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총기난사 임 병장 수술직후 사진 공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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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부위, 수염 난 얼굴 등이 공익 차원의 알 권리인가”

TV조선 <뉴스쇼 판>이 지난 25일 총기난사 후 자살을 시도했던 임모 병장의 수술 직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임모 병장의 왼쪽 가슴, 즉 임모 병장이 자살을 시도하면서 쏜 총알로 상처를 입은 가슴 부위를 봉합한 장면과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있는 얼굴을 방송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계 안팎에선 이 같은 보도가 시청자의 알 권리, 공익적 보도와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TV조선 <뉴스쇼 판>은 지난 25일 보도에서 “총기난사 후 자살을 시도했던 임모 병장의 수술 직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고 밝히고 수술대 위 누워 있는 임모 병장의 왼쪽 가슴을 꿰맨 자국과 수술을 위해 눈이 가려진 얼굴을 공개했다.

또 “왼쪽 쇄골 아래쪽에 총알이 지나갔다던 국방부의 발표와 달리, 왼쪽 가슴 유두 3cm 위에 난 상처는 임 병장이 심장을 겨눴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벗어나, 폐를 스치고 지나간 뒤 뒤쪽 어깨로 관통해 임 병장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소지하고 있던 K2소총의 길이가 97cm나 돼 총구가 비스듬하게 위로 겨냥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6월 25일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캡쳐 모자이크
TV조선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봉합된 상처부위를 흐릿하게 처리했고, 수술을 위해 가려진 눈을 제외한 얼굴은 공개했다. 봉합한 수술 부위 등을 완전하게 공개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제될 게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온다. 임모 병장이 동료 병사들을 숨지게 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술 부위의 사진과 수술 직후 얼굴 등이 언론에 의해 마음대로 공개될 당위적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TV조선 <뉴스쇼 판>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지상파 방송의 한 중견기자는 “임 병장이 총기난사로 다른 이를 숨지게 하면서 일종의 공인이 된 만큼 그의 얼굴 등의 공개를 두고 초상권 침해 등을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수술 직후의 사진을 언론이 입수해 공개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언론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병실 모습을 마음대로 촬영해 공개해선 안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법학자는 “일반적인 경우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동의없이 얼굴 등을 공개할 경우 인격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가능하나, 임모 병장의 경우 현행범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게 설사 수술 직후의 모습이고 본인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반의 경우와 동일하게 적용가능한 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V조선 <뉴스쇼 판>이 수술 직후 임모 병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면서 전한 “임 병장의 얼굴은 43시간의 도주극을 말해주듯 수염이 덥수룩하다” 등의 정보를 공익적 차원의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을 지낸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언론이 임모 병장의 수술 직후의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구할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 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이는 결국 해당 언론이 취재력이 있는 듯 보이기 위한, 그러나 ‘언론’으로서의 의미는 없는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임모 병장이 총기난사 사건을 왜 일으켰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다루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살 시도를 했던 가해자의 수술직후 모습이라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보도를 하기에 앞서 언론의 존재 이유가 호기심 충족이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국장도 “총기난사라는 큰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만큼 임모 병장의 수술 후 상황 등은 시청자들도 알아야 할 정보이고, 회복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얼굴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봉합수술 직후 모습 등은 알 권리와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며 “해당 사진을 입수해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건 결국 선정적인, 상업적 보도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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