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심위 방송소위도 ‘이념 심의’ 논란 예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안검사 출신 함귀용 위원 방송소위 배정…25일 첫 회의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23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원회 배정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각 소위원회는 금주 회의를 열어 소위원장을 호선하고 본격 심의를 위한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방송계 안팎에서 관심을 쏟는 소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등에 대한 심의를 맡는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로 김성묵 부위원장(전 KBS 부사장), 고대석 위원(전 대전MBC 사장), 함귀용 위원(법무법인 KCL 변호사, 이상 여권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박신서 위원(전 MBC 편성국장, 이상 야당 추천) 등이 배정됐다.

광고심의소위원회에는 박효종 위원장(전 서울대 사범대 윤리교육과 교수)과 김성묵 부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박신서 위원, 고대석 위원이, 통신심의소위원회에는 김성묵 부위원장과 장낙인 상임위원, 하남신 위원(전 SBS 논설위원·여권 추천), 윤훈열 위원(전 청와대 비서관·야당 추천), 윤석민 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여권 추천) 등이 배정됐다.

■이념 편향 논란 함귀용 위원, 방송소위 배정= 5인의 방송소위 위원 중 과반이 넘는 3인이 방송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방송인 출신이라는 점이 심의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2기 방심위 방송소위에도 KBS·MBC·SBS 출신 위원들이 있었지만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심의에선 방송인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대신 자신을 추천한 정파의 이해를 대리하는 심의를 했다”고 말했다. 실례로 지난 5월 대법원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2012년 1월 5일 방송)에 대해 방심위가 공정성과 객관성 등의 위반을 주장하며 내린 ‘주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는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중징계를 밀어붙인 핵심 인물들은 2기 방심위의 방송인 출신 위원들이었다. 

▲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 종료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3기 방심위 방송소위 구성에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함귀용 위원이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인 함귀용 위원은 지난 2010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반발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소설가 조정래씨,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의 이름을 담은 친북인명사전을 만들겠다고 나선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앞서 참여연대가 지난 5월 함 위원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함귀용 변호사는 지난 2003~2004년 KBS와 MBC 등에서 방송된 송두율 교수 관련 프로그램들을 싸잡아 ‘대남적화전략의 일환으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자들이 배후에서 사주해 제작·방송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2006년 KBS에서 방송한 드라마 <서울 1945>에 대해서도 ‘(제작진이) 공산주의자를 미화하면서 대한민국을 수립하려 한 세력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하려 한 세력을 동일하게 취급하려 했다’는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참여연대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을 주장하고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보상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방송심의 개선 TF(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민영 변호사(참여연대 공익 법 센터)는 “그간의 발언 등을 볼 때 함 위원은 특정 이념에 치우쳐 있을 뿐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이념과 주장에 대해 폭력적인 주장을 해온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런 인물이 방심위원, 그것도 방송소위 위원으로 활동한다면 이념의 잣대에 따른 심의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의 또 다른 관계자는 “2기 방심위 당시 특정 이념에 치우친 위원이 친일파 백선엽 관련 다큐멘터리의 공정성 논란에도 ‘(6·25 당시 백선엽의 공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백선엽 장군을 좀 미화한들 어떠냐’ 등의 발언을 하는 등의 상황이 있었던 걸 감안할 때, 3기 방심위의 심의의 공정성 역시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JTBC ‘뉴스9’ 다이빙벨 심의는 언제?= 2기 방심위 활동 종료 38일 만에 지각 출범한 만큼 3기 방심위에 쌓인 심의안건은 상당한데, 방송소위에서 처리해야 할 심의안건만 해도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안건도 다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 침몰한 세월호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한 JTBC <뉴스9>(4월 18일 방송)다.

2기 방심위 당시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2(재난 등에 따른 피해통계, 사상자·실종자 명단 또는 복구상황 등의 정보는 재난 등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의 장의 발표 내용을 반영해야 하며, 사업자(방송사)가 직접 취재해 방송할 때는 불명확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돈케 해선 안 된다)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정제재의 중징계 가능성이 있을 때 진행하는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기 방심위 방송소위 위원들은 지난 4월 28일 제작진 의견진술을 청취하려 했으나 당시 JTBC <뉴스9> 제작진과 함께 의견진술에 나서기로 한 이종인 대표가 세월호 구조 작업에 투입되면서 제작진이 요청한 의견진술 연기를 수용했고, 해당 심의는 3기 방심위에 이월됐다.

3기 방심위 방송소위는 오는 25일 오후 첫 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소위원장 호선과 함께 향후 심의 방향 등에 대한 논의만 진행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2기에 이어 3기에서도 방송소위에서 활동하게 된 장낙인 상임위원은 “의견청취를 위해선 제작진에게 일주일 전 통보를 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JTBC <뉴스9> 등에 대한 심의는 빨라도 내달 초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