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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협회 “주파수 700㎒ 욕심에 기술표준 제정 방해” 미래부-통신사 유착 의혹 제기

주파수 700㎒ 할당을 놓고 장기간 이동통신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상파 UHD(초고화질) TV 기술표준안 부결로 통신사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8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지상파 UHD방송표준안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통신사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난 2일 열린 TTA 총회에서 과반수의 의결권을 가진 통신사들은 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표준 제정안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신사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UHD 방송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표준안 통과를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기술표준 제정을 거쳐 내년 UHD본방송을 시작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기술 표준안 부결로 차질이 생긴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결의문에서 “통신재벌 3사는 그동안 지상파 UHD 기술 표준에 대해 한 번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다가 총회에서 갑자기 반대했다”며 “TTA는 기술 매출 규모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해 통신재벌들이 최종 표준안의 채택이나 탈락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특권을 줬고, 이에 통신재벌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기술이 표준화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는 사태를 방조했다”고 밝혔다.

▲ 한국방송협회 회장단이 지상파 UHD 방송 기술표준안 부결과 관련해 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지상파들은 미래부에도 부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지상파 UHD 방송 표준화 작업은 ‘기술 표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미래부 장관의 약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의 지상파 UHD 국가 표준의 조속한 결정 △지상파 UHD 도입 정책 확정 △통신 사업자 중심의 TTA 개혁 등을 촉구했다.

통신사에 가로막혀 TTA에서 지상파 UHD 방송 표준안 통과는 어렵게 됐으니 미래부에서 직접 UHD 방송 기술표준안을 제정해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래부 관계자는 “민간표준은 민간기술 표준을 인증하는 TTA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지상파 UHD방송의 국가 표준은 현재 방통위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UHD방송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술표준안 부결 이후 자사 메인뉴스에 ‘UHD방송 발목 잡는 통피아’,‘기술표준 정하는 TTA, 거대통신사가 쥐락펴락’, ‘UHD 시청권 막고 잇속 챙긴 관료들’(SBS <8뉴스>), ‘통신업체 이익 위해?’(KBS <뉴스9>),‘지상파 UHD방송 표준안 부결’(MBC <뉴스데스크>) 등의 보도를 내보내며 통신사와 미래부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과 통신사들의 갈등은 700㎒ 용도 지정 문제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용도를 새롭게 지정해야 하는 주파수 700㎒ 대역을 놓고 지난해부터 연구반을 꾸려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상파는 UHD 방송을 위해 방송용 할당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통신사들은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폭증 해소에 필요하다며 700㎒ 대역 주파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된 재난안전통신망 주파수로 700㎒ 대역이 거론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진 주파수 경쟁에 통신사들이 지상파 UHD 표준화 제정을 지연시키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상파 UHD방송 속도조절론은 지난 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나왔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졸속 또는 실기로 UHD방송 기술표준을 정하지 않도록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상파 UHD 기술 표준은 세계적인 추세를 보고 내년에 정하겠느냐”고 최양희 후보자에게 물었다. 최 후보자는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지상파가 UHD 방송 정책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지상파 UHD 기술 표준 문제는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감안해 심사숙고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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