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없고 샐러리맨이 남은 시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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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토크 ‘야만의 시대, 진짜 언론인들의 이기는 싸움’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됐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옳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은 끝이 안 보여서 결과가 어떨지 몰라도 꿈을 가지고 있는 한 자유언론의 나무를 키울 것이고 민주주의는 돌아올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집단, 시민이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린 겁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오랫동안 몸담았던 언론사를 떠난 언론인들이 보는 현재 언론계 상황은 분명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이 암담했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단순히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었다. 이날 모인 언론인들은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외치는 언론인과 시민들이 있는 한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시민학교 주최로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토크특강 ‘진짜 언론인들의 진짜 이기는 싸움’에는 최승호 MBC 해직 PD와 우장균 YTN 해직 기자, 이용마 MBC 해직 기자, 최경영 전 KBS 기자, 조상운 <국민일보> 해직 기자, 김진혁 전 EBS PD가 참석해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사회로 현재의 언론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하에 쫓겨난 정연주 전 KBS 사장도 특별게스트로 함께 해 ‘언론의 이름으로, 진짜 뉴스를 찾아라’ 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토크특강 ‘진짜 언론인들의 진짜 이기는 싸움’에서 언론인들이 언론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진우 시사IN 기자, 최승호 MBC 해직 PD, 이용마 MBC 해직 기자, 우장균 YTN 해직 기자. ⓒPD저널

 “시민이 있는 한 자유언론과 민주주의는 돌아올 것”

사회자를 제외한 이날 모인 7명의 언론인은 모두 ‘공정언론’을 외치다 자의 혹은 타의로 국내 유수의 언론사를 뛰쳐나온 사람들이다. 누구보다도 언론의 현실을 몸으로 체감하고 또 그만큼 언론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지금의 언론 생태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국민일보> 해직 기자이자 현재 국민TV 사무국장으로 국민라디오(전 국민TV라디오) <조상운의 뉴스바>를 진행하고 있는 조상운 해직 기자는 “기자는 없고 신문사나 방송사 다니는 샐러리맨이 대부분인 시대가 된 거 같다”며 “신문사나 방송사를 다닌다고 기자라고 부르는 건 사치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언론이 실종된 상황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토크쇼에서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심층 탐사보도를 목적으로 한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최경영 전 KBS 기자는 “KBS의 존경하는 PD선배가 KBS에는 나쁜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을 절규하듯이 했다. KBS는 국영방송이지 한 번도 공영방송이었던 적이 없다”며 “공영방송이라고 이야기하고 엄청난 권력을 구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밖에서 뭔가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에서 절대 변화할 수 없다고 생각해 (KBS를)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마 MBC 해직 기자는 이명박 정권 이후 달라진 MBC 내부 사정에 대해 짚었다. 이 해직 기자는 “임원도 계속 순환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체된 상태다. 현재 MBC 임원진을 보면 김재철 전 사장 당시 사람들이 자리만 바꾸며 계속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새로운 인물도 없고 인력풀도 없다”고 비판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의 상황도 그닥 다르지 않다. 우장균 YTN 해직 기자는 “김재철 전 MBC 사장만큼 유명하지는 않아도 배석규 YTN 사장이 6년째 정권을 바꿔가며 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황이 하나도 변한 게 없다보니 해직된 기자 6명 모두 6년째 해직 상태인 것”이라고 성토했다.

방송사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요즘은 소위 ‘특종’을 하기 좋은 시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용마 해직 기자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무도 보도하지 않아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권에 민감한 아이템을 다루고 싶어도 다루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검찰과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 MBC <PD수첩>에서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한 최승호 MBC 해직 PD(현 <뉴스타파> PD)는 <PD수첩>의 상황을 예로 들며 PD들이 제대로 된 방송을 해보려고 노력해도 결국 ‘윗선’에서 제지당하는 점을 비판했다.

최 PD는 “결국 아이템을 하느냐 마느냐는 본부장에서 허가해줘야 한다”며 “그런데 본부장이 웬만하면 다 못하게 하는 사람이다. (예전 시스템과) 완전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 해직 언론인 현황(참고: 언론노조)-2014년 4월 5일 기준.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언론에 대한 언론사 안팎의 탄압에 암담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언론인들이 버티고 싸울 수 있는 데에는 ‘시민’들의 힘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최승호 PD는 “<뉴스타파> 안에 있다 보면 시민들의 열정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뉴스타파>가 아주 강한 언론도 아니고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이나 간첩 조작 사건 등 KBS나 MBC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보도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역할을 시민들이 지원해줘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장균 기자 역시 언론인과 시민이 각자가 선 자리에서 버티고 지키고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었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 기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나아서 은혜를 베풀어주는 게 아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 2008년 100만명의 촛불 시위 등 시민들의 힘으로 우리가 고문을 안 당했다고 생각한다”며 “1980년대 초반보다 역사는 진보했지만 역사가 일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뿐이다. 지금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단계”라고 강조했다.

▲ 토크특강 ‘진짜 언론인들의 진짜 이기는 싸움’ 포스터. ⓒ노무현 시민학교
이용마 기자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명하기에, 이렇게 있다가 어느 시점에 또 불같이 타오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BS에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다 불발되며 결국 EBS를 떠나게 된 김진혁 한국종합예술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언론이 말하는 ‘진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PD는 “<뉴스타파>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좋아하고 듣고 싶고 보고 싶어하는 언론은 ‘우리 편’이라서가 아니라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때문”이라며 “시민들이 그러한 언론에 투자해주시면 그에 대한 수익을 10배, 100배 얻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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