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간첩사건 조작 의혹 ‘진실공방’으로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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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MBC, 침묵 끝 ‘공방’ 처리…조선·동아 “증거 자료 위조 아냐”

검찰이 또다시 ‘증거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에 대해 검찰이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라며 내놓은 중국-북한 출입경(출입국)기록이 ‘위조문서’라고 밝혀지며 ‘제2의 부림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번 사건을 진실공방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조회결과와 발급 확인 조회서, 진위 확인 공문 등 3가지 공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히며 “공문을 위조한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조 의혹이 불거진 문서는 2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유우성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 자료로 제시한 것으로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과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1심에서 유우성 씨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자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의 증거 자료 위조 의혹은 이미 지난해 12월 6일 <뉴스타파> “간첩사건에 또 가짜증거?”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다. <뉴스타파>는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과 검찰이 제출한 서류의 발행처로 되어 있는 화룡시 공안국, 서류를 공증해줬다는 화룡시 공증처를 찾아갔지만 이들 모두 해당 서류를 발급해 준 적이 없을뿐더러 서류는 ‘위조’라고 지적했다.

▲ 지난 1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17개번째 리포트 “검 ‘위조 없었다’ vs 민변 ‘위조 맞다’” ⓒ화면캡처
중국대사관의 확인과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위조’임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위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1심 무죄 판결이 났을 때 침묵하거나 축소 보도했던 언론은 이번에도 마찬가지 태도다. 오히려 위조가 아니라며 ‘물타기’를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다루는 MBC와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는 더욱 두드러진다. MBC와 <조선일보>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검찰이 지난 16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위조’라는 중국의 입장을 반박하자 보도에 나섰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6일 날씨를 제외한 17개 뉴스 중 마지막 리포트 “검 ‘위조 없었다’ vs 민변 ‘위조 맞다’”에서 해당 소식을 전했지만 검찰과 민변의 위조 공방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지금 단계에서 사건 진상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31면 사설)며 “일부 ‘절차상 하자’를 문제로 자료의 공신력을 모두 부인하는 외교 전례 등이 있다…검찰·국정원 측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위조’라고 판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10면)고 보도하며 마치 ‘위조’가 아니라는 검찰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 씨의 간첩혐의를 단독 보도한 <동아일보>도 지난 17일 8면 기사에서 “그동안 국정원의 중국 내 정보수집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측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양국 간의 정치적 문제로 ‘물타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간첩 논란이 터지자 2013년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유 씨 사건을 비롯해 탈북자와 간첩 관련 기사를 12개나 쏟아내며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태도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번 ‘위조’ 사건에 대해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법원에서는 과거 공안 조작 사건들에 대한 재심 무죄판결이 나오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조작 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광경”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검찰의 증거 위조 논란은 결국 ‘감시견’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1심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주요하게 내세웠던 유 씨 여동생의 진술, 유 씨가 북한에 있었다는 증거 사진이 모두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이번에는 ‘중국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다.

지난 1년 넘게 유우성 씨 사건을 추적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외국의 공문서를 조작하고 국기를 흔드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가기관이 자기들 마음대로 누구를 집어넣고 싶으면 마음대로 증거를 조작해서 집어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최 PD는 “증거 자료가 ‘위조’된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못을 박았는데도 언론은 검찰과 국정원의 말만 듣고 진실공방으로 보도한다”며 “결국 언론이 소극적으로 나오고 사실을 호도하면서 증거조작에 협조하고 조장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8일 모니터보고서를 내고 “국정원·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에도 ‘눈 뜬 장님’ 행세하는 ‘불량 언론’”이라고 비판하며 “보도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짚어내며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언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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