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수상자 문화 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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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 인간 영혼을 일깨우는 성인(聖人)

|contsmark0|캄보디아. 문화연수 1주일 중 이틀이었지만 태국의 나흘을 압도한 곳. 피폐한 일상을 치료하고픈 사람에겐 더없이 적격인 순수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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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차가운 돌에서 발현되는 영혼의 진정성-’앙코르 와트’ 유적과 끊임없이 부유하는 척박한 삶들-’툴레 삽’ 호수가 공존하면서 과거와 현실이 대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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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세 끼의 기내식을 채우고 저녁 7시에 정글의 열기를 뿜은 시앰립공항에 도착했다. 시골역 규모의 시앰립공항엔 짧은 일정을 강렬하게 만든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한 경상도 억양으로 캄보디아의 과거와 미래를 열정과 당당함으로 설파한 우종철 가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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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캄보디아 gnp의 40%을 담당한다는 앙코르와트 유적군을 관광했다. 오전에 방문한 곳은 7∼13세기 동남아를 지배한 크메르왕국의 마지막 도성인 ‘앙코르 톰’ 내에 있는 ‘바욘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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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사원’ 유적은 탑들로 이루어진 피라미드구조로, 탑 하나 하나에는 동서남북에 각기 얼굴이 새겨진 사면인물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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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수행승이 딴 생각이 들어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그 얼굴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다소 근거가 빈약한 설명이었지만 특유의 당당함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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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햇살을 피해 2시간 휴식을 취한 후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툼레이더’의 촬영지인 ‘타프롬‘유적을 찾았다. 폐허 자체가 가지는 원초성을 간직한 곳으로, 3∼4 미터 유적을 감싸는 수십 미터의 나무들과 그 나무에 기생해 올라간 덩쿨나무들이 생명력의 그로테스크한 면을 표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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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야 지상 최대의 건축물 ‘앙코르 와트’로 갔다. 일주문에 해당되는 입구 건축물에는 ‘압사라(apsara)’라는 반라의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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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로, 듀엣으로, 또 트리오로 춤을 추고 있고 실크 옷에 비추어진 미끈한 다리, 잘록한 허리, 그리고 도발적인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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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솜씨였다. 미인들을 앞세운 앙코르와트(angkor wat). 3층 구조의 피라미드형태로 되어 있는 그 안으로, 그 위로 올라갈수록 거기엔 규모의 장대함으로, 조각의 섬세함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결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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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의 무대가 된 2층 잔디밭을 거닐 때 평온을 얻었고 3층에 오르는 위태로운 계단에서 정화를 느꼈다. 만약 내 감성만이 아니라면 앙코르와트는 차가운 건축물이면서도 인간 영혼 스스로 깨닫게 하는 진정 성인인 것이다. 전 세계가 왜 앙코르 와트를 찬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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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일행은 앙코르와트의 감흥을 잊지 못해 시앰립 밤거리에서 회포를 풀었다. 호텔측의 소개를 받은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먹고 있는데 하나둘 캄보디아 아가씨들이 우리들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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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영어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했지만 “오빠 사랑해”는 계속 반복했다. 순수의 땅, 캄보디아까지 한국의 밤문화는 수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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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1인당 gnp 200달러의 척박한 캄보디아 현실이 다가왔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툴레삽’ 호수 위에 떠있는 수상가옥 4천여 채. 그 사람들의 빈곤은 한낮 더위보다 민물 젓갈 썩는 냄새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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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갈 때마다 우리가 쥐고 있는 생수병을 달라고 가리키는 ‘툴레삽’ 아이들. 그들의 손짓이 ‘앙코르와트’ 유적군을 방문할 때 우리를 둘러싼 아이들의 ‘1달러’ 애원보다 더 간절했다. 관광객에게 우연히 얻어먹은 생수의 기쁨을 잊지 못할 정도로 그곳의 식수사정이 안 좋다는 것이다. 생활도 그만큼 궁핍하고 비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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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곳 아이들은 단체로 tv를 보고 있었고 배를 저어 수상학교에 등하교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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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레삽’ 관광 후 점심으로 북한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설경, 국화 등의 북한아가씨들의 언변과 노래솜씨가 남한의 유부남들과 총각을 녹여 놓았다. 참으로 매력적인 아가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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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수의 나머지 나흘은 태국에서 보냈다. 파타야, 방콕 각각 이틀씩 있었지만 나를 충만시키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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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화려함만 추구한 왕궁에서는 거부감이 앞섰다. 단지 방콕 최고의 환락가라는 빠뽕거리의 기괴하면서도 슬픈 쇼와 길거리의 스치는 젊은 여성들의 유혹의 눈길들. 그것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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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의 짧은 연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캄보디아 대 태국’일 것이다. 캄보디아는 질박하지만 우리를 충동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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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조각의 진정성, 척박한 캄보디아인의 현실, 북한아가씨들의 신선함, 그리고 가이드의 열정과 당당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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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태국은 자유롭게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유혹하지만 왠지 천박한 느낌을 벗어 던지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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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pd는 어쩌면 운명적으로 캄보디아와 태국의 경계선을 배회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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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앙코르와트의 무수한 압사라(apsara)의 풍만한 가슴들을 일일이 두 손으로 느껴본 개그스런 실험정신의 김영희 pd와 “tv는 나의 영혼을 파괴한다”는 자기부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독특한 캐릭터의 박성수pd를 비롯한 이번 문화연수팀의 모든 분들에게 좋은 시간을 할애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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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규오e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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