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정원, 간첩사건 사전 조율 정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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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공안1부 내부 보고서 입수…“국정원과 한 몸으로 움직인 증거”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에 핵심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문서 3건의 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국가정보원에 또 다른 문서 입수를 요청하는 등 검찰과 국정원 간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정황이 <뉴스타파> 단독 보도를 통해 포착됐다.

<뉴스타파>는 8일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불리는 간첩혐의로 구속된 전(前)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에 대한 증거 조작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대책 문건을 단독 입수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지난 2월 15일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내부 보고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공소유지 경과(8쪽)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공판 일지(3쪽) △출입경기록 입수 및 제출 관련 일지(3쪽)로 정리돼 있으며 위조 사태 이후 대책으로 크게 공소유지 대책, 언론대책, 유관 기관 간 대책 등을 열거하고 있다.

▲ <뉴스타파>가 입수한 2014년 2월 15일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내부 보고서. ⓒ<뉴스타파>

“검찰, 위조 논란 뒤집기 위해 안간힘”

이 보고서에는 지난 2월 14일 중국 정부가 문서 위조 사실을 법원에 통보한 이후에도 검찰이 국정원에 또 다른 문서 확보를 독촉하는 등 상황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쓴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1부는 8쪽 분량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공소유지 경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소유지 대책으로 출입경기록 재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길림성에서 관할 연변주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경기록을 인증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2월 20일 경 해당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공안1부는 “중국 현지에서 국정원이 진행 중”이며 “위 자료를 제출하여, 화룡시 공안국 출입경 기록의 내용이 피고인의 실제 출입경 경위와 부합된다는 점을 입증하여 위조 의혹 해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해당 보고서가 검찰 내부에서 작성된 게 맞다고 확인하며 “2월 14일 중국 당국의 위조 통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위조를 단정하지 않았던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출입경기록 확보였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가 8일 단독 보도한 “‘증거위조’ 관련 검찰 대책 문건 단독 입수” 중. ⓒ<뉴스타파>

“위조 몰랐다던 검찰 입장 설득력 얻기 힘들어져”

또한 ‘피고인의 출입경기록 입수 및 제출 관련 일지’에는 “1심 무죄가 선고된 후,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중국 협조자를 통하여 중국 공안국의 관인이 찍힌 출입경기록을 비공식적 입수가 가능할 것 같고, 현재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음”이라고 나와 있다.

보고서에는 검찰이 사실 조회와 회신 과정을 국정원과 사전 조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도 나와 있다.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과 관련해서도 내부 보고서는 “검사는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검찰에서 사실조회 요청 공문을 보내면 화룡시 공안국 명의로 사실조회 공문 회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공문 발송”이라고 적고 있다.

<뉴스타파>는 “공안1부는 중국 당국의 위조 사실 확인 통보로 자신들의 간첩 사건 공소 유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자 또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고, 실제 이 증거를 통해 뒤집기를 시도한 것”이라며 “그 동안 검찰이 일관되게 출입경기록을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이상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대책 보고서 내용을 볼 때 국정원이 증거를 위조한 사실을 몰랐으며, 국정원에 속았을 뿐이라는 검찰 입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유우성 씨의 변호인단도 “중국 당국의 위조 통보 이후에도 검찰이 시간을 끌며 마지막까지 국정원에 또 다른 증거 확보를 지시하면서 상황 반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국정원과 한 몸으로 움직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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