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언론 장악은 ‘우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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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토크쇼 ‘청와대 방송에 돌을 던져라’

“정권이 언론을 장악했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정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언론의 문제를 피부로 못 느꼈을 것입니다. 정부의 발표대로 4대강 사업이 잘 된다고 하니 금강 등에 녹조가 생겼고, 결국 상수원이 망가지게 됐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한다고 하면 그건 ‘우리’ 문제입니다.”(이용마 MBC 해직기자)

언론인들이 ‘공정방송’을 외치며 거리로 나오거나, ‘파업’을 한다며 방송에서 손을 놓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직장인 언론사를 살리기 위함만이 아니다. 흔히 언론을 ‘사회적 공기(公器)’라 표현한다. 국민을 대신해 그들의 입이 되고 귀가 되어야 하는 게 언론이다. 언론이 정권에 장악됐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국민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파업 3일째를 맞는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 함철 부위원장과 이용마 MBC 해직기자,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3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모여 ‘언론이 정권에 장악됐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설명했다. ‘청와대 방송에 돌을 던져라’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광장토크는 서해성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정부의 언론 장악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있었다”며 “그때까지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다가 이번에 세월호 사고로 300명 넘는 인원이 눈 앞 에서 수장된 모습을 보면서 피부로 느끼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12년 KBS·MBC·YTN노조 등이 사상 초유의 연대 파업을 할 정도로 청와대의 언론 탄압은 극에 달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나 프로그램이 나오면 징계를 받았고, 시사프로그램은 폐지되고,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위축됐다.

▲ 파업 3일째를 맞는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함철 부위원장과 이용마 MBC 해직기자,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3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청와대 방송에 돌을 던져라’라는 제목으로 토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언경 사무처장, 이용마 해직기자, 함철 부위원장, 사회를 맡은 서해성 한신대 교수. ⓒPD저널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자행된 언론 장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송 장악은 없다”고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할 만큼 청와대가 KBS 뉴스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은 보도 책임자인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로 드러났다.

이에 KBS 간부들을 비롯해 전 직군의 구성원들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뉴스에 관여해 온 길환영 사장의 퇴진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그리고 공영방송 KBS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 29일 새벽 5시부터는 KBS 양대 노조가 사상 첫 공동 파업에 들어갔다.

KBS본부 함철 부위원장은 “너무 오랫동안 뿌리 깊게 정권에 대한 순응이 일상화 되어 있다 보니 사장 한 사람만으로도 내부 통제 가능한 것”이라며 “임원을 사장 지시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으로 채워 넣고, 보도 책임자도 사장이 통제 가능한 사람부터 선임하게 된다. 이런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구조 통해서 뉴스를 제어하고 왜곡시키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함 부위원장은 “그래서 사장을 몰아내려는 것이고 인적 청산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KBS는 여러분께 무엇 하나 약속드릴 수 없다. 그래서 방송을 접고 KBS 구성원들이 길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나가던 시민이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고 있다. ⓒPD저널
이번 KBS 사태에 대해 외신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함 부위원장에 따르면 외신들은 어떻게 정권이 공영방송 뉴스에 개입할 수 있으며, 공영방송 사장이 권력자만 쳐다보고 권력자의 지시에 순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신들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자 책임자가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졌다. 그만큼 이번 KBS 사태는 공영방송의 참담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용마 기자는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언론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한방에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는 말로 할 수가 없다. 언론이 ‘사회적 흉기’나 다름없는, 정부의 일방적 보도매체가 됐다”고 성토했다.

함 부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며,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공영방송 회복을 위한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함 부위원장은 “공영방송은 민주주의와 닮아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있다”며 “이번에 길환영 사장을 몰아내고 공영방송 KBS를 바로 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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