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문창극 단독’, 뉴스 변화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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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내 공정보도 열망 커져…제도개선 촉구 목소리 높아

지난 11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민족비하성 교회 발언을 알린 KBS 단독 보도의 위력은 컸다. 6·4 지방선거 이후 이뤄진 첫 개각에서 청와대는 앞서 전관예우 논란 끝에 사퇴한 안대희 전 후보자를 의식해 새 후보자를 고른 만큼 인사에 자신했다. 그러나 KBS에서 보도한 문 후보자의 역사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괄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묻는 데 충분했다.

KBS의 보도는 이후 언론의 인사 검증에 불을 지피며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 ‘언론 검증대’에 올렸다. 보도 다음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문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SBS는 지난 10일 해당 동영상을 입수해놓고도 보도를 누락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기수별 성명이 줄을 잇는 등 인사 검증에 주춤했던 언론사에도 논란의 활시위를 당긴 것이다.

이처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KBS의 총리 후보 검증 보도가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기 전에 는 불가능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보도가 가능한 것은 파업 이후 달라진 보도본부 분위기에 있다.

▲ KBS <뉴스9>는 지난 11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와 밀양 송전탑 사태 보도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사진 위는 톱뉴스인 “[단독] 문창극 ‘일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파문”, 사진 아래는 “밀양 송전탑 사태 ‘9년 갈등’…쟁점은?” 리포트. ⓒ화면캡처
세월호 보도 논란으로 기자들 사이에 KBS뉴스에 대한 그동안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보도 책임자의 입을 통해 공영방송 KBS 사장, 그리고 보도본부 수뇌부와 일선 기자로 이어지는 청와대의 영향력이 실체를 드러났다. 기자들은 KBS 저널리즘의 위기를 직감했고 사장 퇴진을 외치게 됐다. 그리고 청와대와 KBS의 중간 역할을 했던 사장이 물러남으로써 공정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고민은 KBS뉴스의 변화로 연결됐다.

이전의 KBS라면 볼 수 없는 뉴스가 나간 것에 대해 기자들도 놀라워하고 있다. KBS 한 기자는 “데스크와 팀장 부장들도 뉴스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기자들도 그동안 데스크가 아이템을 차단하면 저항하지 않다가 요즈음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밀양 행정대집행을 대하는 KBS의 보도 태도 역시 이전과는 달랐다. KBS는 지난 11일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행정대집행을 감행한 사실과 함께 지난 2005년부터 무려 9년 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다음 날인 12일 후속 보도를 내놓은 것 역시 지상파 3사 중 KBS가 유일했다.

KBS는 그동안 밀양 송전탑 사태를 누락하거나 축소 보도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0일과 10월 2일 한전이 송전탑 건설을 강행했을 당시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정부의 성급한 공권력 투입에 비판 여론이 빗발쳤지만 KBS는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보도를 하더라도 KBS는 주민들의 극단적 저항과 대립을 부각하고 정부 입장 위주로 전달하는 등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조차 보이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KBS뉴스의 변화가 ‘시한부’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 12일 열린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와 지배구조 개선 입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차기 사장 선임 이후 KBS가 이런 보도를 지속가능할 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우려가 크다”면서 사장 선임까지 30일의 시간이 남은 만큼 지배구조 개선 등 KBS의 정치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BS 내부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제도 장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9일 총회를 통해 공정보도를 못하게 가로막는 내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국장직선제 또는 임면동의제 요구는 물론 제도 및 뉴스개선을 위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보도 독립성을 지킬 방안을 구축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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