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믿는 신문, 진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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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태준식 감독의 ‘슬기로운 해법-대한민국 제4의 권력에 대하여’

▲ 오는 5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슬기로운 해법-대한민국 제 4의 권력에 대하여>(감독 태준식, 2013, 94분) 포스터. ⓒ공식페이지
영화 <슬기로운 해법-대한민국 제 4의 권력에 대하여>(이하 <슬기로운 해법>, 5월 15일 개봉)는 우리나라 11개 종합일간지 유료판매 부수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민낯을 드러낸다. ‘밤의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조·중·동’은 한국 사회의 제4의 권력으로 군림해 왔다.

2009년 쌍용자동차 해고사태를 다룬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2013년), 고(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씨에 대한 마지막 기록 <어머니>(2011년) 등 노동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를 주로 만든 태준식 감독은 이번에는 언론으로 눈길을 돌렸다. <슬기로운 해법>은 ‘펜’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는 조중동에 대해 태준식 감독이 던지는 돌직구 같은 영화다.

영화를 위해 감독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김성재 씨,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론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조중동을 옥수수 수염차에 비유한다. “옥수수 수염차에 옥수수 성분이 몇 %나 들었는지 아세요? 0.07% 들어있어요. 0.07%의 성분을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하면 그건 언론이 아니고 광고 찌라시입니다.”

조중동은 의도하거나 혹은 의도치 않은 오보를 생산한다. 왜 알고도 잘못된 보도를 하는 걸까. “기사를 내고 나면 많은 사람이 사실로 믿는다.” 그것이 영화의 답이다. 이는 곧 ‘프레임’이고 이 프레임 속에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한 ‘거짓’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2009년 12월 4일 <중앙일보>는 철도파업으로 한 여학생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보도했지만 이후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파업에 대한 비난으로 여론은 들끓었고 철도청장은 “언론 덕분에 이겼다”고 말했다. 정정보도는 2년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철도노조 200명이 해고되고 1만 2000명이 징계를 받은 이후다.

영화는 당신이 보는 뉴스가 진짜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2년 7월, 제7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당시 <조선일보>는 1면에 부산 해운대를 덮친 태풍 사진(2012년 7월 19일자)을 실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카눈이 아니라 2009년 발생했던 태풍 ‘모라꼿’의 사진이었다. 오보 다음날 <조선일보>는 잘못된 사실이라고 바로잡았지만 사실 여부는 태풍처럼 사람들의 뇌리를 스쳐지나가 버릴 뿐이다.

▲ 오는 5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슬기로운 해법-대한민국 제 4의 권력에 대하여>(감독 태준식, 2013, 94분). ⓒ공식페이지
영화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조중동이 이 같은 보도를 하는 데에는 복잡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결국 ‘언론권력’의 유지를 위해서라고 거듭 말한다. 그들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적을 제거하거나 자신에 우호적인 세력을 위해 펜을 든다고. 무소불위의 자본권력 삼성 앞에서 조중동이 약해지는 것 역시 스스로의 이득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는 묻는다. 보수언론이 스스로 불편부당하고 사회적 공기(公器)라 칭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국민의 ‘생각’과 정치권력마저 뒤흔들 수 있는 조중동이라는 이름의 권력으로부터 언론 본연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슬기로운 해법’은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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