. 시청자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한 <도전자>는 결국 4%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KBS는 <도전자 시즌2>를 3년째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찰 예능’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지만 ‘불편한 진실’이 담긴 예능은 냉대를 받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KBS <인간의 조건> <슈퍼맨이 간다>, MBC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지상파만 해도 ‘리얼’을 강조한 프로그램은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 지난 18일 방송된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한 장면. ⓒCJ E&M

<도전자>를 연출했던 전진학 CP는 “시청자들은 리얼한 프로그램을 요구하면서 정작 예능에 현실 사회에서 나타나는 적나라한 문제가 투영되면 반감을 갖는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얼’을 선호하되 진짜 현실에는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이중적인 심리를 지적한 말이다.  

그는 이어 “서바이벌 프로그램 안에서 연출과 편집을 통해 생긴 캐릭터가 실제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일반인은 실제 이미지가 연출로 왜곡될 수도 있다”며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필요한데, 다만 우리 정서에 맞게 어떻게 순화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라고 말했다.

<더 지니어스2> 제작진은 “시즌1과 비교해 시즌 2는 시청률은 2배, 화제성은 10배 정도 커졌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더욱 뜨거워진 것 같다”며 “프로그램의 콘셉트에는 충실하되 시청자들이 불편해 하는 부분에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시청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더 지니어스 2>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더 지니어스>의 진짜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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