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선거 앞두고 ‘박근혜 스피커’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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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흘에 한번꼴로 끝장토론·연설 생중계…충성경쟁 비판

지상파 방송사들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시작으로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 연설을 연달아 생중계한 것을 두고 지나친 ‘충성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동시 생중계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상파 방송사는 네덜란드와 독일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의 연설 중계를 추가로 편성했다. 방송사들은 지난 24일 밤 10시대 드라마 시간을 15분 앞당겨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기조연설을 30여분간 생중계한 데 이어 오는 28일에는 독일 드레스덴 공대 연설도 중계한다. KBS는 오는 28일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30분간 생중계 하기로 결정했고, MBC와 SBS는 녹화 중계를 검토 중이다.

 이전에도  ‘4대강’ 처럼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나 국제회의 생중계를 놓고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행사가 주로 생중계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사들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장시간 생중계할 정도로 ‘끝장토론’과 대통령의 연설이 뉴스 가치가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방송사는 “끝장토론에서 나온 국민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세계 각국 참여하는 정상회의인만큼 중계할만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 정부서울청사 공무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TV를 통해 생중계된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KBS와 MBC가 ‘대통령의 원맨쇼’라는 지적이 나왔던 ‘끝장 토론’을 3시간 넘게 생중계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한동수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방송사들이 동시에 편성할만큼 중요한 회의는 아니었다”며 “규제 개혁은 정부가 방향을 잡고 조정하면 될 일인데 청와대가 기획해 박근혜 대통령을 갈등의 해결사로 부각한 보여주기 식 쇼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사흘에 한번꼴로 대통령 행사에 전파를 내준 KBS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KBS는 지난해 7월에도 박 대통령이 참석한 ‘UN참전용사 추모식’을 긴급편성해 논란이 일었다. 정홍규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공식적인 회의도 아닌 드레스덴 연설까지 중계하는 건 과도하다”며 “청와대에서 협조 요청이 있더라도 언론사는 자율성과 공공성의 측면에서 중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공영방송 사장들이 알아서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생중계 내용을 전하는 뉴스 보도다. ‘끝장토론’의 내용을 그대로 재탕한 뉴스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은 좀처럼 찾아 볼수 없다. 3사가 메인뉴스에서 20일부터 연일  쏟아내고 규제 개혁 관련 보도는 하나같이 ‘규제는 악’이라는 시각에서 이뤄진 것이다. ‘경제 민주화’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노조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성한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25일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규제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가 있긴 했지만 그야말로 걱정하는 시늉만 하는 수준”이라며 “KBS와 MBC는 규제 개혁에 대해 민주당의 반박과 비판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 관련 보도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는 지상파 3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방문한지 50년 만이라는 대목에 관심을 뒀다. 지난 24일에는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발언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지상파 방송만 놓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잦은 방송 출연에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감시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방송사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띄우기에 동참한 모습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런 식의 프레임을 잡고 박근혜 대통령을 띄워주는 것은 서로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불통 이미지가 강했던 정부가 규제개혁부터 소통을 강조한 제스처와 언론과 밀착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방선거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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