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채동욱 보도’ 신문상 수상에 비판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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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프레시안, “ ‘청부 보도’ 벗으려면 ‘국정원 사건’ 진상 밝혀야” 충고

<조선일보> 의 ‘채동욱 검창총장 혼외아들’ 보도가 한국신문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된 것을 두고 언론계 내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창총장의 사생활을 폭로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함께 함께 “언론의 용기를 보여줬다”는 심사위원회의 선정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25일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등을 포함한 2014 한국신문상 수상작 4편을 발표했다. 신문협회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언론이 권력자의 탈선된 사생활을 보도하려 할 때 필요한 덕목인 용기를 잘 보여주었다”고 <조선일보> ‘채동욱 보도’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 소식에 곧바로 <조선일보>는 “정부와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을 용기 있게 밀어붙인 언론의 본령을 일깨워준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화자찬했지만 <한겨레>, <프레시안>은 그동안 <조선일보>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증거조작 사건에 침묵했던 점을 들면서 <조선일보>의 수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은 28일 <주간 프레시안 뷰>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의 한국신문상 수상을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에 입성하기까지 급변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빗대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조선일보>는 3월 26일 지면 전체를 할애해 '탈선 권력에 용기 있는 비판… 이것이 언론 본령'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제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의 사적 일탈을 빌미 삼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라는 보다 큰 공권력의 불법행위를 덮기 위한 '청부 보도'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3월 28일자 사설.
박 이사장은 “권력자 한 사람의 사적 일탈과,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대통령 선거라는 민주주의 과정에 불법 개입한 공적 탈선은 차원이 다르다”며 “<조선일보>가 "탈선 권력에 용기 있는 비판이 언론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면, 18대 대선 과정에서 행해진 국가기관 대선 개입의 실상을 파헤치는 데에도 그런 용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국정원 감싸기로 일관했다”면서 “나폴레옹 사례에서 보듯 권력 앞에 약해지는 것이 언론의 생리(生理)라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도 지난 26일, 27일 연달아 보도와 사설, 편집인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 수상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27일자 사설 ‘조선일보 채동욱 보도의 한국신문상에 이의 있다’에서 “공익을 위해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 널리 알리는 신문의 본업을 충실히 해 상을 받았다면 축하할 일”이라면서 ‘그러나 조선일보의 채 총장 관련 보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심히 의문”이라며 밝혔다.

<한겨레>는 “최근 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대로,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정보 유출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파헤친 채 전 총장을 찍어내려고 청와대 비서관실이 총동원돼 밀실에서 기획되고 저질러진 것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청와대의 채 전 총장 뒷조사가 조선일보의 첫 보도가 나기 두 달 전에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권력 감시에 대한 용기가 아니라 언론과 권력의 유착을 보여주는 사건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조선일보의 채 전 총장 관련 보도는 인권보호와 권력감시라는 언론윤리와 거리가 멀다”고 일갈하면서 “저널리즘의 정도에 어긋나는 이런 보도에 상을 주기로 결정한 심사위원회에도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수상 결정은 심사위원들에게만 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고 밝혔다.

정석구 <한겨레> 편집인의 기명 칼럼에서도 “‘권력자의 탈선된 사생활’을 용기 있게 보도했던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보다는 훨씬 막강한 권력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보였느냐”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4월24일,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기명 칼럼을 1면에 배치하며 노골적으로 국정원을 감쌌다”고 <조선일보>의 상반된 태도를 비판했다.

정 편집인은 <조선일보>에 “채 전 총장의 사생활 캐기에 들이는 용기와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혼외 아들’ 보도는 권력자의 탈선에 대한 용기 있는 비판이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한 ‘청부 보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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