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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일보 등 문창극 동영상 보도 때리기…방심위 심의 예정 ‘편향 심의’ 우려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친일사관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발언을 최초로 전한 KBS <뉴스9>(6월 11일 방송)에 대한 친(親)정부·보수 성향 언론 등의 압박은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KBS <뉴스9> 해당 보도에 대한 심의를 예고하면서 ‘정치심의’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후보자는 자진사퇴의 뜻을 밝히는 순간에도 KBS 등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인데 발언 몇 구절을 따내 그것만 보도하면 이는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라며 “그것이 전체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이는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자신의 발언이 담긴 교회 강연 영상을 방송한 KBS <뉴스9>가 ‘짜깁기’ 보도로 자신에 대한 평가와 여론을 왜곡시켜 자진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문 후보자가 사퇴 순간까지도 이 같은 입장을 드러낸 배경엔 일부 언론과 단체 등에서 KBS 보도에 대해 의도적인 왜곡을 주장하는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선일보>는 24일자 신문 2면에서 월주 스님 인터뷰를 통해 “KBS가 교회 강연 내용을 짜깁기했다는 의혹 제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3면 ‘KBS 발췌편집…SNS 친일몰이…野는 반민족 규정’ 기사에선 언론학자들의 입을 통해 KBS 보도가 문 후보자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등 “공정성·객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고 잘못된 보도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주관적 해석을 얹어 증폭시키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6월 24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
문 후보자가 주필을 지낸, 이른바 ‘친정 격’의 <중앙일보>도 24일자 신문 사설에서 KBS 보도에 대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위배했다”고 비판하며 “방심위는 심의규정 9조(공정성), 14조(객관성), 20조(명예훼손 금지)에 따라 KBS 보도를 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후보자가 강연을 했던 온누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CGNTV도 KBS 등에서 강연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KBS 등의 보도는)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부분만 잘라 짜깁기 편집, 간증 강연자의 진의를 왜곡해 여론을 심각하게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MBC는 지난 20일 밤 2시간 40분 동안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이라는 긴급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그대로 상영해 KBS 보도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 안팎에선 이른바 친정부 성향 언론들이 문 후보 구하기를 넘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전시키려 하고 있으며, 여기엔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MBC 기자 출신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MBC가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문 후보자에 대한 일방 홍보를 했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정권이 아직도 얄팍하게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방심위도 움직이고 나섰다. 문 후보자 관련 KBS <뉴스9> 보도에 대한 심의를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KBS <뉴스9>의 문 후보자 동영상 관련 보도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민원이 90여건이나 접수됐다”며 심의를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문역할을 담당하는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가 내달 1일께 KBS <뉴스9>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 그 결과를 참고해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심위에서의 일방 심의 우려 또한 존재한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3기 방심위원에 임명된 이후인 지난 19일 KBS 양대 노조와 4개 직능단체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문 후보자 관련 KBS 보도에 대해 “이리저리 짜 맞춰 하나의 내러티브를 이끌어갔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며 편향을 단정하는  발언을 했다.

방심위원이 심의도 하기 전 이미 KBS 보도에 대해 ‘짜깁기’를 단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심의가 가능하겠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심의를 주관하는 박효종 방심위원장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국장은 “3기 방심위 구성과 윤석민 교수 등의 발언을 볼 때 그간 방송심의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된 정권 편향심의의 재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어 “그간 조선·중앙일보 등이 문 후보자 관련 KBS의 검증 보도를 비난하고 심의를 요구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에서 KBS를 다시금 관제방송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보인다”며 “문 후보자는 사퇴했지만 KBS 새 사장 선임 국면과 맞물린 ‘KBS 흔들기’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일부 언론 등의 ‘짜깁기 보도’ 비판에 대해 24일 공식 입장을 내고 “방송 뉴스 특성상 70분에 이르는 강연 전부를 보도할 수 없고, 보도 매커니즘 상 발언의 주요 부분을 발췌 보도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또 문 후보자의 반론을 보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KBS는 “문 후보자가 강의를 진행하는 서울대와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문 후보자 측에서 응하지 않았고, 총리실 공보실장과 문 후보도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했다”며 문 후보자 본인 의사로 반론 게재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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