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 공정성, 선거방송 같은 양적균등 적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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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천안함’편 판결문 분석] 과도한 심의 문제, 판결로 지적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병수)는 13일 KBS가 제기한 제재조치처분취소 소송 선고에서 천안함 사건의 민·관 합동조사단 최종 보고서의 문제점을 짚은 <추적 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이하 ‘천안함’ 편, 2010년 11월 17일 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경고제재조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방심위 제재의 과도함을 지적한 것만이 아니다. 법원은 <추적 60분>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정부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판결의 주요 내용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것으로, 방심위가 ‘천안함’ 편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공정성과 객관성에 관한 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3항, 제14조를 위반하였다며 ‘경고’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즉, 방심위의 심의 문제를 판결로 보여준 셈이다.

이번 판결에서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법원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전제이며, 언론은 개인을 대신하여 실질적인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정권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언론의 역할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 편. ⓒKBS
따라서 사건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탐사보도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 판결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방송은 정당한 여론 형성을 위한 언론의 자유와 책임,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의 특성, 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방송법과 심사규정이 정하는 공정성과 객관성 유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방심위가 지적한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규정은 사건이나 쟁점의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선거방송이나 뉴스보도, 토론방송 등과 동일한 기준 즉 양적 균형을 요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적균등이 강하게 요구되는 선거방송이나 객관적 사실의 보도에 중점을 두는 뉴스보도, 대립되는 견해를 대등하게 논의하는 토론방송과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동등한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공정성을 단편적인 양적 균형의 문제로 파악한다면 모든 방송은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방송법 제32조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심의’에서도 방심위가 방송의 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심의할 때 매체별·채널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방송에서 다룬 주제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수행한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에 관한 것이므로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더욱 고려돼야 한다”며 피고(방송통신위원회) 측에서 문제제기한 △스크루 조사 관련 내용 △초병들의 진술 및 폭발원점 관련 내용 △흡착물질 관련 내용 △재조사 관련 내용 △방송 도입부 및 여론 관련 내용 등 5가지 부분에 대해 방송이 모두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방송의 편성의 의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정부활동에 대한 감시 또는 견제자로서 기능하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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