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약속 천덕꾸러기 만든 방송 ‘철회’ 압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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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지방선거 혼란 속 편파 왜곡 보도 극심

6·4 지방선거가 두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판은 혼란 그 자체다. ‘공명선거’, ‘정책선거’라는 구호가 한가롭게 느껴질 정도다. 아직까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같은 룰을 적용해 선거를 치를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기로 했다”며 기존의 무공천 방침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그 의중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와 관련 여론조사 50% + 당원투표 50% 방식으로 무공천 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계획이다. 현재로선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을 따라 무공천을 철회하게 될지, 아니면 무공천 방침을 밀어붙일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논란이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 무공천 공약을 파기한 데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박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기초단체 장과 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민주화, 기초연금 공약을 뒤집은 것처럼 정당공천 폐지도 또다시 어물쩍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런 여론이 형성된 데에는 지상파 방송의 책임도 컸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은 시종일관 여야의 정치 공방, 논란거리로만 취급됐다. 주요 관심사로도 다뤄지지 않았다.

▲ KBS <뉴스9> 4월 7일자 보도.
논란으로 변질된 ‘약속’=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일 공천페지 회담 불발 소식을 뉴스가 시작된 지 한참 뒤인 18번째로 보도했다. 리포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와 여당의 기초공천 폐지 동참을 요구했지만, 공천 폐지를 당원투표 등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내 논란은 이어졌다”며 “새누리당은 여당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만나자고 했던 것 자체가 ‘정치쇼’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KBS <뉴스9>는 지난 7일 북한 장성택과 관련돼 숙청설이 돌았던 모란봉 악단 스타단원들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 뒤에 8번째로 청와대의 야당 회동 요구 거부 소식을 전했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일 안 대표의 청와대 방문 면담 신청을 단신으로 전하면서 “당 안팎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대통령을 이용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덧붙였다. 지상파의 이런 보도가 쌓이면서 방송때문에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논란거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약속 파기는 ‘쉬쉬’ = MBC는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무공천’을 약속했다는 사실도 쉬쉬했다. MBC는 지방선거 D-60일이었던 지난 5일 <뉴스데스크> 무공천 혼란으로 인한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여야가 다른 룰을 적용하기로 한 이유와 ’무공천‘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무공천 혼란 계속’ 리포트는 “새누리당은 기초공천 유지,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공천을 선언한 상황”이라며 “새정치연합측 기초선거 후보들은 이른바 나홀로 무공천이 되면서 고민이 크다”고 새정치연합의 당내 문제로만 무공천 쟁점을 축소했다. <뉴스데스크>는 “빨리 다시 당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의 하소연과 함께 “같은 야당인 정의당도 기초공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고 사실상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가 제기한 정몽준 의원의 금권 선거 의혹도 지상파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노조가 구성한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8일 모니터보고서를 내고 “지난달 30일 김황식 전 총리는 정몽준 후보 측의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한 뒤 칩거에 들어갔지만, 지상파 3사 어디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SBS <8뉴스>는 지난달 29일 ‘경선 참여 설득 지도부도 수습책 검토’보도에서 “경선 규칙 결정 과정에 반발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이틀째 칩거 중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 때문에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며 “김 전 총리는 경선규칙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하면서, 상식과 원칙에 맞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만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경선일정 복귀 공천작업 속도’에서 “이른바 박심 논란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경선관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칩거했던 김황식 전 총리가 당의 해명과 유감 표시가 있었고,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경선일정에 복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그런 일 없기를 바란다”는 정몽준 의원의 입장을 전하는 데 그쳤다.

▲ MBC <뉴스데스크> 4월 7일자 보도.

‘정몽준 금권선거 의혹’은 어디로= 금권 선거 의혹과 관련한 전후 맥락을 보도한 곳은 JTBC가 유일했다. JTBC는 지난달 29일 금권선거 의혹을 단독 보도한 이후 31일까지 연속으로 이 사안을 주요하게 다뤘다. JTBC는 <뉴스9>는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경선방식에 항의해 칩거에 들어간 김황식 전 총리 측이 경선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의 금권 선거 의혹을 포착해 당에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 지도부에 철저한 조사를 약속해야 경선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이어 “김황식 전 총리 측은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억 원가량의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지출한 점을 문제삼았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키겠다는 ‘무공천’ 약속을 지속적으로 논란으로 다룬 방송 뉴스 때문에 당내 반대 여론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이라며 “반면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은  금권선거 같은 의혹은 덮고 동정보도로 후보를 띄우면서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8일 각 지역의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결합해 전국조직으로 확대 출범하고 중앙언론 뿐 아니라 지역 언론의 보도까지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JTBC <주말뉴스> 3월 29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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