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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목록에 없던 JTBC 보도 직권상정…세월호 보도 무더기 ‘권고’ 제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2일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김성묵, 이하 방송소위)를 열어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낸 9개 방송사에 대해 무더기 권고 제재를 2일 결정했다. 이날 방심위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TV조선·JTBC·채널A·MBN), 그리고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뉴스Y 등이다.

이들 방송의 무더기 오보가 국민들은 물론 구조 작업에 엄청난 혼란을 줬다는 점에서 제재는 불가피하다는 게 여야 추천 방송소위 위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보를 생산하긴 했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노력 등에선 방송사별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제재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주장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권 추천 위원들(총 5인 중 3인)에 의해 묵살됐다.

새롭게 출범한 3기 방심위 역시 2기 방심위와 마찬가지로 다수결의 힘을 앞세운 의사 결정 구조로 운영될 것이라는 걸 분명히 한 대목이다. 더구나 JTBC <뉴스특보>(4월 16일 방송)의 경우 사무처에서 오보라고 판단하지 않아 심의안건에 올리지 않았음에도 여권 추천의 김성묵 부위원장이 타 방송과의 형평을 주장하며 긴급하게 안건으로 상정, 논란이 예상된다.

사무처는 당초 JTBC <뉴스특보>가 다른 방송들과 마찬가지로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방송하긴 했지만, 앵커와 기자멘트를 통해 “공식 단위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라고 강조하고 곧바로 “목포 해경에서 (구조 인원을) 147명으로 확인했다”고 정정했다는 점을 감안, 해당 방송을 심의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JTBC <뉴스특보>의 경우 오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4월 16일 MBC <뉴스특보> ⓒMBC
사실 관계 확인 위한 기자·앵커 멘트는 무시…자막만이 심의 대상?

방심위는 이날 방송소위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4월 16일 지상파 방송과 종편·보도채널들이 <뉴스특보>를 편성하고 관련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제히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낸 데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24조의 2(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위반을 지적하며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 제재를 결정했다.

여권 추천의 김성묵 부위원장과 고대석·함귀용 위원은 이들 방송이 모두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자막과 함께 방송한 만큼 같은 수위의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재 수위는 지난 2010년 3월 31일 OBS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실종자 4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오보를 전한 데 대해 ‘권고’ 제재를 결정한 것을 준용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소위에서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종편의 학생 전원구조 오보와 관련한 심의에서 나왔다. 당초 사무처에서는 종편 4사 중 TV조선과 채널A, MBN의 <뉴스특보>만을 심의 안건으로 올렸는데, 방송소위 위원장인 김성묵 부위원장이 JTBC 역시 학생 전원구조 자막을 방송했다는 점을 들어 “자칫 (다른 종편과 방송들로부터) JTBC만 봐준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직권상정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JTBC <뉴스특보>는 ‘단원고 “학생 338명 전원 구조” 자막을 방송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한 기자는 “알려진 바로는 이송 중인 항해사가 언론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고 전했는데 (이 말이) 사실이면 좋겠고, 공식 단위를 통해 확인 중”이라며 단원고 발표 내용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

앵커 역시 “공식 상황은 아니라는 거죠”, “단원고가 (전원 구조됐다고) 밝힌 사실이 있는 거고, (하지만) 확인은 안 된 거고” 등의 발언으로 사실 여부를 단정하지 않았으며, 이어 기자가 “방금 들어온 소식이다. 목포 해경에서 (구조 인원을) 147명으로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 추천의 박신서 위원은 “JTBC의 경우 앵커와 기자 멘트를 통해 단원고 발표(학생 전원구조)가 공식 발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며 “오보가 아니라 보도에서 팩트(사실)를 따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권 추천의 함귀용 위원은 JTBC가 자막을 통해 “학생 전원구조”라고 밝힌 만큼 오보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자막과 별개로 앵커와 기자 멘트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막만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TV 소리를) 조용히 해놓고 보는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함 위원은 잘못된 근거를 제시하며 JTBC의 오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함 위원은 “JTBC (<뉴스특보>에 출연한) 기자는 단원고에서 학생들이 전원구조 됐다고 밝혔다고 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을 구조하고 온 항해사도 언론매체를 통해 학생 전원구조라고 밝혔다고 전했다”며 “다른 매체들보다 JTBC가 더 오보를 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JTBC 보도에서 기자는 항해사 발언을 전하면서 학생들을 구조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구조된 항해사”, 즉 침몰한 세월호에서 탈출한 항해사의 발언이라고 밝혔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이 사실을 지적하며 함 위원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정정했지만, 함 위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함 위원은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오보의 경중을 굳이 따질 필요가 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내리려는 건 행정지도로, 앞으로 재난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속보경쟁에 함몰되지 말고 침착하게 사실관계를 따져 방송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하려는 게 아니냐”며 “(방송사 별로) 제재수위에 차별을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같은 행정지도성 조치라 하더라도 ‘권고’와 ‘의견제시’의 경중은 다르고, 유사한 사안에서 ‘권고’가 누적되면 법정제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선 “다 같은 권고”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김성묵 부위원장도 방송사 별 사실관계 확인 노력 등을 감안하지 않고 JTBC도 다른 종편 등과 마찬가지로 자막을 통해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고 밝혔다는 점에만 주목했다. 김 부위원장은 “임팩트(영향)가 큰 게 자막이다. 방송사는 뉴스의 비중에 따라 자막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JTBC의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자막은) 큰 (크기의) 자막이었다”라고 말했다. 고대석 위원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봐도 자막만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동조했다.

