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김재철 인사’ 대거 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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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에 권재홍, 보도본부장 이진숙…야권 이사 전원 퇴장에도 표결 강행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가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을 보도본부장에 선임하는 등 ‘김재철 체제’ 인사들을 MBC 임원 이사로 대거 내정했다. 이날 야권 측 이사들은 표결을 앞두고 인선에 항의하며 전원 퇴장했지만, 여권 측 이사들은 표결을 강행해 ‘반쪽짜리 이사회’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방문진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어 안광한 MBC 사장이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표결을 거쳐 등기이사 5명(부사장 및 본부장급)을 내정했다. 안 사장과 방문진 이사들은 임원 이사에 대한 보직 부여도 합의함에 따라 각 부문별 본부장들은 향후 MBC의 경영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등기 이사인 MBC 부사장에는 권재홍 보도본부장, 보도본부장에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경영기획본부장에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편성제작본부장에 김철진 전 시사제작국장, 드라마본부장에 장근수 전 드라마·예능 본부장 등 총 5명이 내정됐다.

사원급 본부장에는 원만식 현 예능본부장이 유임됐으며, 디지털본부장에 김성근 전 디지털기술국장, 글로벌사업본부장에 오정우 경영지원국장 등 총 3명으로 결정됐다. 사원급 본부장의 경우 방문진 이사회가 안광한 사장의 추천을 받은 뒤 이를 통과시킨다.

▲ MBC 부사장에 내정된 권재홍 보도본부장, 보도본부장에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경영기획본부장에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편성제작본부장에 김철진 전 시사제작국장, 드라마본부장에 장근수 전 드라마·예능 본부장

이사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MBC 내부 구성원과 언론노조는 “김재철 체제의 부활”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어 “안 사장은 ‘도로 김재철’이라는 악수(惡手)를 두고야 말았다”며 “그것도 일부 방문진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거수기 표결’로 김재철 키드들을 기어이 전면에 배치하고야 말았다. 내용과 절차 모두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사장 이름만 바뀐 김재철 체제의 부활”이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사장 안광한이 더 이상 노조와는 대화할 의지가 없음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당신들이 진정 김재철 체제의 부활을 원한다면 언론 노동자들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김재철 체제에 맞서 투쟁했던 대로 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야권 측 이사들은 인선에 항의하면서 이사회가 정회되기도 했다. 야권 측 이사의 퇴장과 관련해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인선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안광한 사장이) 임원 선임을 다시 해서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여권 측 이사들이) 표결해도 좋겠다고 해서 표결했다”고 말했다.

권미혁 이사와 선동규 이사는 이날 오후 5시 43분께 각각 “이사들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 “표결을 거부하겠다. 승복할 수 없다”고 밝히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최강욱 이사도 20여분 전에 임원 이사와 관련해 격분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내정자들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MBC주주총회에서 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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