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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극적 자막과 오보에 사과와 성찰 없는 KBS

내 눈의 들보보다 다른 이의 티끌이 먼저 보인다고 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 ‘도 넘은 여객선 침몰 보도’ 편에서 KBS는 “일부 언론들이 속보와 특종 경쟁에 매달리며 차분함과 냉정함, 객관성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비판은 타 언론사에 집중됐고, 정작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과 ‘사과’는 찾기 어렵다.

이날 <미디어 인사이드>는 지난 16일 MBC <특집 이브닝뉴스>에서 사망자와 부상자의 ‘보험금’을 계산한 보도와 같은 날 JTBC 뉴스특보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은 인터뷰 방송, 역시 같은 날 부모와 세월호를 타고 가다 홀로 구조된 5살 어린이를 인터뷰한 SBS 등 사고 이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오보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등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짚었다.

<미디어 인사이드>에 출연한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반드시 피해야 할 오보가 있다. 추측성 보도, 확인이 안 되는 보도는 불안하고 민감한 유가족, 실종자 가족을 자극할 수 있다”며 “오보가 반복되다 보면 언론이나 정부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가 더 커져서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더 크게 조장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18일 자극적인 자막의 오보로 논란이 된 KBS <뉴스특보>(위)와 지난 16일 도를 넘은 취재에 사과하는 손석희 JTBC <뉴스9> 앵커의 모습(아래). ⓒ화면캡처
이러한 비판이 적용되는 것은 KBS도 마찬가지다. 특히 KBS는 지난 18일 오후 4시 30분경 <뉴스특보>를 통해 구조당국에 의해 선내에 시신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극적인 제목의 자막과 함께 방송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의 브리핑을 통해 ‘오보’로 확인됐다.

‘공영방송사’이자 ‘국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지금까지도 해당 오보 혹은 자극적인 자막에 대해 직접적인 반성이나 사과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디어 인사이드>에서도 “오보로 확인됐다”고만 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KBS는 여론의 질타에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해당 뉴스특보 이후 KBS 시청자게시판과 인터넷에는 “자극적인 표현에 오보까지, 공영방송 맞습니까?”, “자막을 꼭 그렇게 자극적으로…”, “제발 확인된 정보만 전달 해주길” 등 KBS를 향한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KBS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KBS가 <미디어 인사이드>를 통해 비판한 종합편성채널 JTBC의 태도는 KBS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친구가 사망한 사실이 알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손석희 JTBC 앵커는 “어떤 변명도 필요치 않다. 선임자로서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책임이 크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속보를 진행했던 후배는 깊이 반성하는 중이다”라며 바로 사과했다.

방송을 통하지는 않았지만 SBS도 지난 20일 오전 세월호 사건 뉴스특보 중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의 웃는 모습을 약 4초 동안 방송하며 논란이 되자 당일 방송사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KBS는 이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 인사이드>에서도 강조했듯 언론은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재난 앞에 신속한 보도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한다. KBS에 이러한 책임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KBS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사과’도 없이 오보였다고만 말한 채 지나가는 게 적절한 처신일까 의문이 든다.

<미디어 인사이드> 방송 이후 한 시청자는 트위터에 “전부 타 미디어 탓만 하고 있다. 자기방송(KBS)에서는 언론으로서의 의무와 사명을 다했는지…. 자기성찰이 먼저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국민이 KBS에게 진정 원하는 것은 지난 잘못에 대한 사과다. KBS가 방송에서 “우리 언론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요?”라고 묻기 전에 스스로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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