박신서 위원이 “팩트를 밝히려는, 오보를 정정하려는 노력을 한 방송인지를 평가해야 하는데 자막이 같다고 동일한 오보로 규정하는 게 어디 있나”라고 반발했지만, 김성묵 부위원장은 다수결에 따른 의사 결정을 밀어붙였고, 결국 여권 추천 3인 위원의 의견에 따라 JTBC <뉴스특보> 역시 다른 방송들과 마찬가지로 ‘권고’ 제재를 받게 됐다.

MBC기자회 “학생 전원구조 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오보” 주장에 고대석 “젊은 애들 얘기”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지상파 방송 3사의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에 대해서도 동일 잣대를 적용, 모두 ‘권고’ 제재를 밀어붙였다. 당초 방심위 사무처에서는 KBS <뉴스특보>의 경우 MBC·SBS의 <뉴스특보>와 달리 해경 공식발표를 본 뒤 해당 내용까지 함께 전달했다는 점에서 “나름 신중하게 사안을 보려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함귀용 위원은 “KBS가 해경 발표까지 보고도 전원구조라는 보도를 한 것은 더 큰 오보다. (MBC가 최초 보도를 했던) 오전 11시 1분에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보도를 못한 건 (단원고 발표 내용을) 놓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함 위원은 또 “물론 단원고 발표만을 믿고 보도를 한 건 잘못이지만 지상파 3사가 모두 같은 취지의 방송을 한 것인 만큼 (제재 수위에 차이를 두지 않고) 넘어가는 게 맞다. 모두 오보를 내고 싶어서 낸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추천의 장낙인 상임위원은 KBS와 MBC의 오보를 같은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MBC의 경우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목포MBC의 기자가 전원구조가 아니라고 보고를 했음에도 (서울에서) 이를 묵살했다”고 지적하며, MBC기자회가 이를 두고 “MBC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기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전MBC 사장 출신의 고대석 위원은 “그건 젊은 애들이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고 위원의 해당 발언은 MBC 기자회의 문제제기를 별다른 근거 없이 폄훼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박신서 위원은 “재난보도준칙은 재난 상황에서 추측한 내용을 확대 해석해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초동대처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인데, 세월호 참사 당시는 물론 최근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환기 차원에서라도 방송 제작진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기 방심위 역시 세월호 참사 직후 오보와 선정적인 보도로 논란이 된 방송사의 제작진들을 불러 의견청취를 하면서 재난보도준칙의 준수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련의 지적에도 여권 추천 위원들은 ‘권고’ 제재를 밀어붙였다.

▲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 ⓒMBC
방심위는 이날 방송소위에서 지난 5월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와 관련해 제작진 의견청취를 결정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총괄한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당시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구조에 참여한 잠수부가 사망한 것을 언급하며 “조급증에 걸인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발언, 유족 폄훼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함귀용 위원은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등 교회강연 발언으로 논란이 돼 낙마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에서 발언 일부를 발췌·왜곡했다는 취지의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을 언급하며 “박상후 전국부장이 무슨 취지에서 이런 논평을 했는지, 자기변명의 진술 기회를 준 뒤 제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의견진술은 법정제재의 중징계의 가능성이 있을 때 실시하는 절차다. 하지만 함 위원의 발언대로라면 해당 리포트에 대한 제재를 위함이 아니라 박상후 부장에게 해명의 기회를 준다는 데 보다 방점이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방심위의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가 지난 1일 KBS <뉴스9>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관련 보도에 대해 중징계 의견을 방송소위에 제시하기로 한 상황에서, 해당 안건이 방송소위 심의에 올라왔을 때 함 위원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들이 어떤 논리를 제시할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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