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6대 3 구조, 운영규칙 개선으로 극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민수 교수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안상정” 제안

여야 추천 위원 비율 6대 3 구조로 편향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합의제 위원회로서 제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해 의안상정 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담보하도록 하는 등의 운영규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법학과)는 19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룸에서 ‘3기 방심위 위원에게 묻고, 듣다’를 주제로 개최한 미디어이용자권익포럼에서 여야 6대 3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방심위가 합의제 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과반이 넘는 여권 추천 위원들이 다수결에 따른 심의 제재를 일삼는 방심위의 일방 의사 결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야 6대 3이라는 방심위 구성의 한계, 즉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설치법 제18조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법 개정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야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 현실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방심위원들의 의결로 가능한 운영규칙 개정을 통해 편향·일방심의 논란의 핵심인 여야 6대 3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 제22조(회의 등)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으며, 방심위 기본규칙 제7조(위원회 회의 등)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회의에 의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여권 추천 위원이 과반을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이들의 의사에 따라 특정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 의안으로 상정하고 제재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고민수 교수는 “운영규칙을 개정해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은 의안만 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통제기준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고 교수의 제안은 현재의 운영 구조 속에서 합의제 위원회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방심위의 지배구조, 즉 방통위 설치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야 6대 3의 구조를 깨기 위해선 결국 위원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민간에서 방심위원을 위촉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국회 등에서 추천 권한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국회 내에 기구를 설치해 개방형 공모제로 방심위원 후보자 추천을 받고 그 안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통위 설치법에 자격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은 방심위원의 결격사유만을 규정하고 있다. 윤 소장은 “(방통위 규칙에 보면) 시청자위원회 구성을 위해 반드시 포함해야 할 분야 등을 규정한 내용이 있다”며 “작금의 방심위는 학계, 법조계, 언론계 인사들로만 위원 구성을 하고 있는데,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보다 다양한 인적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기에 이어 3기에서도 방심위원에 임명된 장낙인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여당은 현재의 6대 3 구조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 테고, 야당 역시 집권을 하게 되면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는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는 여야와 청와대가 추천하는 구조라면 여기에 대법원장 추천을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2기 방심위 활동을 돌이켜보면 법조인 출신들이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긴 하나 법적인 내용에 대해선 일정부분 합리성을 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6대 3 구조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이후엔 임명권자(추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송발전을 위해 일해야 할 의무가 방심위원에겐 있다”며 “여야 추천 방심위원 9인이 함께 양심과 전문성에 입각해 심의를 하겠다는 결의를 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주최로 19일 오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룸에서 ‘3기 방심위 위원에게 묻고, 듣다’를 주제로 미디어이용자권익포럼이 열리고 있다. ⓒ언론노조
특위 역할 ‘자문’에 한정, 결국 민감한 심의 안건에 대한 방심위원들 ‘면피용’

여야 추천 위원 6대 3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방심위 산하 특위(보도교양방송특위·연예오락방송특위·광고특위·통신특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의 제재 결과는 방송사의 재허가 혹은 재승인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9인의 방심위원을 완벽한 전문가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례로 3기 방심위원장인 박효종 위원장도 역사학자 출신의 방송 비전문가이며, 방송인 출신이거나 언론학자라 하더라도 사회의 다양한 인식을 반영한 심의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방심위 산하에 특위를 두고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인데, 문제는 특위의 지위가 ‘자문역’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포럼에서 장낙인 상임위원은 “2기 방심위 당시 광고특위에서 9인 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올라온 안건은 그대로 수용해 달라는 제안이 올라왔지만 묵살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민수 교수도 “이전엔 분과위원회에 결정을 맡기고 분과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전체회의에서 맡는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한 뒤 “현재는 특위에 자문역할을 맡긴 뒤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불편한 결정에 대해선 방심위원들이 특위 논의 결과라며 수용하고 대부분은 자신들의 뜻대로 하는, 일종의 ‘면피용’으로 특위를 활용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특위 위원 9인이 합의를 이룬 내용을 방심위원들이 무시하는 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방심위의 문제는 9인의 위원들이 저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말하며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데서 발생한다”며 “30~40명 정도의 시청자 배심원단을 구성해 그곳에서의 논의 결과를 수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문 역할만 담당하는 특위를 뛰어 넘는 단위와 그에 대한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현행 방통위 설치법 제22조 4항(심의위는 그 소관직무 일부를 분담하여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소위원회를 두거나 특정한 분야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에 대한 개정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박건식 한국PD연합회 수석 부회장(MBC PD)은 “방심위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과도하게 확신하는 경우가 있다”며 “4대강이나 민영화 등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심의 대상에 올라 의견진술을 하러 가면 위원들이 내용을 몰라 논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결국 최근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에 대한 방심위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과 같은 일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잣대’ ‘정치 심의’에 악용되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 2항과 제11조

▲ 장낙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언론노조
이날 토론회에선 방송심의규정의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제9조(공정성) 2항과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등에 대한 개선과 폐지 의견들이 나왔다. 우선 장낙인 상임위원은 방송심의규정 제11조의 폐지를 주장했다. 해당 조항이 판사들의 독립적인 판단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이중 잣대’ 심의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장 상임위원은 “2기 방심위 당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라고 판단했음에도 이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에 대해 제11조를 적용해 징계를 한 반면, MBC <뉴스데스크>가 해직언론인에 대한 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도에서 MBC노조의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매도한 데 대해선 제11조 위반이 아니라며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며 “제11조가 망신스러운 조항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 2항 적용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최근 대법원은 정부의 금융, 축산, 부동산 정책 등을 비판하는 패널의 발언을 방송했다가 방심위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시사프로그램은 (사실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뉴스와 다르고 (오히려) 해설·논평으로 볼 수 있다”며 공정성 등의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장 상임위원은 “일련의 판결들은 향후 심의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판 내용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뉴스가 아닌 논평, 탐사프로그램 등에 대해서까지 마구잡이로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 위반을 적용할 순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심미선 교수도 “법원 판례가 심의 규정보다 앞서 있는 만큼, 이를 기준 삼아 심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건식 부회장은 “해설·논평 등은 방송심의규정 제9조 2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가 나오면서 현재 종합편성채널들에서 방송하고 있는 뉴스와 논평을 결합한 장르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장르 구분이 중요하다. 공정성 문제를 중심에 놓고 장르에 대한 분류, 정의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여야 추천 문제와 함께 방심위원 구성에 있어 성별, 연령별 등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건식 부회장은 2기 방심위 당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MBC),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SBS) 등에 각각 ‘빵꾸똥꾸’, ‘지랄’ 등의 표현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맥락은 살피지 않은 채 무조건 제재를 한 사례를 소개하며 “20대들은 이런 심의 제재를 두고 난센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결국 방송심의를 어느 한 세대가 독점해 전체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례로 3기 방심위의 경우 위원 9인의 평균연령은 58.7세로 가장 나이가 적은 윤석민 위원(야당 추천)도 51세다. 또 9인 위원 모두가 남성이다.

심미선 교수도 “지난 5년 동안 방심위로부터 심의 제재를 받은 사례들에 대한 연령별 평가를 조사했더니 그 간극이 매우 컸다”며 “방송심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을 위해 주최 측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여야 각각의 추천을 받은 3기 방심위원을 초청하려 했으나, 여당 추천 방심위원 모두가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