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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러브FM ‘한수진의 SBS전망대’ (FM 103.5㎒, 월~금 오전 6시~8시)

“선생님, 시험범위 어디까지 에요?”

학교 시험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선 시험에 안 나오는 범위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냉정함이 필수였다. 국사책에서 단골 비(非)출제 영역은 바로 근현대사 파트였다. 선생님들이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수능에도 잘 나오지 않는 바로 그 끝부분 페이지들! 5·16이 뭔지 12·12가 뭔지 가뜩이나 용어들도 숫자라서 더 헷갈리는 근현대사보다는 조선시대 대동법을 한 번 더 보는 게 나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손때가 상대적으로 덜 묻었던 그 하얀 페이지 속의 역사인 근현대사는 사실 현재의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기억’이다. 역사를 기억에 비교한다면, 기억상실로 최근 몇 년간의 기억(근현대사)은 사라지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기억(조선시대)만 생생하다고 과연 ‘오늘’을 살 수 있겠는가.

쏟아지는 뉴스 중에서 역사적 맥락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현재와 가까운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주기 위해 인기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이동형 작가를 섭외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해박한 역사적 배경지식과 더불어 날카로운 분석력, 그리고 구수한 경상도 악센트가 묻어난 입담까지.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그의 이야기에 빠져 듣노라면 “아! 그게 그랬던 거였구나”라며 몇 번이고 무릎을 치게 된다.

영화 <변호인>의 흥행 소식과 함께 들어보는 부림사건의 실체와 그 뒤에 벌어진 일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를 빼라고 한 교과서 수정명령 뉴스와 함께 들어보는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 논란 얘기와 같이 들어보는 역대 항명 사건들, 박근혜 대통령 깜짝 시구 소식과 더불어 듣는 역대 대통령들의 시구 비하인드 스토리들.

청취자들이 월요일마다 ‘근현대사 산책’과 함께 제대로 읽지 못한 기억의 흰 페이지에 조금씩 손때를 묻혀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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