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권언유착 매우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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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의원·언론연대 공동주최 토론회…민경욱 청와대行, 언론의 현실

최근 현업 언론인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민경욱 전 KBS 앵커의 언론 윤리강령 위반 문제는 결국 권력을 감시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의 위기에서 왔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장악 체제에서 나타난 현상 고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민경욱 대변인 임명은 언론과 정치권력과의 끈질긴 유착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가 신임 대변인 임명을 발표한 지난 5일 오전까지도 KBS 보도본부 문화부장으로서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하는가하면 하루 앞서 지난 4일에는 <뉴스9>에 출연해 리포트를 하는 등 ‘현직’ 기자로서 활동했다.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직을 그만둔 지 4개월 밖에 안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는 언론인의 정치 활동을 제한한 KBS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다. KBS 기자와 PD는 윤리강령에 따라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언론계 안팎에서 윤리강령을 위반한 민 대변인에 대해 “권언유착의 한 단면”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가 잇따른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 신경민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장악 체제에서 나타난 현상고발’ 토론회에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오른쪽)가 민경욱 대변인 사태와 MBC 사장 선임 상황으로 본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저널리즘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D저널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번 민경욱 전 KBS 문화부장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은 우리나라의 언론 현장에서 언론사의 윤리강령이 얼마나 유명무실한 규정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이라면) 정·관계 진출을 원하는 언론인이 취재와 기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원하는 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부는 여권에 비판적이지 않은 인사를 영입하기 때문에 언론인이 정부나 여권을 향해 먼저 추파를 던지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언론인으로서 책무를 망각하는 것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해치고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대변인 사태는 민경욱 개인 문제를 넘어 공영방송 KBS에 대한 정체성 문제로까지확대됐다. 민 대변인의 언론윤리강령 위반 문제로 불똥이 튀자 KBS가 오히려 그를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KBS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6일 오전 내부 전자게시판에 민 대변인이 지난 4일 면직 처리됐다고 밝혔지만 ‘소급면직’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KBS는 “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 활동’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이나 당적을 갖고 정당 활동을 하는 것으로, 청와대 대변인 ‘공직’인 만큼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윤리강령 위반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영만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민경욱 대변인 사태에서 지적해야 할 더 큰 문제는 KBS 경영진과 사측의 태도”라며 “KBS가 청와대에 강하게 유감 표명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이야기를 못 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정치에 예속돼 있고, 권언유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근거”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사태 이면에는 낙하산 사장 선임으로 사실상 권력으로부터 장악된 공영방송의 현실이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홍규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한 축에는 비단 KBS 뿐 아니라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낙하산 사장이 들어오고 정권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해주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 몇 년 동안 고착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MBC 출신의 신경민 의원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며 “결론적으로는 정권에 예속된 방송체제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 지적은 또 다른 공영방송인 MBC의 최근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21일 사장 선임을 앞둔 MBC의 사장 후보들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제 2의 김재철 체제’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 명의 후보 중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과 이진숙 MBC 워싱턴 지사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지향적 방송제작으로 MBC의 방송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이들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MBC의 정상화와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회복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MBC의 공영성과 공정방송 파괴에 기여했던 인물을 사장 후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정치권력의 입장에서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이 있다”며 “이러한 것이야말로 지금 KBS나 MBC에서 진행되는 여러 상황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줄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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